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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ㅠ Aug 09. 2023

별이 빛나는 밤에

나의 빛나는 밤을 마무리하는 나만의 루틴


2008년쯤이었을까. 아마 중2쯤.

내 방에는 TV나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다. 뭔가 세상과 단절된 느낌. 밤 10시쯤 책상에 앉았는데 중간고사 공부 하기가 너무 하기 싫었다. 그러다 뭘 할까 했는데 우연히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했다. 연식이 15년쯤 되었을까. 이것저것 누르다가 FM/AM 기능이 있길래 눌렀는데, 사람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거 뭐지 하며 놀랐다


내가 처음 들었던 라디오는 "옥주현의 별이 빛나는 밤에" (이하 별밤)였다. 당시 정확하게 어떤 음성들이 오고 갔는지는 지금은 기억 안 난다. 기억나는 건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신나게 흥얼거릴 수 있다는, 이 하나만으로 라디오 세계에 흠뻑 빠져 들었다. 그리고 더 좋은 건 항상 새로운 노래를 발견한다는 것 또한 나에게 매력 포인트 중에 하나였다. 이로 인해 남들보다 음악적 지식이 풍부해졌다고 생각한다.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일반적인 대중가요도 많지만 가끔은 클래식도 듣고, 때로는 트로트도 듣고, 라디오는 켠 순간부터 행복에 가득 찼다. 가끔 내가 좋았는데 잊고 있었던 노래가 나오면 그만큼 좋은 게 없었다.


그렇게 라디오 듣다가 고2 때쯤 내 방에 컴퓨터가 생겼다. 게임을 하거나, 숙제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잊혔다. 그리고 대학교를 다니고, 군대를 갔다 오고, 사회생활을 하며 바쁜 20대가 지나갔다. 그러다 재작년에 공장에 야간 근무를 해야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새벽을 어떻게 버텨야 할까 생각하던 도중에 뇌리에 스쳐간 잊고 있었던 라디오가 생각났다. 스마트폰에 라디오를 검색했는데 라디오 어플이 떴다. 한 15년 만에 별이 빛나는 밤에를 다시 듣게 되었는데 여전히 라디오의 감성은 여전했다. DJ가 사람들의 사연 읽어주고, 흥겨운 노래가 나오는 것은 그대로였다.


달라진 점이라고 한다면 DJ가 바뀐 것. 지금은 김이나 작사가님이 진행하고 있다. 아 코너도 바뀌었다.

예전에 별밤 뽐내기라고 해서 일반인들이 참여해서 노래 부르는 코너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더라. 예전엔 사연 보내려면 방송국에 편지를 보냈어야 했는데 지금은 모바일/PC에서 어플을 통해 실시간 채팅으로 DJ와 대화가 가능해진 편리한 세상이다. 지금 별밤 들으면서 브런치 작성 중인데 실시간으로 김이나 DJ가 내가 쓴 사연을 읽어줘서 기분이 좋다. 가끔씩 사연 읽히고 받는 선물도 있었다. 피로회복음료, 에빙플랜드 수첩 을 받았다.


인간은 처음 경험 한 것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영속성을 지니게 된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다. 오후 10시에 항상 라디오는 MBC로 고정되어 있다. 다른 라디오는 듣지 않는다. 라디오가 끝나는 12시에 숙면에 취하는 루틴이 생겼다. 10시부터 나는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퍼즐 맞추기 등을 할 때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늘 그대로인 친구 같은 라디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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