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또래에 비해서 잔병치레가 (매우) 잦은 편이긴 했지만, 요즘처럼 심했던 적은 없었다. 일 년 내내 방에 처박혀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을 때에도 허리만 조금 아팠지, 결코 이 정도는 아니었다. 어제는 또 하나의 이상 증세를 확인하고 얼마나 화가 나던지 툭, 건들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제부터 여기 아프다, 저기 아프다 토로할 예정)
회전근개 염증
시작은 수영을 그만두면서부터인 듯하다. 포기하기 전 마지막 수업 때 킥판을 잡고 왼손을 처음으로 돌렸는데 정확하게 돌리려고 동작을 크게 하다 보니 무리가 됐나 보다. 그날부터 어깨가 조금씩 불편하기 시작했다. 그냥 근육통이 조금 있는 거겠거니 하고 내버려 두었는데 도무지 나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3주가량이 지났을 때 안 되겠다 싶어서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의 지시에 맞게 왼팔과 오른팔 각각 등에 어디까지 닿는지 뒤로 뻗어보았는데 유연성이 형편없었다. 그중에서도 왼쪽은 아파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진단은 회전근개 염증... 오십견과 비슷한 증상이라는 충격적인 진단이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수영하다 오십견이라니(오십견이라고 확정받지 않았지만). 누가 보면 선수라도 되는 줄 알겠다. 허우적 대다가 한 달 만에 그만둔 수영인데. 그나마 "놀다가 다쳤어요." 보다는 "수영하다 다쳤어요."가 나아 보이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접촉성 피부염
그렇게 어깨 통증을 부여잡고 있을 때 발생한 건 입술 접촉성 피부염이었다. 입술에 생겼던 수포가 잠잠해지자 오돌토돌 입술 라인 주위에 뭔가 자꾸 올라와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간지러워 자꾸 긁게 되고 각질 같은 것을 뜯으니 입술이 부어올랐다. 이것도 두면 낫겠지 했는데 한 달째 그대로였다. 인터넷 검색으로 접촉성 피부염이라는 걸 알게 되어 뒤늦게 연고를 꼬박꼬박 바르고 있다. 다 나은 줄 알았는데 또 올라와서 다시 열심히 바르는 중...
역류성 식도염
우리나라 성인 중 역류성 식도염 없는 사람 찾아보기 힘들다지만, 나는 정도가 심하다. 어렸을 때부터 위산이 종종 역류하곤 했는데 요즘은 음식물 자체가 역류한다. 그렇게 자꾸 위산이 목을 건드리다 보니 목소리도 쉬고 조금만 말해도 목이 아프다. 처음에는 감기 혹은 코로나일까 걱정했는데 식도염 약을 먹으니 바로 괜찮아졌다. 약을 끊으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 문제지만...
결막염
이쯤 되면 온몸에 염증이란 염증은 다 달고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주일 전쯤부터 아침에 왼쪽 눈의 충혈이 심했고 간지러웠다. 눈물이 끈적하게 달라붙어 시야가 흐려 생활하는 데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평소보다 많은 눈곱도 뭔가 이상하다 싶긴 했다. 지난 토요일에 병원에 가니 예상했던 대로 결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자기 전에 두 종류의 안약을 넣어야 한다. 결막염은 며칠 만에 거의 다 나은 것 같다.
이외에도 평소 잘 나지 않는 트러블이 입가와 턱 주위에 잔뜩 생기고, 순간적으로 피부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등 '나 면역력 망했어요~'라고 말하는 오만 증상을 겪고 있다.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고 눈에 띄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생활을 해야 하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이러다 코로나 청정구역이던 우리 집에 코로나까지 옮아올 것 같아 불안해져, 면역력 저하의 증상을 찾아보고 그 핵심적인 원인(그래봤자 식습관이겠지만)을 뜯어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