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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ㅠ Oct 02. 2021

가을이 오면

등산의 계절

무더웠던 여름은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다.

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바뀌는 곳은 산이다. 울긋불긋한 단풍잎과 은행잎으로 알록달록 색깔을 갈아입는 산. 무언가에 홀린 듯 나는 가장 가까운 관악산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관악산 정문에는 많은 등산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산 타기 좋아하는 5060 세대의 사람들과 2030 젊은 남녀들이 모임들까지. 어르신들이야 많은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등산을 취미로 가진 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SNS에서 에코 등산이라고 해서 젊은이들이 산을 타면서 각종 쓰레기를 수집해서 하산 시 버리는 자연과 함께 하는 친환경적인 등산이 유행이라고 한다. 이런 에코 등산을 하는 젊은 여성 중에는 레깅스를 입은 사람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레깅스만 입은 여성을 보면 조금 보기 민망하다. 음부가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도끼 자국이 보인다. 그래서 나는 오해받기 싫어서 눈을 돌린다. 잡설이 길었다. 지금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빨간 단풍이 나를 반겨준다. 

수많은 단풍들이 내가 온 것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한 느낌이다. 아직 익지 않은 단풍은 초록을 유지하고 있었다. 왼쪽은 빨강, 오른쪽은 초록. 둘로 나뉘어 있어 균형 있고 이쁜 산책길 코스라서 기분이 좋았다. 산책길을 지나가고 앞으로 쭉 걷다 보면 호수공원이 하나 있다. 개인적으로 이 호수공원만큼 이쁜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분수대 위치라던지 나무다리가 분위기 좋게 잘 조성되어 있다. 태양을 쬐어 땀이 나는 몸을 더위를 식히는 데는 이만한 곳이 없다. 시원한 물 한 번 만져 보면 더위가 싹 가신다. 적당히 차가운 호수 물은 나의 몸과 정신을 맑게 해주는 느낌이다.


호수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다시 올라간다.

올라가면 만남의 광장이라고 해서 배드민턴장과 식수대가 놓여 있다. 가져온 물을 다 마신 등산객들은 여기서 물을 채운다. 아직 정상에 올라가려면 2시간은 더 걸어야 한다. 나는 호수공원에서 휴식을 취했기에 계속 올라간다. 올라가다가 귀여운 다람쥐를 발견했다. 이 다람쥐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내게 다가온다. 먹이를 주는 줄 아는가 보다. 똑똑한 녀석. 재작년에 가족들과 관광버스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안내해주시는 가이드분이 '산에 화재라던지, 자연재해로 인해 먹이가 많이 줄어들어서 다람쥐가 사람들 사이로 내려온다'라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이때도 다람쥐들이 가까이 와서 마치 강아지가 먹이를 달라고 내게 다가오는 것처럼 그렇게 느껴졌다. 아쉽게도 나는 먹이가 없었기에 가까이서 다람쥐를 응시하다가 앞으로 다시 걷는다.


2시간이 지났을까. 어느덧 정상 연주대가 보인다.

약 5시간을 걸어서 도착했다. 밑으로 작게 보이는 자동차들과 옆으로 안양과 과천이 보였다. 옆에는 등산 모임에서 사진을 찰칵찰칵 찍는 모습도 보였다. 학창 시절에는 연주대도 금방금방 올라서 4시간 만에 정상을 찍었던 기억이 있었다. 지금은 나이가 들었는지 빨리 올라가기는 힘들어졌다. 그래도 정상인 연주대까지 찍을 수 있는 체력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에 내 몸에 감사함을 느껴야겠다. 속으로 야호! 크게 소리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하산했다. 다음에 올라갈 때는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한번 등산해봤으면 좋겠다. 맑은 공기와 피톤치드를 마시며 힐링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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