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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사이다 발언이 사회적 존경의 비결일까

by 최팔룡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 세상 좋은 것들을 직접 경험으로만 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직접 체험을 통해 눈에 보이는 물건이 주는 기쁨을 느끼거나 잘 몰랐던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기회를 얻는 것은 단순히 주워들은 견문과는 판이하게 다른 효과를 낳는다. 내가 이 물건을 써봤더니 정말 좋더라. 내가 직접 가서 봤는데 정말 근사하더라. 여기서 경험한 사람이 사회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사람이거나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는 사람이라면 그 체험담은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체험의 힘이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움직였다. 흔히들 소크라테스는 말의 힘으로 세상의 진리를 파악하는데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 뭇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믿어져왔다. 소크라테스의 전매특허인 ‘변증’이라는 것은 전문가로 알려진 상대방의 논리의 모순을 파헤쳐서 상대방이 자신의 무지를 깨닫도록 하는 방식이다. 소크라테스가 전문 영역을 모두 체험해봤을 리도 없고 그저 논리의 힘으로 각개격파를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문가로서의 독자적 권위를 구축하고 있던 당시의 소피스트들에게 소크라테스의 발언은 일종의 ‘사이다’로 느껴졌다. 그런데 그런 ‘사이다 발언’만으로 정말 압도적 다수의 신뢰를 얻은 것일까.

여기에 대해 소크라테스를 흠모했던 알키비아데스라는 사람은 다른 얘기를 한다. 두 사람은 그리스 전역을 무대로 했던 펠레폰네소스 전쟁에 참전하여 함께 싸웠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투가 벌어졌을 때 가장 용감하게 싸운 병사에게 주는 상을 알키비아데스가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소크라테스가 부상을 당한 자신을 구해주었고 자신이 받은 상도 사실 소크라테스에게 돌아갔어야 마땅하다고 여긴다. 자신은 도리어 전사할 뻔 했는데 그를 위기에서 구해주고 소지했던 무기까지 다 챙겨준 것이 소크라테스였다는 것이다. 용감한 군인 소크라테스, 참 낯선 것이지만 그 체험의 힘은 소크라테스에 무한대의 신뢰도를 가져왔다. 적군을 만났을 때도 침착하게 아측과 적측의 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행군을 했던 소크라테스에게 찬탄을 했던 사람은 유독 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제는 고인이 되셨지만 아직도 우리의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가 박완서. 평생 수 십 편의 다작을 했고 문학작품을 썼던 만큼 그가 남긴 텍스트들은 일단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허구였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도 리얼하게 인생 체험담처럼 써놓다보니 진짜 같지만 그런 분량의 체험을 진짜로 다 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상당수의 작품들이 체험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작품의 절반 이상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거나 전쟁의 결과로 빚어진 우리 사회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2011년에 작고하셨지만 한국전쟁이 끝난 지 50년이 지나도록 그의 텍스트는 줄기차게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다루고 있다. 아버지를 여의고 가장으로 여기고 기대왔던 오빠의 끔찍한 죽음, 전쟁통에 비천한 직장으로 알려진 미군PX에서 근무하면서 천재화가를 만났던 이야기, 전쟁이 낳은 적대감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으르렁대면서 싸우는 사람들의 그린 소시민적 회고담 같은 것들이 없었으면 소설가 박완서는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을 겪었고 그것 때문에 청춘 시절에 제대로 된 대학 생활도 할 수 없었지만 그런 기억들이 그가 우뚝 설 수 있는 자양분이 된 것이다.


소크라테스와 박완서는 모두 전쟁으로 각인된 체험이 그들을 지지하는 힘이 되었다. 많은 체험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체험은 전쟁이 아닐까 한다. 위에서 예시로 써놓은 두 가지 사례 모두 전쟁에 대한 것인데 내가 전쟁을 예찬하려는 것은 아니고 단지 강력한 체험으로서의 전쟁을 꼽아본 것이다. 체험이 강력하면 그로부터 많은 것이 파생된다. 전쟁터에서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훌륭하게 싸운 소크라테스였기에 전쟁이 끝나고 돌아와서 남들 하는 일에 참견하고 쓴소리를 해도 상당 기간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 정도가 심해 결국 사형당할 정도의 모함을 받은 것인지는 몰라도 말이다. 아버지와 오빠의 사망, 끔찍한 굶주림과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같은 것은 소설가 박완서에게 무한정한 글감을 제공했다. 약 3개월간 인공 치하에서의 경험은 어떤 이유에선지 거의 기술되지도 않지만 의식의 근저에 남아 텍스트의 각도를 틀어버렸다. 당연한 것이지만 체험의 강도는 인생의 경로까지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반면 조금 미지근한 체험들도 체험으로서 인간의 의식을 규정하는 경우가 있다. 재화와 용역을 사용해본 소비자들의 체험이 대표적이다. 그냥 친구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참 맛있다더라, 이렇게만 얘기하면 귀 기울여들을 만한 사람이 적을 것이다. 내가 언제 가서 직접 먹어보니까 그 집 분위기도 기가 막히고 음식 맛도 대단하더라고 써놓으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체험자가 유명인이라서 더욱 관심이 높아질 수도 있고, 체험을 들은 사람과 체험자가 각별한 관계에 있어서 그 체험의 공감 능력이 더욱 높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체험의 강도는 전쟁에서 가장 강력하고 밋밋한 상품 거래 관계에서는 은근한 밑불처럼 희미하게 나타난다.

점포 마케팅에도 체험의 효과는 각별하다. 음식의 맛을 확인한 손님이 다시 새로운 손님을 모셔온다. 도소매의 경우에도 잘 대접받은 손님은 다음 번에 올 때 가족이나 친구를 데려오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다만 체험 마케팅이라는 것은 손님이 주체가 되어 경험하고 이를 주변에 전파하는 형태가 되는데 이렇게만 내버려두면 점주가 개입할 여지가 없어진다. 체험마케팅이 좋다지만 정말 음식맛을 좋게 하면 착한 고객들이 알아서 주변에 입소문을 내주는 것으로 한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그런 훌륭한 시나리오가 가장 기쁘고 효과적인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래서 체험단 마케팅이라는 것이 각광을 받는다. 우리 가게에서 체험을 하고 나름대로 주변에 효과적으로 표현하도록 지지 격려하는 방식이다. ‘단(團)’이라는 표현처럼 정말 단체를 꾸려서 일종의 조직처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더욱 효과가 크다. 이런 조직은 그 목적을 주관하는 우리 사장님의 편의로 운영하면 되고, 조직 내부의 유기적 틀을 갖출 필요는 없다. 그러니 부담스러운 과제는 아니다.


체험단은 약간의 선물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히 움직인다. 체험단이 되었다는 것만으로 해당 점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준다. 그들이 만든 콘텐츠는 유튜브, 블로그, 카페 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체험단을 운영할 때에는 활동 가이드, 운영 기준을 잘 마련해야 한다. 좋은 콘텐츠를 짜내려면 추가 선물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1개 콘텐츠를 만들면 1개 채널에만 쓸 것이 아니고 2개 이상의 채널에 올리도록 유도한다. 블로그에도 쓰고 페이스북에도 올리는 식이다. 물론 네이버의 중복 로직에 적발되지 않도록 내용과 구성은 달리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체험단을 활용할 때 주의할 사항은 그들이 체험 활동을 포스팅하는 대신 대가성이 있는 사은품을 제공받았음을 명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파워블로거들이 제공받은 금품이나 선물을 포스팅 하단에 명시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허위 과장 광고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이유로 이러한 의무를 강제하고 있다. 솔직히 이런 체험 마케팅 1개로 큰 문제가 생길리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누군가가 신고를 하게 되면 해당 체험단이나 블로거의 책임은 없고 점주가 벌금도 내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진다. 그러니 체험단으로 하여금 선물을 제공 받았음을 꼭 적시하도록 부탁을 하고, 실제 포스팅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TIP!


체험 효과를 우리 가게에 적용하기

1. 작은 선물을 제공하여 단골 고객을 체험단으로 모집한다.

2. 체험단 활동으로 일부 효과가 확인되면 추가 독려를 하여 효과를 배가시킨다.

3. 체험단 모집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체험단 풀을 활용한다.

4. 콘텐츠 중복 활용과 선물 제공 공개 등 함정에 빠지지 않는지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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