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재. 신나는 글쓰기 2기' A16_장면을 글로 스케치하기.
움직인다. 조용히 움직인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개미들이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다. 일렬종대로 나란히 줄을 맞춰 그들은 참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유치원에서 배운 바에 의하면 개미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내가 밟고 서있는 이 땅 아래 어딘가 존재할 그들의 집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그들의 삶의 터전. 엄마가 수없이 읽어주었던 책 안에서 그들의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았다. 입구와 출구 그리고 크고 작은 수많은 방들이 꼬불꼬불 미로 같은 길들로 연결되어 있었다.
엄마가 나를 부른다. 소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두 손 가득 간식을 들고 우리에게 오고 있는 엄마가 보였다.
'형, 엄마가 부르는 소리 들었지? 우리 그만 갈까?'
'아니야, 이제부터 시작이야. 엄마가 녀석들의 모이를 가지고 오잖아. 이제 본격적으로 탐험이 시작될 거야.'
그렇다. 엄마의 손에 들린 것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개미들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할 나침반이다. 동생과 나의 발밑에서 우왕좌왕하며 그들의 그녀를 위한 음식을 찾아 헤매고 있는 수많은 개미들에게 던져줄 낚싯밥이다. 미처 먹이를 구하지 못한 녀석들의 검은 팔과 다리가 더 바삐 움직이고 더듬이는 레이더망을 활짝 펼치고 있다. 절호의 찬스다. 이렇게 많은 개미들이 모여있는 것은 놀이터에 누군가 떨어뜨린 김밥 주변에 김보다 더 까만 띠가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본 후 한 달 만이다. 오늘이 디데이다. 역시 엄마는 내 마음을 읽어내고 달콤한 과자들을 한가들 가지고 왔다. 하늘이 내려준 기회다. 지난번 놀이터에서 찾지 못했던 개미들의 대문을 찾아내고야 말겠어.
'형. 형. 이거 부셔서 주자.'
'너무 잘게 부수면 우리 눈에 안 보여. 개미에게만 좋은 일 시켜주는 거라고.'
'알았어, 형. 이거 어디에 뿌릴까? 그냥 아무 곳에나 던지면 되는 거야?'
'작전을 짜야지. 머리를 써라 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자 여기로 와봐. 아까부터 관찰한 결과로는 저쪽 커다란 소나무 뿌리 아래가 개미들의 집일 가능성이 커.'
동생과 나는 봉지를 꾹 눌러 만든 과자 조각을 솔솔 뿌렸다. 그러자 개미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정신없이 뒤엉켜있던 까만 점들이 과자로 만들어진 길 위에서 뒹굴거렸다. 블랙홀에 빠진듯한 그들의 움직임은 곧 멈췄다. 자기의 덩치의 두세 배가 될법한 과자 조각들을 어깨 위에 올리고 일제히 한 방향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우리의 작전은 대성공이다. 이제 조용히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들의 뒤를 가만히 따르다 보니 내 머릿속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음표들이 송송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한 발을 움직이는 동안 개미들의 다리는 얼마나 바쁠까? 미끄러지듯 일사 불란하게 과자 조각들을 나르고 있는 깜장이들을 보니 참 신기했다. 저 작은 것들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저렇게 많은 개미들이 사는 곳은 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책에서 읽은 것들이 개미들의 왕국의 전부일까? 그곳에도 배고픈 아가들이 있고 수많은 알을 낳느라 항상 힘겨운 여왕이 있겠지. 일개미들은 일만 하고 살 텐데. 그걸 이 개미들은 알까? 알고 나면 억울한 텐데. 친구 개미랑 축구를 할 수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책을 읽을 수도 없을 테니까. 엄마 아빠와 멀리 산책을 나와 지금 나처럼 즐거운 순간을 가질 수도 없을 테고 말이다. 재미있다는 게 뭔지는 알까?
순간 발아래에서 무거운 먹이를 겨우 올리고 힘겨운 행군을 하고 있는 개미들을 보니 정말 불쌍해 보인다. 가족이라고는 이 먹이를 가져오라 명령한 여왕개미와 자기와는 평생 보지도 못할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알 들일 테니. '억울해! 힘들어!'라고 개미들의 아우성이 내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건드리면 바로 부러질듯한 가녀린 다리들이 더 후들거리는듯해 보였다. 지쳤는지 짐을 잠시 쉬는듯한 개미들은 과자 부스러기를 내려놓지도 못했다. 답답한 녀석들. 자기들의 목숨만큼 소중히 하는 듯했다. 며칠 전 마지막 남은 후라이드 한 조각을 너무나 소중히 여기던 유니 같았다. 그걸 누가 가지고 간다고. 나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공원의 흙길 위에는 나와 동생이 뿌려놓은 과자 가루가 잔뜩 있었다. 모르면 몰라도 이 정도면 저 녀석들의 세계에는 올해 가장 큰 축제가 열릴 거다. 그럼에도 지 몸뚱이의 몇 배가 되어 보이는 짐을 업고 있다. 쉬고 있는 몇몇 개미들 가까이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앗! 내 눈을 비볐다. 와! 이럴 수 있나? 녀석들과 눈이 마주친듯했다. 인간의 말을 못 하는 개미들이 눈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잠시 내 손가락을 들어 바라봤다. 마음 같아서는 녀석들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싶었다. 힘내라고. 할 수 있다면 개미들의 집으로 내려가는 사다리까지만이라도 이 먹이들을 가져다주고 싶었다. 내게는 정말 쉬운 일들이니까. '후~후~'하면 숨 쉬는 일만큼 자연스러운 것인데. 저 작은 개미들에게는 이렇게 힘겨운 일이라니. 하기사 어른들이 휙휙 해 내는 수많은 것들이 내게는 아직 너무 어려우니까. 작은 짐꾼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긴 한다.
'쭈니야! 그만 돌아가자!'
엄마가 나를 또 부른다. 뒤를 돌아보니 햇빛에 눈이 부시다. 하늘을 가득 채웠던 구름들이 어디로 숨어든 건지. 개미들만 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그 몸이 가벼워 하늘 위로 둥둥 떠오르다 사라진 걸지도 모르지. 아니면 구름들도 햇빛이 너무 뜨거워 집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엄마의 손을 잡고 걷는 지금의 나처럼. 개미들의 집을 알아내려던 오늘의 작전을 실패한 것이 조금 아쉽다. 그래도 뭐, 괜찮다. 내일 엄마에게 김밥을 싸 달라고 해야지. 더 훌륭한 먹잇감을 준비할 거다. 지금은 엄마와 잡은 내 손이 좋다. 개미도 구름도 집으로 가는데 나도 그만 돌아가야지. 집으로.
'엄마, 오늘 저녁은 뭐예요?'
'응? 뭐해 줄까? 우리 쭈니가 신나게 놀았으니. 금방 배가 고파지는구나. 네가 제일 좋아하는 카레 해줄까? 고기랑 감자 듬뿍 넣어서.'
'네. 맛있겠다! 엄마 우리 누가 먼저 집에 도착하나 내기해요. 유니는 깍두기. 녀석은 꼬맹이니까!'
아래의 음악과 영상을 반복해서 듣고 보며 연상되는 단어와 이미지들을 모아봅니다. 그리고 소설을 써봅니다.
두 번째 영상 : 영화 The Mission
https://www.youtube.com/watch?v=oag1Dfa1e_E&ab_channel=HangTaeCho
두 번째 영상 : 영화 The Mission
**https://www.youtube.com/watch?v=V-m5u0OFF_E&ab_channel=Channel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