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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by 최팔룡 Jul 31. 2020

‘펫택시’ 업종을 영위한다는 사장님을 어제 처음 만났다. 운반 상자 없이 강아지나 고양이를

안고 탈 수 있는 택시라고 보면 된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나 돼지는 동물운송업이라는 업종을 생각할 필요가 없지만 개나 고양이는 사람의 일상 속에 있기 때문에 별도의 운송업이 탄생한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코로나 덕분에 동물운송업은 이제 시장이 탄탄한 성장기로 진입하고 있다. 펫택시 업체 중에서도 메이저가 있고 어제 만난 사장님처럼 갓 진입한 마이너도 있다.

내가 여기서 더욱 주목해 본 것은 그 펫택시 업체들이 영업을 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서서히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세한 펫택시 업체들이 별도의 앱이나 서비스 공간을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무거운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 시장 진입 장벽을 높게 만든다. 콜서비스, 거리 측정, 요금 결제 시스템까지 모두 플랫폼에서 해결해주면 된다.

이런 플랫폼은 개념적으로만 보면 이상적인 자유시장처럼 느껴질 것이다. 게임의 규칙만 잘 만들면 서비스의 질에 따라 훌륭한 업체는 소비자의 선택을 많이 받아 성장할 것이고, 소비자가 배척하면 플랫폼에서 퇴출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플랫폼은 대부분 사기업에서 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광고, 수수료 등 플랫폼 자체의 이윤 문제가 있다. ‘배달의 민족’이 자영업자들과 지속적인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와 같은 논리적 모순 관계의 필연성을 배경으로 한다.

만약 플랫폼이 자유시장 경제의 이상적인 모델처럼 운영되기만 한다면 그 시장에서 개별 업체들의 장기적인 매출액은 플랫폼 노출 면적과 서비스 질의 곱으로 결정된다. 플랫폼 노출을 개인이나 법인별로 동등하게 제공한다면 서비스의 질이 유일한 성공요인이 된다. 즉 가장 우수한 업체가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거의 완전하게 실현되는 것이 플랫폼 공간이다. 플랫폼을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이 공적으로 관리하여 공정성을 담보할 수만 있다면 자영업 생태계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예고되며 완전히 새로운 판도가 열리게 된다.

사실 손에도 잡히지 않는 플랫폼이라는 것에 공공이라는 간판을 내 건다는 것이 언어도단이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것까지 국가가 통제하면 창조성을 근간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게 된다는 논리다. 분명 그 말은 틀린 것은 아니다. 실제 ‘타다금지법’ 같은 것들을 계속 만든다면 새로운 플랫폼을 창조해내는 상상력 그 자체가 소실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창조적 상상력이 있고 나서 이에 대한 반성적 규제라는 것도 필연적이라는 사실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최초 창의적 발상과 이를 기반으로 한 기업가적 추진력이 중요한 만큼 일정 성장기를 거친 해당 산업에 대한 간섭과 규제도 중요하다. 어떤 산업이든 무한히 자유를 보장할 수는 없으며 결국 공적인 틀 내에서 처리해야 할 부분이 생긴다.

플랫폼이라는 외래어를 사용하다보니 이런 것이 요즘에나 등장하게 된 것 같지만 사실 플랫폼 개념은 사적 소유와 상품경제를 기반으로 한 고대 경제부터 늘 있어 왔던 것이다. 삼국시대나 대한민국이나 똑같이 가장 중요한 플랫폼은 역시 토지다. 토지는 여러 가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이제 와서 살펴보면 그 플랫폼적인 성격이 두드러진다. 다른 모든 상품은 사적으로 소유하거나 독점할 수 있을지 몰라도 토지라는 것은 지구의 일부분인데 그것을 배타적으로 영속적으로 처분할 수 있게 한다면 지구 표면의 플랫폼적 성격을 포기하는 것이다. 물이나 공기의 상당한 부분을 특정인에게 독점적으로 몰아준다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틀림없이 문제가 생길 것임을 안다. 마찬가지 지구의 표면도 그러하다. 지금 우리 사회의 부동산 문제도 이런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플랫폼을 플랫폼답지 않게 사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 볼 수 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온라인 플랫폼도 그러할진대 눈에 뻔히 보이는 토지라는 플랫폼이야 두말 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다고 필자가 부동산의 공유적인 성격만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 부분, 일정 기간 책임 있게 사용할 주인은 필요하다. 2년 씩 전세로 살다보면 퇴거를 1개월 앞둔 시기에 주택을 엉망으로 사용하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시시각각 체험하게 된다. 나의 책임성은 거의 사라지는 상황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라면 적당히 더럽혀놓고 편하게 떠나는 게 내 개인에게 유리하게 느껴진다. 주인이라면 다르다. 당장 집을 팔더라도 제 값을 받기 위해 윤을 내어 집을 관리한다. 곰팡이가 생길 것 같으면 돈을 들여 보강재를 설치한다. 이처럼 주인은 확실히 주인답게 행동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세입자든 주인이든 부동산을 수익 목적에 맞게 주인답게 관리하도록 공적인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최상이다. 세입자니까 대충 더럽게 쓰는 것도 옳지 않고 주인이라고 해서 부동산 시세 차액을 독점하는 것도 옳지 않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부동산이라는 플랫폼 관리의 이상적인 모델은 바로 소유와 점유의 가운데, 중용에서 나온다.

중소 제조업을 위한 플랫폼이 최근에 등장한 것을 보면 우리가 처한 상황의 전모를 더욱 잘 알 수 있다. 히든커머스가 최근에 출시한 셀오틱이라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여기에서는 중소제조 업체들이 서로의 제품을 온라인 공간에서 품앗이 형태로 나누어 팔고 있다. 내 제품을 내가 파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내가 아닌 다른 A, B, C도 내 제품을 파는 것이다. 물론 나도 A, B, C의 물건을 팔아 준다. 판매대금이야 나중에 서로 간에 정산을 해주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오픈마켓에 가면 다양한 제품을 원하는 대로 팔고 있는데 이런 짓을 왜 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 제품을 나만 파는 것하고 모두의 제품을 모두가 함께 파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세상임을 이해해야 한다.

요즘 잘 팔리는 선풍기를 예로 들어보자. 대기업 제품이 브랜드의 힘으로 잘 팔린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제품이 온라인 공간에서 많이 노출되어 잘 팔리는 측면도 있다. 사실 LG가 선풍기를 직접 파는 것도 있지만 수많은 딜러들이 대리점이나 총판 형태로 팔기 때문에 엄청난 제품 노출이 발생한다. 돈을 들여 광고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제품을 많은 사람들이 취급하다 보니 오픈마켓에서 검색을 하면 LG 제품이 무더기로 튀어 나온다. 소비자들의 화면에서는 결국 메이저 3~4개 회사의 제품만 검색이 된다. 그래서 대기업 제품이 온라인 공간에서 선택받는다.

셀오틱은 이러한 구조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연합하여 서로가 서로의 대리점, 총판이 되어준다. 만약 1,000개의 연합군이 존재한다면 그 소속 회사들은 모두 1,000개의 온라인 대리점을 가지고 있게 된다. 내가 직접 온라인에 등록한 제품이 팔려도 되지만 나머지 999개 회사 중 하나에서 팔려도 된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총 1,000번 내 제품이 노출된다. 광고비를 지출해서 더 좋은 위치에 한 번 나오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1,000번 노출되는 것이 오픈마켓에서의 내 디폴트값이다. 대리점을 마련하는데 돈이 들지도 않고 별도의 창고비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유통회사를 섭외해서 판매하는 것처럼 판매수수료 때문에 골치 아플 일도 없다.

내가 듣기로는 그 회원 수가 최근에 50 정도였는데도 이미 약간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고 하였다. 이것이 1천개, 1만개로 성장하면 어떻게 될까? 언젠가는 옥션, 지마켓과 같은 페이지에 노출되는 제품 중에서 셀오틱 회원사가 취급하는 제품의 비중이 눈에 띌 것이다. 결국에는 셀오틱의 제품이 소비자 화면에서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그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오픈마켓은 껍데기만 남고 셀오틱의 체계가 중심부를 차지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상황 설정은 사고력으로 시뮬레이션해 본 것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다. 설령 셀오틱은 중간에 좌초하더라도 말이다. 이처럼 오픈마켓도 영원할 것 같지만 언젠가 새로운 체계가 등장하면 내부 논리에 의해 해소될 수 있으며 정부의 규제도 당연시 되는 시기가 온다. 공공마스크처럼 공공형 오픈마켓이라는 것이 언젠가 등장하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시라는 뜻이다.

공직자가 1주택만 소유하도록 하는 법안이 나온다고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리가 없다. 이렇게 쇼를 보여주면 여론의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역효과가 발생하여 부동산 시장에 발생한 모순은 앞으로도 심화될 것이다. 장기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등 토지의 플랫폼적 성격을 강화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어느 여당 국회의원이 실수로 보여준 유튜브 영상을 보면 우리가 막다른 골목에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반면 중소 제조업체의 집단적 오픈마켓 진출은 이제 가능성이 보이는 형국이다. 혼자서 잘 안되면 함께 뚫을 수 있는 경로가 열리고 있다. 오픈마켓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그 대열에 참가하는데 비용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상세페이지 작성까지 한시적으로 지원된다고 한다. 부동산 문제도 중소 제조업체의 돌파구도 결국 플랫폼에서 생사가 결정된다.


TIP!

중소 제조업체의 공동판매 경로는?

1. 셀오틱에 가입한다.

2. 오픈마켓에 최소한의 가입 절차를 거친다.

3. 제품 판매를 위해 제품을 등록한다. 아무리 간편하게 한다 해도 최소한 상세페이지 구성은 필요하다.

4. 시스템에서 제품 판매 현황을 파악하고 정산한다.

5. 시스템 도입 전후의 판매 결과를 분석하여 향후 판매 전략을 수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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