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낭화 Oct 15. 2020

아기가 잠을 안 자요

영아산통, 수면 의식

"수면 교육은 중요합니다."


육아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말이다. 아기를 키우기 전까지 필요성을 잘 몰랐다. 아기가 잠에 들어야 할 시간이 되면 단순히 불을 끄고 자리에 눕히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기는 신생아 시기를 지나자 쉽게 잠들지 않았다. 아기가 커갈수록 재우는 것은 더 어려워져만 갔다. 아기의 수면에 대해 공부를 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다.  


신생아 때는 수면 교육이 따로 필요 없었다. 아기는 분유를 먹고 배가 부르면 곧 잠이 들었다. 아기의 위식도 역류 때문에 바로 눕히지 않았다. 나와 같이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던 남편은 아기를 안고 공부를 했다. 30여 분 뒤 잠든 아기를 눕혔다. 아기는 쌔근쌔근 자고 있었다. 


아기는 자면서 소리를 계속 냈다. 나는 밤중 수유 때문에 깊게 자지 못했다. 더군다나 아기가 내는 소리에 신경이 쓰였다. 잠을 깊게 자기 힘들었다. 마치 술 취한 아저씨랑 누워있는 것 같았다. 아기는 자면서 끙끙 소리를 내고 힘을 주기도 했다. 얼굴이 빨개졌다. 아기는 팔을 허우적대며 움직이다가 눈을 뜨기도 했다. 어른보다 REM(rapid eye movement) 수면이 많기 때문이다. 신생아 시기가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넘었을 때였다. 아기는 한밤중에 갑자기 깼다. 울기 시작했다. 얼른 분유를 타 줬다. 배가 고픈 것이 아니었다. 기저귀를 갈아줘도 마찬가지였다. 문득 '영아산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의 배를 문질렀다. 누워서 자전거 타기 자세로 발을 굴려줬다. 아기 울음은 커지기만 했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뿡~"

30분쯤 지나자 아기 방귀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지난밤 내 행동이 떠올랐다. 


새벽마다 배고프다고 우는 아기에게 분유를 타주는 것이 참 귀찮았다. 분유를 숟가락으로 푸는 것조차 힘들었다. 때마침 샘플로 받은 스틱형 분유가 기억이 났다. 젖병에 물을 담고 분유 한 봉지를 털어 넣었다. 쉽고 간편했다. 아기는 분유를 꿀떡꿀떡 마셨고 바로 잠이 들었다. 내 행동에 스스로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나도 빨리 잠들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뒤 아기는 깨서 울었다. 아기의 울음 원인은 갑자기 바뀐 분유 때문이었다. 분유 제조회사가 다른 제품으로 바꿀 때는 서서히 해야 하는 것을 몰랐었다. 아기는 배가 아파서 울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새벽에 분유 타는 것이 그리 귀찮게 느껴지지 않았다. 정성을 기울였다. 


아기는 이유 없이 새벽마다 자다가 깼다. 실컷 울고 나서 잠들었다. 전공의 시절 만났던 어린 아기의 부모들이 생각났다. 새벽에 아기가 자다 깨서 갑자기 운다고 응급실로 달려오는 초보 부모들이었다. 대부분 병원에 오면 아기는 울음을 그치고 자고 있었다. 집에 있을 때는 동네 떠나가라고 심하게 울던 아기들이었다. '영어 산통'때문에 보채는 아기를 보면서 안절부절못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진실로 이해할 수 있었다. 


생후 한 달이 지나자 아기는 점점 깨어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자기 전에 칭얼거리는 것도 늘었다. '수면 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잠들기 전 1~2시간 전부터 아기에게 잘 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아기가 편안히 잠들 수 있게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고 반복된 행동을 했다. 이런 과정이 지속되면 아기는 잘 시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스스로 잠들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인 것이다.  매일 일정한 수면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기가 잘 시간이 되면 조용한 음악을 틀고 조명을 어둡게 했다. 생후 40일경부터 밤 10시가 되면 클래식 음악을 틀었다. 작은 조명 하나만 켜놓고 주위를 어둡게 했다. 음악과 분위기를 통해 아기에게 잘 시간이라는 것을 알려줬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분유도 먹였다. 소화시킬 수 있도록 아기를 30분간 안아줬다. 초반에는 공갈젖꼭지를 물려 눕혀 재웠다. 아기는 공갈젖꼭지를 빨면서 잠이 들었다. 하지만 입에서 저절로 빠져버린 공갈젖꼭지를 다시 물리진 않았다. 


이후로 아기는 밤에 4시간 동안 깨지 않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수면 의식을 매일 했다. 생후 80일에는 밤중 수유를 하지 않았다. 8시간을 연속해서 잤기 때문이다. 잘 자다가 깨는 날도 있었다. 조용히 토닥여줬더니 다시 잠들었다. 생후 100일쯤이 되자 아기는 일정한 시간에 잠드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밤중 수유도 끊을 수 있었다. 수면 패턴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아기의 수면 습관 만들기는 모든 엄마의 과제인 것 같다. 육아 서적은 참고용일 뿐이다. 정답은 엄마에게 있는 것 같다.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지는 엄마가 안다. 자신이 매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꾸준히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엄마와 아기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면 된다.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늦은 때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라도 잠들기 전 매일 할 수 있는 의식을 찾으면 된다.

이전 08화 아기의 납작한 뒤통수가 고민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