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두증
사람마다 자는 자세가 다르다.
하늘 보고 누워 자는 사람, 옆으로 자는 사람, 엎드려 자는 사람...
아기도 마찬가지다.
신생아조차 좋아하는 수면 자세가 있다.
우리 아기는 신생아 때부터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잤다. 그때마다 나는 아기 머리를 왼쪽으로 돌렸다. 몸통까지 왼쪽으로 돌려놓기도 했다. 그래도 어느새 아기의 자세는 처음 방향으로 돌아가 있었다. 아기는 앞짱구였지만 뒷머리는 울퉁불퉁했다. 오른쪽이 왼쪽에 비해 현저하게 눌린 '변형성 사두증'이었다. 아기 머리를 같은 자세로 오래 유지하다 보면 생긴다. '자세성 사두증'이라고도 부른다.
전공의 시절을 돌이켜볼 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보호자가 있었다. 그녀는 생후 2개월 아기가 고개를 한쪽 방향으로만 돌리고 있다고 걱정하였다. 나는 단순히 아기가 목을 돌리지 않는 것을 고민하는 줄 알았다. 아기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여줬다. 아기 목 근육에 아무 문제없다고 말하며 보호자를 안심시켰다. 내 아기가 비슷한 증상을 보이니 그때 상황이 떠올랐다. 엄마가 되어보니 아기의 행동 하나하나에 마음이 쓰였다.
아기가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는 것은 이유가 있다. 단순히 아기가 그 자세가 편해서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질병 때문에 머리를 고정시키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선천 사경'은 한쪽 목 근육이 짧아져서 생기는 질환이다. 사경은 치료하지 않으면 오랜 기간 같은 자세로 인해 두개골의 한쪽 면이 편평해지게 된다. '마비 사시'는 눈 근육의 마비가 오는 질병이다. 아이는 한쪽 방향으로 머리를 고정시키고 사물을 바라본다. 사두증의 또 다른 종류인 '두개골 유합증'은 두개골을 이루는 뼈들이 빨리 붙는 질환이다. 뇌 성장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자세성 사두증이라고 판단하기 전에 이런 병들에 대해 확인해야 한다.
아기는 생후 4개월이 되어가고 있었다. 주로 누워 지내다 보니 사두증이 심했다. 한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아기의 목에 만져지는 덩어리는 없었다.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을 때 뻣뻣한 느낌도 없었다. 아기의 눈앞에 인형을 보여주고 움직이면 눈동자를 굴려 잘 따라봤다. 대천문은 손가락 한마디 정도로 열려있었다. 앉힌 자세에서 머리도 가누었다. 얼굴과 귀의 위치는 대칭적이었다. 평소 자세 및 생활습관 교정으로 일그러진 뒷머리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기를 하루 한두 번 엎드려 놓는 자세를 취했다. 5~10분가량 엎어놓고 고개 들기를 시키는 것이다. 생후 40일부터 아기를 엎어 놓았다. 아기가 깨어있는 시간에 엎드린 자세로 있는 것이 운동 발달에 좋기 때문이다. 생후 62일이 되자 아기는 깨어있는 시간이 늘었다. 아기는 힘이 생겨 고개를 더 잘 들었다. 아기와 놀아줄 때는 평소 아기가 고개를 잘 돌리던 방향의 반대 방향에서 놀아줬다. 아기가 자는 동안 자세를 수시로 바꿔주는 것은 기본이었다. 사두증은 생후 4개월 즈음 가장 심했다. 아기가 7개월쯤 되었을 때 조금씩 변화가 보였다. 아기가 스스로 머리를 가눌 수 있고 앉아서 놀면서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
요새 소아과를 찾는 엄마들은 전문가 수준이다. 인터넷을 통해 의학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아기 질병에 대해 스스로 진단하기도 한다. 가끔 어떤 분들은 병원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용무를 보기 원한다. 대학병원에 제출할 진료의뢰서만 받고 싶어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두증으로 진단하기 전에 위에 말한 질병들을 감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한 사두증의 경우 헬멧 모양의 보조기를 사용한다. 소아과 교과서에 따르면 생후 6개월 이전에 하는 것을 권한다.
우리 아기는 배냇머리가 많이 없었다. 유난히 머리카락이 천천히 자랐다. 두 돌이 되어서야 머리 전체에 머리카락이 생겼다. 머리카락이 아기 뒷머리를 덮을 때까지 찌그러진 뒤통수가 신경 쓰였다. 아기가 자라면서 얼굴이 비대칭으로 될까 봐 걱정했다. 아이가 커서 일그러진 뒤통수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속을 태웠다. 하지만 아기 뒤통수가 머리카락으로 덮이니 그것이 더 이상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엄마들은 아기의 최고 관찰자이다. 아기가 어디가 아프다고 말하기 전에 엄마는 알아차린다. 엄마들은 이렇게 시간과 관찰의 힘으로 아기 박사가 되어가 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