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화花몽梦그리다.

by 화몽

나,


있는

작은방

끝. 거기 저 구석 사각 모서리에 끼어 맞춰 나 있네.

사방이 죄이듯 막힌 공간의 한쪽 끝.

거기 거기에 누구 있나요?

초승달만 한 새끼손톱 틈을 벌려 선을 넘어가 불러봤어.

서걱 써어걱 새 나는 소리에 구부정한 허리로 당겨 앉아 있는 내게

어?

다가오네.

내려앉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무게만큼의 떨림으로

닿아있는 곳이야, 그런데 어디쯤?

가늠할 수 없는 거리를 더듬어가며 우리를

만난다.

본다.

보이지 않는데 보게 된다.

안아준다.

알 수 없는데 알 것만 같은 당신을 안게 되네.

서로 그리

되네


나,

어깨 위에

이천 삼백칠십 네 자의 글자로 눌어붙어 있던 나, 나날들.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으로 또다시 건너편으로 쌓여만 가던 새겨짐의 무게를

틈 속에서 기어 나온 강아지풀을 뜯어

피리를 불었어. 실려 오는 소리에 덤으로 올려 날려보네.

물고 이어지는 고리의 속삭임을 따라 가.


나,

따르며 좇은

조곤조곤 풀벌레 소리가 밤하늘에 빛은 알알의 반짝임

양 떼를 몰고 오던 목동의 걸음이 찍어낸 그 빛을 따라

서로를 그리워했던 견우와 직녀 곁에서

우리는 나누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그리 어울려.

꼽기 힘든 값들의 자모가 이어져 지금을 대신해 끌어안은 한 점.


나,

뜨거운 계절의

어둡고 밝은 여기 지긋한 밤 도시의 구석에 쪼그린 채

나는 위를 향해 높게 향한 손을 뻗어 끝을 비비며 이어보네.


이제는 따스해.

너,

진부하지만 전하고 싶은 말, 고마워요.




"안녕하세요. 지난 일주일 어떻게 지내셨나요? 근황 좀 전해주세요."


학창 시절 즐겨 듣던 라디오 방송이 떠올랐다. 오프닝 시간에 맞춰 주파수를 돌리면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던 그때. 아... 인사멘트가 제법 익숙해져 가는 순간인데 이번이 마지막 합평 시간이란다. 좋은 시간에는 발이 여럿 달렸나 보다. 미꾸라지처럼 두 손을 잘도 빠져나간다. 아쉬움이 이렇게 큰 것을 보니 진정 좋았나 보다. 이 시간, 사람, 글... 그리고 '함께'라는 두 글자가 소중했나 보다.


같이 글을 나눈 이들 중에는 매일 이야기를 이어가는 이도, 일주일에 한 편의 글로만 만나게 되는 이도 있었다. 8주간의 글 바닥 만남, 전부터 이어온 인연도 이번이 첫 만남인 분도 있었다. 오래된 장맛처럼 숙성된 시간이 가져오는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했다. 그러나 진정한 마음은 온전히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내 글이 숱한 양념을 걷어낸 까닭이기도 하겠지만, 나를 모르는 이들이었기에 온전히 글만으로 나를 읽고 만나고 이해해주었으며, 내 손을 꼭 잡아줌이 느껴졌다. 거기에 온기까지 추가.


글 바닥 나누는 이중 지리산 자락에 누워 접속한 분이 계셨다. 헤드셋 너머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에 적재의 '별 보러 가자'를 함께 들었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떠보니, 나는 너른 산 어귀 풀밭 위에 누워있었다. 유독 힘겨운 여름 밤하늘을 은하수로 수놓았다. 풀향기와 함께 연결되어 있는 이들의 내음이 실려 왔다.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 그들과 함께 하는구나. '36.8도' 우리의 체온이 나를 토닥여준다.


따 뜻 하 다 .


<마음을 새기는 시간> 5기 모집합니다. 우리 같이 캘리해요!!!

-8/30(일)까지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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