캐나다 아이스하키 축제
남편이 캐나다에 오기 전 캐나다는 아이스하키가 최고라며 하키 경기를 예약해 두었다. NHL은 10월부터 시즌이 시작돼 예약하지 못하고 퀘벡 시티의 QMJHL 개막전 경기를 예약했다.
QMJHL은 캐나다 가장 상위급 주니어 선수 경기이다. NHL 드래프트에 지명된 선수들이 뛰고 있는 수준 높은 경기라고 한다.
메이저리그 야구광인 남편이 말한다.
“메이저리그로 따지면 트리플 A 수준인 거야”
하키 경기가 열리는 Videotron Centre 비디오트론 센터에 도착하자 경기장 앞의 큰 광장은 퀘벡 시티 주민의 뜨거운 열기가 가득하다. 말 그대로 푸드 트럭과 바비큐장에서 굽는 고기 연기가 가득하고, 버드와이저 트럭 위에서 신나는 음악을 틀고 있는 디제이와 함께 몸을 흔들어 대는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한 축제의 현장이다.
경기장 바로 옆에 농산물과 해산물을 파는 Grand Marché 그랜드 마켓 안에도 음식점과 신선한 해산물로 바로 요리해 주는 푸드 코트가 있지만, 야외의 축제 분위기에 쓸려 벌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야외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고기와 소시지를 한가득 굽고 있는 연기 가득한 바비큐장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줄을 선다. 제일 줄이 길어 맛있겠다 싶어 줄을 섰는데 앞에 선 사람들이 고기 몇 점이 놓인 작은 접시를 들고 간다.
남편이 사람들이 들고 가는 작은 접시를 바라보며 말한다.
“얘네들이 저렇게 조금 먹는 얘들이 아닌데 고기가 모자라나?”
우리의 순서가 되어 고기를 시키려는데, 접시에 고기 세 점과 소시지 두 개를 올려 주며 “Bon appétit!”라고 말한다.
남편과 접시를 하나씩 들고 야외 자리에 앉아 공짜네 하며 대박을 외친다. 알고 보니 올드 퀘벡의 스테이크 레스토랑에서 홍보용 시식 행사를 하는 것이었다.
고기가 부드럽고 아주 맛있다. 한 접시 더 먹겠다며 남편이 또 줄 서러 간다.
‘아시아인이 없어서 또 가면 알아볼 텐데’라고 생각했지만 만류할 생각은 없다.
벌이 감자 칩을 탐내며 윙윙거려 빈 접시에 소스를 잔뜩 묻힌 감자 칩을 따로 놓아주며 이거나 먹으시지 하고 벌과 아웅다웅 싸우고 있는데 남편이 신나게 또 한 접시를 들고 온다.
푸드 트럭에서 바비큐 샌드위치를 사 먹고 여기저기서 진행하는 이벤트를 구경하다가 입장 시간이 되어 경기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다.
금속 탐지기에 가방 검사까지 하면서 물을 들고 가지 못한다고 해 그 자리에서 마셔버린다. 선수들에게 던질까 봐 그런가? 했는데 야구장같이 푸드 코너가 즐비한 경기장 안에서 물을 팔고 있다. 물 한 병에 $5가 넘는다. 그래도 테니스 경기장보다는 낫다. -뉴욕의 Arthur Ashe Stadium 아서 애시 스테디움에서는 에비앙 500ml를 US$7, 한국 돈 10,000원 정도에 팔고 있다-
어쨌든 돈을 내고 물을 받으려는데 물병의 뚜껑을 따서 준다. 뚜껑을 왜 따냐며 달라고 했더니 안 된다고 한다. 사람들을 보니까 물병도 콜라병도 뚜껑 없이 들고 다닌다.
나중에 이유를 찾아보니 뚜껑을 닫은 병은 단단해서 던졌을 때 흉기가 될 수 있어 그렇다고 한다. 뚜껑이 없으면 물이 흘러나와 충격도 덜 해지고 많이 굴러가지 않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이유로 뚜껑을 열어 판매한다고 한다.
남편이 냅킨을 돌돌 말아 물이 흐르지 않게 막자고 한다.
“무슨 화염병도 아니고, 폭탄인 줄 알고 잡아가면 어떡해?”
그냥 옆에 얌전히 세워 두고 마시기로 한다.
하키장은 20,000명을 수용하는 NHL 규모의 대형 경기장이다. 중앙 위쪽에는 선수들의 디테일을 볼 수 있는 HD 스코어보드가 매달려 있고, 지인들과 파티하며 관람하는 고급 라운지가 한 층을 가득 메우고 있다.
위쪽에는 덩치 큰 디제잉 아저씨가 반짝이 옷을 입고 음악을 틀며 관중들의 흥을 유도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좌석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며 경기의 시작을 기다린다.
좌석은 꽤 앞쪽의 가운데 자리이다. 자리 너무 잘 잡았다며 남편을 칭찬해 주는데 앞에 앉은 아저씨와 아줌마 부부가 자리를 잘못 앉은 모양이다. 다른 가족이 와서 서로 휴대폰으로 티켓을 보여주며 자기 자리가 맞다고 하는데 결국 부부가 자리를 뜬다. 나중에 보니까 링크에서 아주 가까운 앞 좌석에 앉아있다.
“저 좋은 자리를 놔두고 ㅋㅋ 틀림없이 관광객일 거야 ㅋㅋ”
“그렇지? 관광객처럼 생겼어 ㅋㅋ”
잠시 후 어떤 아저씨가 가족을 끌고 와서 불어로 뭐라 뭐라 하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멀뚱멀뚱 앉아있으니까 영어로 이야기한다.
“너희 우리 자리에 앉아있어”
“아니야 이거 봐 우리 자리야”
하고 티켓을 보여주니까, 너희 자리 훨 앞이야 라고 이야기한다.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고 앞쪽으로 가니 E 열이 앞쪽에 따로 있다. 우리는 EE 열이 E 열과 같은 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앞서 쫓겨난 부부의 뒷좌석에 앉으며 키득키득 웃는다.
“관광객 맞네. 우리”
바로 앞쪽에는 상대편 선수와 감독의 벤치가 있어 수 분마다 선수들이 바쁘게 뛰어 들어왔다가 뛰어나가는 모습과 감독이 소리 지르며 지시하는 현장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팀은 잘 모르지만, 모자도 구매했겠다 홈팀 Remparts 램퍼츠를 응원하기로 한다.
역시 홈팀 선수들은 반짝거리는 조명과 환호를 받으며 화려한 입장을 한다. 상대 팀은 우리가 앉은 바로 옆 출구에서 등장한다. 젤 앞줄에 앉은 꼬마는 원정 응원을 왔는지 입장하는 선수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고 있다.
드디어 경기 시작이다. 처음부터 몸싸움과 스피드가 치열하다. 얼음을 가르는 소리와 쏜살같이 질주하며 몸을 부딪치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쿵~하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데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벌떡 일어나 또 달린다.
골대가 너무 작고 골키퍼가 일본의 사무라이처럼 무장하고 있어 골이 들어가기는 할까 하는 순간 램파츠가 첫 점수를 낸다. 사실 퍽이 너무 빨라 눈으로 좇기 바쁘고 공이 들어갔는지는 골대 뒤의 라이트를 보고 안다.
홈팀 응원석에서 의자에 걸쳐있던 수건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며 난리가 난다.
“이 수건이 흔들라고 주는 거구나. 무릎 시릴까 봐 주는 건지 알았네”
무릎에 덮어 둔 수건을 들어 팔 떨어지게 흔든다.
하키 선수들이 힘이 세 보이고 멋있어 보여 남편에게 말한다.
“우리 아들도 함 시켜 볼 걸 그랬나?”
“게는 벌써 다른 애랑 부딪쳐서 경기장 밖으로 튕겨 나갔을걸”
아이스하키는 20분씩 3 피리어드로 경기한다. 한 피리어드가 끝나면 20분을 쉬는데 그때마다 얼음을 다지는 잠보니가 돌아가고 다채로운 이벤트가 펼쳐진다.
하키복을 입은 꼬맹이들이 하키 스틱과 퍽을 들고 아장아장 걸어 나온다. 아직 기저귀를 찰 것 같은 아기들이 걸음마를 배우면서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는 캐나다 아이스하키를 절대 이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넘어지고 바닥에 철퍼덕 자빠져도 엉차 하고 일어난다. 한 꼬마는 넘어져서 일어나려고 바둥거리다가 몸이 말을 안 듣자 몸을 휙 뒤집어 팔을 휘저으며 얼음에서 수영을 한다.
심하게 귀엽다.
야구장처럼 키스타임도 있고 댄스 타임도 있다. 디제이는 연신 댄스 음악을 틀며 거대한 몸을 흔들고 있다.
퀘벡 시티의 아이스하키 경기는 그냥 스포츠가 아니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벌이는 지역 공동체의 스포츠 축제이다. 폭설이 내리고 긴 겨울을 보내는 퀘벡 사람들이 우울감과 고립감을 이겨내기 위해 다 같이 모여 소리를 질러대며 지루한 겨울을 함께 버틴다.
마지막 피리어드이다. 3-3 동점 상황에서 상대 팀 선수가 골을 넣는다. 경기가 과열되기 시작하고 몸싸움이 치열해진다.
결국에는 선수 두 명이 난투극을 벌인다. 서로 얼굴을 치고받으며 과격하게 싸우는데 다른 선수들은 말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중무장하고 있어 때려도 별로 안 아픈가’라고 생각하지만 램퍼츠 선수가 상대 선수에게 맞아 바닥에 넘어진다. 그제야 심판이 선수들을 떨어뜨려 놓는다. 싸우던 선수들은 퇴장당하고 분이 안 풀리는지 스틱으로 애꿎은 벽을 때린다.
잠시 후 선수 둘이 바로 앞에서 퍽 하고 부딪치는데 상대 팀 선수가 코를 부여잡고 메디컬 팀원과 로커로 들어간다. 코가 부러져 얼굴은 피투성이가 된 채 옆의 통로에 피를 철철 흘리며 지나간다.
‘이건 뭐 격투기야 뭐야’ 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경기에 집중하지만 그렇게 경기는 3-4로 패배하고 만다. 하지만 홈팀 응원석에서는 선수들을 격려하는 박수가 터져 나오고 우리도 아낌없는 환호를 보낸다.
비디오트론 경기장 앞의 빅토리아 공원에는 나무들이 한두 그루씩 옷을 갈아입고 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하늘에는 격렬했던 순간을 지우려는 듯 구름이 평화롭게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