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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몽 Feb 02. 2022

1+1은 2가 아니라 0일지 모른다.

캘리그래피 일기 131thDay

하루의 기록이 매일의 흔적들로 남는 것이 일기장이다. 브런치와 블로그를 나의 일기 바닥으로 쓰고 있다. 사실 고백하건대 혹여나 일기를 남기지 못하는 날이 있게 될까 우려되 어제의 일기를 오늘에서야 올린다. 매일 꼭 남기고 싶다는 옹골진 바램으로 시작된 잔꾀였다. 일기를 남기는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기 시작하며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한다. 캘리까지 그려내려니 이래저래 신경을 써야 한다. 대충 글을 쓰기도 하고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일기 속의 내 글이 아닌 연습한 문구를 그날의 캘리로 올리기도.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 하리류의 성향을 가진 나지만 참 이상한 부분에서 완벽하려 한다. 한 번쯤이야 하다 보면 흐지부지 되는 일들을 수없이 봐왔기에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 노력한다. 그래서 하루 늦은 일기를 올리게 된 거고…

여하튼 고백하며 지금을 기록한다.

저녁을 먹고 남은 반찬을 정리하다 락앤락을 떨어뜨렸다. 그릇은 산산조각이 났지만 발을 살짝 피해 떨어져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지난번 다친 발가락이 또 부러질 뻔한 아찔한 순간. 유리조각이 튀어 난 상처를 소독하고 밴드를 붙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1+1=2’이다. 이는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살이에서 ‘1+1=0’이다. 자연이 그렇다. 힘이 그렇고 너와 내가 만나도 마찬가지다. 둥근 지구를 닮아 우리의 삶도 원이다. 지평선처럼 긴 걸음이라 직선처럼 느껴지지만 원이다. 결국은 만나고 0, 즉 무가 된다. 나 혼자뿐이 아니라 너와 내의 만남도 그렇다. 너와 내가 만나면 더하고 빼며 서로의 장단점을 얼싸안아 더하고 빼며 0이 된다. 물론 둘이 합하면 힘이 커진다고 느껴질 수는 있지만 요즘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하얀 부엌 바닥 위에 굴러다니는 유리조각을 치우며 마음 한편에 쌓였던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한다. 에너지 보전의 법칙이던가? 지난번에는 내 발가락이 깨지고 이번은 그릇이 그렇게. 형태가 바뀔 뿐이지 항상 존재한다. 부딪히는 순간 공기 중에 부유하며 출구를 찾던 기운이 더하고 빼며 흔적을 남긴다. 사람의 만남도 그렇다. 기운이 오가며 더해지는 듯하지만 온전한 0이 된다. 뭐 나의 개똥철학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과학적으로도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이렇게 믿으니 세상이 조금 달리 보인다. 쓰레기봉투 속에 담긴 유리조각들이 내게서 가져간 에너지는 무엇일까? 이 밤 애써 마지막 반짝임을 남기며 마음을 떠난 파편에는 어떤 지난날이 남아있을지. 저물어가는 하루에 반창고를 붙여본다. 달팽이 집처럼 동그랗게 말려가는 생각들이 2가 아니고 0이 되리라 여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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