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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도 Oct 28. 2022

시칠리아로 떠날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은 5가지


 1. 이탈리아어 공부해가기


시칠리아에서 한 달간, 우리가 더듬거리는 이탈리아어로 대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들이 너무도 많다. 우리에게 다정한 이웃이 되어주었던 동네 사람들은 우리가 이탈리아어로 말을 걸기 전과 후가 완전히 태도가 달랐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도 많고, 기본적인 영어를 할 수 있더라도, 영어를 쓰기를 부끄러워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외국인이라고 부담스러워하는 눈빛을 보이다가, 부족한 이탈리아어라도 말을 하려는 노력을 보이면, 그들의 경계가 무너지고 ‘아이고 귀엽네’하면서 다정한 눈빛으로 변하곤 했다.


잘하지 못하는 언어를 실생활에 쓰려는 일은 어렵지만, 나는 그 일이 ‘당신과 소통하고 싶고, 당신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하는 여행자의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기 전 한 달 정도 이탈리아어를 혼자서 공부했고, 머무는 한 달 동안도 매일 밤마다 조금씩 공부했다. 우리는 핌슬러 Pimsleur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했는데, 듣고 말하는 실용적인 연습 위주라서 유용했다.


인사하고 안부 묻기/주문하기/가격 물어보기/숫자/맛을 표현하는 방법 등 현실적인 상황에서 쓸 수 있는 표현 위주로 연습하면 지루하지 않게 공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레스토랑에 갔을 때 밥을 다 먹고 delicious대신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buonissimo! 라며 손가락을 모아 입술에 대는 제스처를 하면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것이다.


2. 머무를 도시를 정하는 방법


시칠리아에는 아름답고 여행하기 좋은 도시가 너무도 많다  - 팔레르모, 타오르미나, 체팔루, 노토, 카타니아, 시라쿠사 등등. 그리고 각각의 도시의 매력이 매우 다르다. 자신의 여행 스타일에 맞는 장소를 선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의 방법은 이랬다.


원하는 여러 도시를 염두에 두고 한 달 디스카운트가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알아보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숙소가 있는 곳을 골랐다. (보통 한 달 디스카운트는 20-30% 정도이다)


나는 머물 도시만큼이나 지낼 동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구글 지도를 보며 주변 커피숍과 공원, 서점 등을 검색해서 동네 분위기를 느껴본다. 그곳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일상을 만들어가는 그림이 그려지는지가 중요하다.


여행책에서 말하는 “가야 하는 곳” “꼭 봐야 하는 도시”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조금 덜 유명한 도시에는 북적이는 여행객들 대신 낯선 이방인에 호기심이 많은 순박한 눈빛의 현지인들이 있다. 그것이 시칠리아 소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시칠리아의 도시들(노토, 팔레르모,체팔루, 타오르미나)


 3. 그들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재미

이탈리아 사람들의 일상은 리추얼을 위주로 돌아간다. 아침에는 동네에 카페에서 커피와 달콤한 베이커리를 먹고, 저녁 식사 전에는 아페르티보 시간이 있어서 동네 바에서 와인이나, 맥주, 아페롤같은 칵테일을 한잔 마신다.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을 때는 드레스 업을 하고 치장을 하는 것을 즐긴다.


특히 먹는 일은 그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고, 작은 룰 같은 것들도 많다. 예를 들면,  카푸치노처럼 우유가 들어간 커피는 아침에만 마시는 것이라 오전 11시가 지나면 마시지 않는다거나, 여름이라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아이스로 커피를 희석시킨 음료는 마시지 않는다는 것. 피자는 여러 개 시켜서 사람들과 나눠먹는 것이 아니라, 1인 1피자를 먹고(도우가 얇아서 양이 많지 않다), 피자의 페어링은 와인이 아니라 맥주인 것.


이런 것들을 알아두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받아들여보면 더 재밌는 여행이 될 것이다.


 4. 단골가게 만들기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먼저 쉽게 말을 걸지는 못하는 편이다. 내향과 외향 사이에서 내향에 치우친 사람인 내가 이곳에서 아는 사람들을 넓혀갈 수 있었던 것은 좋아하는 가게에 단골이 되면서부터였다. 마음에 드는 가게를 발견하면, 더 이상 새로운 곳을 시도하지 않고, 그곳을 다시 갔다. 그러다 보니 매일 아침에 가는 집 앞 카페, 동네 서점, 슈퍼마켓, 시장에서 늘 가는 과일 아저씨, 견과류 할아버지 등등 우리를 알아보고 반가워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단골이 되면 얻게 되는 이득이 많다. 늘 보는 얼굴이니, 하나라도 더 좋은 물건을 얹어주고, 식재료를 사면 그걸로 어떻게 요리하면 맛있는지 팁도 알려주고, 서점에 가면 시칠리아 작가들 책도 추천해주고, 주변에 이벤트 같은 것도 알려주고, 그러면서 이곳에서의 경험이 훨씬 더 풍부해졌다.


5. 가기 전에 보면 좋을 책과 영화


여행책자에 의지하기보다는 다양하게 읽고 보면서, 도시에 대한 정보와 감각을 쌓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여행 가기 전, 그리고 여행 중에 읽고 도움이 되었던 책과 영화를 공유한다.


에세이, 소설, 영화, 역사책, 다큐멘터리 같은 다양한 매체와 장르의 밸런스가 필요하다. 어떤 날에는 역사적 사실, 흐름으로 뼈대를 만들고, 어떤 날에는 에세이로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그곳을 걷는 상상을 하고, 어떤 날에는 소설이나 영화로 자유롭게 여행지에 대한 감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렇게 여행하는 상상을 하며,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기다리는 이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고 느낄때도 있다.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도 여행의 경험의 일부이니까.


책 리스트

<오래 준비해온 대답> 김영하  

<이탈리아 남부 기행> 민혜련  

<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 마흔 살의 하루키가 유럽에서 3년간 머물렀던 시간을 담아낸 에세이.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 영어권 작가인 그녀가 이탈리아어와 사랑에 빠지면서 이탈리아어를 배워가는 과정에 대한 에세이. 그녀는 이후 이탈리아어로 소설을 쓴다.

<이탈리아의 사생활> 알베르토 몬디 : 의외로 굉장히 내용이 신선하고 알찼다. 이탈리아인의 시각으로 사소한 일상부터 근본적 문화적 차이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이탈리아 기행> 요한 볼프강 괴테 : 1780년대의 이탈리아가 생생하게 그려져서 정말 재밌게 읽었다  

<The Leopard> by Giuseppe Lampedusa : 1860년 양시칠리아 왕국이 북이탈리아로 편입되며 이탈리아가 통일되는 과정을 배경으로 하는 고전소설

<The Invention of Sicily: A Mediterranean history>, Jamie Mackay : 현대 시칠리아에 대한 역사책

<The Florios of Sicily: A Novel>, Stefania Auci : 동네 서점 주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재밌었던 소설. 플로리오스라는 가문의 3대에 걸친 대서사시.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큐멘터리

[말레나] : 내가 머물렀던 시라쿠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모니카 벨루치의 영화

[대부 3부작]

[시네마 천국] : 시칠리아 체팔루가 배경이다.

Anthony Bourdain: Parts Unknown, Sicily S02 E05, CNN : 앤서니 보데인의 여행 다큐멘터리 시리즈 중 시칠리아편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다른 이탈리아 영화/드라마

[나의 눈부신 친구] 1980년대의 나폴리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시리즈. 시즌 3까지 왓챠에서 볼 수 있다.

[신의 손] 나폴리 출신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나폴리에 바치는 헌사같았다. 넷플릭스

[트립 투 이탈리아] : 영국의 더 트립 시리즈의 이탈리아 편. 모두의 취향은 아닐 수 있는 독특한 코미디이지만, 아름다운 배경과 (종종) 지적인 성찰이 녹아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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