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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가 정보불균형을 돌파하는 방법

by 최팔룡

예상하지 못한 돌발변수가 떠올라 비즈니스 항로에 큰 변침(變針)이 생기면 안일한 일상에 파묻혀 살던 사람들은 이게 무슨 자연의 조화인가 싶어 놀라는 경우가 있다. 암초 같은 것은 배로 가까이 다가가 봐야 그 형상을 볼 수 있듯이 중소기업 경제활동의 변침항로라는 것도 미리부터 준비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틀 전만 하더라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고 사태 또한 그 누가 예상할 수 있었으랴. 급박한 변침이나 유고사태라는 것은 우리가 피하고 싶다고 피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실은 수면 밑에서 준비 중이었던 사태를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 조짐도 없이 평온했던 바다라는 말은 좀 어울리지 않는다. 애쓰지 않고 맨 눈으로 보니까 아무 것도 안 보였다고 말해야 한다. 수중탐지기를 정시에, 제 위치에서 써봤더라면 기막힌 사태를 미리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잘 몰랐지만, 박 시장의 내밀한 공간에서 벌어지던 모종의 스토리는 몇 년에 걸쳐 준비되고 있었고 그것이 어떤 시점에 딱 불거져서 놀랐던 것뿐이다. 정보라는 것은 처음에는 제한되어 맴돌이를 하다가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에 폭발적으로 유통되는 것이 목격된다.

OO역 인근에서 호프집을 겸업하는 모 공직자의 사례는 그 정보가 내 손에 머물러 맴돌이를 하고 있다. 선출직 공무원이다 보니 공직이야 띄엄띄엄 하는 것이고 호프집 사장이 단연 주업이다. 제보에 따르면 동료 공직자들과 함께 집행해야 할 공금을 자신의 점포에서 지출을 하였다고 한다. 공금을 자신의 가게에서 쓰는 것도 곤란한 노릇이지만 그 보다 심한 문제는 일종의 카드깡 같은 것을 수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사는 그냥 정량만큼만 하고 써야 할 공금을 뭉텅이로 한 번에 결제를 시킨다. 그래놓고 공직자들이 현금쿠폰처럼 나중에 쓰게 한다. 기껏해야 몇 백만 원의 밥값 술값을 이렇게 미천한 방식으로 지출해야 할 그들이 가련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다. 제보 내용이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곧 행정정보가 공개될 것이다. 식사 인원, 지출 금액 제한 등을 조금만 짚어보면 그 제보의 진위는 금방 가려진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사자들은 요즘 감투놀음이 한창이다. 정보의 맴돌이가 어느 순간 걷혀지면 그들은 갑자기 암초를 만났다고 투덜댈 것이다. 암초가 갑자기 나타났다는 생각은 단지 본인의 착각일 뿐이다.

조그만 권력이라도 가지고 장사를 하는 사장님이야 위세가 대단하겠지만 대다수 이 땅의 자영업 사장님들은 지금 정말 어렵다. 장사가 안 되는 것이야 두 말할 나위가 없겠고 지식과 정보가 부족해서 헤매는 분들을 보면 정말 도와주고 싶다. 전국에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이라는 것이 풀리고 있는데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청을 못하는 사태가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랑구에 있는 어떤 세탁소 사장님이 바로 그렇다. 생업으로 바쁜 와중에 지원금 신청하느라 날을 샌다. 단순히 정보기기 사용 노하우를 몰라 곤란을 겪는다. 내가 어느 날 가게를 쑥 들어가는데 그 분이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지원금을 어떻게 신청하는지 알고 싶어서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다고 하였다. 유심히 봤는데도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단다. 이 지원금의 핵심은 작년보다 올해 매출이나 소득이 25% 감소했음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만만치 않다. 일단 매출과 소득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는 사장님들이 한 둘이 아니고, 어떤 기준으로 작년과 올해 매출액을 산출하는지 설명하는 것도 힘들다. 경우의 수가 워낙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필요한 서류를 한 번에 준비시키는 것도 어렵다. 무엇이 작년의 매출인지, 올해 매출액은 어떻게 산출하는지 어려워하는 사장님들이 많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시스템 접속 자체가 어렵고 이런 저런 에러 메시지가 발생하여 문의전화를 해보면 항상 불통이다. 이 지원금은 신청하면 2주 내에는 꼭 나온다고, 고용노동부 장관은 얼마 전에 호언장담을 했었다. 지금은? 지원금을 신청하면 서류를 보정하고 나서도 1개월은 걸린다. 장관만 실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공무원들이 만든 그런 시스템은 항상 말썽이 난다. 심지어 첨부 파일의 용량이 크면 시스템에 입력을 못한다. 국가의 재원으로 마련한 사이버공간을 절약해야 한다는 신념이 투철한 것인지 10Mbyte 이상은 입력하지 못하게 막아놨다. 그림파일을 필요에 따라 작게 편집할 줄 모르는 사람은 지원금 신청하기도 낭패다.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어떤 정보를 기준으로 지원금이 나오는지, 그림파일은 어떻게 편집해야 하는지 잘 알아야 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무슨 컴퓨터활용능력 시험을 봐서 우수자에게만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인지? 난이도는 중상이다. 잘 안 되는 사람은 오프라인 접수처에 가도 받아준다고는 한다. 그렇지만 막상 가서 해결하려고 보면 대기줄이 최소한 2시간이다. 지원금을 주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허들을 3개, 4개 쌓아놓고 60대, 70대 자영업자들을 시험에 들게 할 필요가 있을까? 그 세탁소 사장님, 우여곡절 끝에 지원금 신청은 했으나 앞으로 1개월은 기다려야 할 것이다.

어떤 조그만 공방을 준비하던 사장님은 세무 분야의 정보가 부족하여 곤란을 겪고 있었다. 6월에 창업을 하여 약 한 달간 매출액은 거의 없는 분이었는데 세무서에 부가가치세 일반과세자로 등록을 했다고 한다. 세금계산서 발행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업종에 종사하기 때문에 일반과세자로 등록할 이유가 없다. 적격증빙이 필요한 소비자에게는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최근 세법이 개정되어 수입금액(=매출금액)이 4,800만원 이하의 간이과세자는 부가가치세 납부를 아예 면제받는다. 그런데 이분은 단지 세무서에 일반과세자로 등록했다는 이유로 얼마 되지도 않는 매출액의 1/11을 부가세로 떼어놓았다고 납부를 해야 한다. 처음 등록은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다시 간이과세자로 전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업자 등록을 한지 며칠 안됐으니까 실수라고 주장해서 간이과세자로 등록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그렇다면 기왕의 사업자를 폐업해버리고 새로운 사업자를 내면서 간이과세를 등록할 수 있을까? 이것이 조금 더 현실성이 있다.

공방 사장님의 곁에 단 한 명의 조언자가 있었더라도 이런 소동은 없었을 것이다. 우선 세금계산서 발행을 해야 하는 업종인지 스스로 체크할 수 있게만 해주면 된다. 부가세법에 대한 골치 아픈 공부 같은 것은 필요 없다. 일반과세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물건을 공급할 때 간이과세자보다 나은 것은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있다는 점 외에 다른 장점은 없다. 물건을 공급받는 사람이 사업자이고 지출증빙 현금영수증이나 카드매출전표를 받아도 된다면 세금계산서는 필요 없다. 소비자 대상이라면 세금계산서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간이과세자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사업 초기의 사업자에게 엄청난 세제 혜택을 준다. 조그만 공방 사장님이 요즘 같은 시절에 사업 첫 해부터 매출 4,800만원을 넘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세금 면제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하더라도 간이과세자의 세 부담은 훨씬 가볍다. 일반과세자가 70% 이상의 매입으로 공제를 받아봤자 간이과세자 꽁무니를 따라간 정도밖에 안 된다. 이 정도의 지식만 전달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었더라면 그 사장님은 당연히 간이과세를 선택하였을 것이다.

그러하니 자영업자가 아무리 외롭다 하더라도 이 모진 풍파를 혼자 견뎌내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조언을 받아 보고 책을 찾아보고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는 것이 좋다. 생소하고 복잡해 보이는 정보라 하더라도 간단한 검색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전문가의 조언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미진한 것이 있다면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봐야 한다. 요즘은 이런 제도들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무료 컨설팅도 받을 수 있으니 사업 초보자들은 돌다리 두드리듯 비즈니스의 세계로 진입하시기 바란다.


TIP!

자영업 컨설팅 무료로 혹은 저렴하게 받는 방법

예비창업자라면? 서민금융진흥원(미소금융), 저축은행에서 창업 자금을 신청하고 컨설팅을 받아본다. 신용도가 낮은 경우에도 대출이 승인되는 경우가 많고 설령 대출이 안 되어도 컨설팅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창업 이후의 사업자라면? 연매출 4,800만원 미만의 사업자이거나 간이과세자라면 <소상공인마당>에서 무료로 소상공인 컨설팅을 받아볼 수 있다. 매출액을 증빙할 수 없거나 매출액이 초과한다면 컨설팅 비용은 12만원이 발생하지만 컨설팅을 통해 본전을 뽑을 수 있다. 물론 컨설팅을 받는 사람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나선다는 전제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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