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멈춰 있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붕어빵 하나에 녹아든 마음

by Dㅠ

토요일 오후, 신림천.

바람은 여전히 쌀쌀했지만,
햇살이 살짝 따뜻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생각보다 괜찮네."
준식이 먼저 말했다.

"그러게. 신림천이라길래 별 기대 안 했는데."

우리는 천천히 강변길을 걸었다.
주변엔 산책하는 사람들, 뛰노는 아이들, 그리고 한적한 벤치들.

"여기 진짜 자주 오는 거야?"
내가 물었다.

"아니. 그냥… 오늘 너랑 같이 오고 싶어서."

준식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순간, 심장이 살짝 두근거렸다.
괜히 눈을 피하며 앞만 보고 걸었다.

"나 없으면 혼자 안 왔을 거면서."
나는 장난처럼 말했다.

"당연하지. 같이 걸을 사람이 있어야 오지."

준식은 웃으며 말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살짝 흩날렸다.

이상했다.
똑같은 얼굴인데,
어릴 때랑은 다르게 보였다.

조금 더 깊어진 눈빛.
조금 더 조용해진 웃음.

그리고,
그 모든 걸 바라보는 내 마음도 달라져 있었다.

우리는 별말 없이 강변을 따라 걸었다.

가끔 마주치는 눈빛,
작은 농담,
그리고 함께 터지는 웃음소리.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아까운 기분이었다.

"은정아."

"응?"

"오늘, 그냥 걷기만 할까 했는데."

준식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작은 종이 봉투였다.

"이거."

봉투 안에는 따뜻한 붕어빵 두 개가 들어 있었다.

"헐, 언제 샀어?"

"아까 너 화장실 갔을 때 몰래."

"ㅋㅋㅋ 너 진짜…"

나는 웃으면서도, 괜히 가슴 한쪽이 찡했다.

별것 아닌 붕어빵 하나에도,
이 사람이 내 하루를 이렇게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게.

손에 쥔 붕어빵이 서서히 식어갔다.
하지만 마음은, 서서히 데워지고 있었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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