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설렘이 시작되는 곳
일요일 저녁.
소파에 누워 빈둥거리던 내 폰이 진동했다.
[엄준식]
— 잘 들어갔어?
나는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은정]
— 응, 덕분에. 너도 잘 들어갔어?
잠깐의 공백.
곧바로 답장이 왔다.
[엄준식]
— 그럼. 근데 다음 주에 뭐하냐?
[은정]
— 왜?
[엄준식]
— 같이 어디 갈래?
나는 폰을 들고 잠깐 고민했다.
'같이 어디?'
그 한 문장이 생각보다 오래 머릿속에 맴돌았다.
[은정]
— 어디?
[엄준식]
— 신림천 걷자. 저번에 지나가면서 봤는데, 길 이쁘더라.
[은정]
— 한강도 아니고 신림천? ㅋㅋ
[엄준식]
— ㅋㅋㅋ 신림스럽게 살아야지. 그래도 생각보다 괜찮아.
나는 괜히 웃음이 났다.
이상하게, 이런 소소한 제안이 싫지 않았다.
[은정]
— 좋아. 시간은?
[엄준식]
— 토요일 오후 4시? 아직 추우니까 낮에 걷자.
[은정]
— 오케이. 그때 보자.
대화를 끝내고 폰을 내려놓았다.
창밖을 보니 어둠이 내려앉은 신림의 거리가 흐릿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곧 또 만난다는 사실이,
별것 아닌 것처럼 굴면서도,
속으로는 괜히 기대됐다.
함께 걷는다는 것.
그냥 걸을 뿐인데도.
나는 이미 마음 한켠이 설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