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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루루루 Jun 21. 2020

분주한 우리 집 아침

시끌벅적한 아침 시간, 브런치 x 우리가 한식 공모전

  수증기 빠져나가는 밥솥 소리,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 모든 소리를 잠시 멈추는 꽉 찬 드라이기 소리, 숨을 거칠게 내뱉는 소리가 조금씩 들리면 슬슬 눈이 떠진다.

 평범하게 나는 소리지만 어젯밤 늦게 잠든 내게는 불편한 소리였고 거슬리는 소리였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서 푹 잠을 자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오늘 새벽에도 우리 집은 분주하다.


 눈을 겨우 뜨니 거실 앞 TV는 켜져 있고 그 앞에서 아버지는 숨을 내쉬며 팔 굽혀 펴기를 하고 계신다. 매일 아침 푸시업을 하신다는 건 들었는데 막상 눈 앞에서 보니 새삼 대단했다. 10개를 연달아하시더니 한동안 숨만 쉬고 계신다. 땀을 흘리는 아버지 옆을 지나 오른쪽에는 식탁이 있다. 식탁 아래엔 10살짜리 포메라니안 코코가 고개를 45도 돌리며 의아한 듯 나를 쳐다보고 있다.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게 밥 달라는 신호 같다.


 식탁 옆엔 밥을 그릇에 담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밥 먹엇!"


할머니는 크게 소리 지르셨다.  다른 사람이 보면 할머니는 화난 듯 보이지만 사실 할머니는 화난 게 아니다. 그냥 퉁명스러우신 편이다. 약간 츤데레 타입이신데 식사시간엔 더욱 그러신다. "밥 먹엇!" 이라고 외치신 후에는 겸연쩍은 듯 허허 웃으시는 게 소녀 같으시다. 이 고함은 밥을 안 먹는 가족들을 타겟으로 한다. 우리집에서 밥을 먹지 않는 다는 것은 죄다. 밥 한 그릇을 뚝딱하지 않으면 할머니에게 꾸중을 받는다. 그래서 식사시간엔 무조건 식탁에 앉아서 밥을 남김없이 다 먹어야 된다.


새벽 5시. 우리집의 아침식사는 이때 시작된다.

나는 정신은 깼지만 차마 몸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갑자기 쏟아진 밝은 빛 때문에 눈이 따갑고 앞이 잘 안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비비며 식탁에 앉았다. 밥은 먹어야 되는게 우리집 룰이니깐

 

  TV는 YTN 채널이 켜져있었고  '이재용 부회장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코로나 감염자수가 50명대로 늘어났습니다' 등 뉴스 소식이 들린다.  뉴스 소리를 배경으로 가족들과 대화가 오간다.


"자전거 타고 갈거냐??" 할머니가 말하셨다.

"비 잠깐 멈췄으니 자전거 얼른 타고 갈려구요."

아버지는 요즈음 차를 처분하시고 자전거로 출퇴근 하신다.

어제 버스 타고 가실까 생각하시더니 다행히 비가 그쳤나보다.

 

 그 사이 동생이 옷을 말끔히 차려입고 거실로 나왔다. 한손에는 비타민, 한 손에는 오메가3를 손에 쥐고

물 한잔과 함께 털어넣고 식탁에 앉았다. 식탁 위엔 갓 지은 꼬들밥, 윤기가 좔좔흐르는 갈비찜, 갈색 통에 있는 김치, 케쳡이 뿌려진 프랑크 소세지 반찬, 호박이 불규칙하게 분배되어 있는 칼칼한 된장찌개가 보인다.

푸짐하다. 먹을 게 많다. 숟가락으로 두부를 담으면서 젓가락으로는 김치를 집는다.

잡곡밥을 한 숟가락 입에 넣고, 갈비찜 하나 손에 쥐고 뜯는다.


" 형 오늘은 뭐할 건가?"

"서점가서 책좀 읽을라고"

" 저녁에 맥주 한잔 할꺼?"

" 좋지 "

동생과 급작스런 맥주 번개 약속이 이뤄진다.


우리집의 아침은 이렇게 TV 배경 소리와 그 소리 사이사이에서 일어나는 가족들간의 대화, 식탁 아래 강아지 코코가 밥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어우러져 있다. 이 소리는 기상할 때는 불편했지만 어느새 귀에 익숙하게 남아 편안하다. 이 시끌벅적함은 동생이 출근하고, 아버지가 자전거를 끌고 밖으로 나가시면 당분간 고요함으로 변한다. 할머니 또한 코코 밥을 주고, 산책을 나감으로써 더욱더 고요해진다.


분주했던 아침이 끝나고 찾아온 휴식 시간

다 나가고 혼자 남은 이 집에서 한 동안 잠도 자지 않고

멀뚱히 앉아 있다.

다른 집이라면 이제서야 밥을 준비할 그 시기

우리집의 아침은 빠르다. 너무 빠르다보니 순식간에 사라진 그 짧은 시간의 분주한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다.


밥이 소화가 안되는지 잠이 다시 오지 않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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