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만 살아내기
나는 불안이 많은 사람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언젠가부터 내 뇌는 쉼 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몸은 피곤한데, 머릿속은 마치 놀이터의 회전 놀이기구처럼 ‘팽팽’ 돌아간다. 눈을 감아도, 쉬고 있어도, 머리만은 쉴 틈 없이 빠르게 회전하는 그 느낌은 꽤 지치고, 불쾌하다.
나는 나로 살아가는 게 참 어렵다. 인생 자체가 원래 쉽지 않다는 건 알지만, 지금의 이 성격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건 그 난이도가 몇 배는 더 높아지는 일 같다. 그래서 가끔 억울하다. 모두가 힘든 세상인데, 왜 나에겐 유난히 더 벅찬 것 같은지.
내 불안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과거의 상처가 다시 반복될까 두렵고,
다른 하나는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어떤 최악의 상황 앞에서 내가 무너질까 두렵다.
하지만 내가 정말 두 발을 딛고 있는 곳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현재’이다.
혹시 나는 현재를 살고 있으면서도, 자꾸만 시선을 과거나 미래에 두고 괜한 불안을 품고 있는 건 아닐까.
어쩌면 이는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 어떤 불행이 닥쳤을 때 덜 놀라고, 덜 아프기 위해 스스로에게 미리 ‘예방 주사’를 놓는 것이다. 나중에 겪게 될지도 모를 불행을 상상하며, 지금부터 대비하는 식이다. 그러면 막상 그 순간이 왔을 때 조금은 덜 아플 거라고 믿으며.
하지만 정말 그럴까?
미리 불안을 끌어안는다고 해서, 미래의 고통이 줄어들까?
글쎄, 어쩌면 현재의 고통 + 미래의 고통, 그저 고통이 두 배가 될 뿐일지도 모른다.
만약 일어날 확률이 각각 10%인 시나리오가 10개 있다면, 나는 그중 가장 끔찍한 10%의 시나리오를 골라 지금부터 불안해한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 전까지 그 고통을 계속 끌어안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90%의 가능성이 이기는 경우가 훨씬 많고, 결국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만약 그 90%에 스스로를 기대며 불안을 덜어내고, 실제로 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나는 결국, 아무런 이유 없이 나 자신을 괴롭힌 셈이 된다.
미래의 내가 혹시 아플까 봐, 지금의 나부터 아프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불안은 과거에서 온다.
이건 조금 다른 결이다.
이미 실제로 겪었던 일이기에, 더 생생하고, 더 힘이 세다.
“그 일이 또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어딨어?”라는 생각 앞에서는
어떤 논리도 무용지물이다.
이 세상에 100%도, 0%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대부분의 과거 경험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과는 독립적인 사건이다.
내가 과거에 연달아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꼭 그런 상처를 받을 거란 보장은 없다.
결국,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내가 느끼는 불안은 나를 지키기 위한 장치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 불안이 오히려 나를 더 괴롭히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결국, 나 자신을 더 믿어야 한다.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그 순간의 내가 잘 해낼 거라고 믿어야 한다.
지금의 나를 희생하면서, 닥칠지조차 모를 불안한 미래를 대신 살아갈 필요는 없다.
결국 그렇게 되면, 과거의 나도, 현재의 나도, 미래의 나도 모두가 손해를 보는 셈이니까.
“모든 일이 다 잘될 거야” 같은 무한 긍정도 굳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미래를 덜 생각하고
과거에 너무 머무르지 않는 것.
그게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최선이다.
잘 되지 않으면 어때.
그 순간의 나는, 또 잘 이겨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