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부터가 불공평한 인생에 대하여

비교 자체가 성립이 안되는 우리들의 삶

by 벼리언니

나의 10대, 20대를 돌아보았을 때 ‘비교’라는 단어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수많은 인생 콘텐츠 속에서 ‘남과 비교하지 않는 법’, ‘비교로 인한 열등감 극복’ 같은 주제를 수도 없이 들어왔을 것이다. 입시를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대와 자신을 비교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공부를 잘하던 학생이었기에 늘 주목받았고, 대학 입시에서 ‘등수’는 곧 대학의 간판과 직결되었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살았다.

흔히 말하듯,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을 건강하게 활용하면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한 번도 와닿지 않았다. 너무 결과론적인 말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어릴 적에는 누군가를 이기고 싶다는 마음에 밤잠을 줄이고 공부해 성적을 올린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비교가 원동력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면? 그때의 비교는 오히려 스트레스와 좌절로 남았을 것이다.

이제 20대 후반이 되어 느낀 것은, 비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인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며 발전할 수 있다는 말 자체가 애초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좋은 성과를 내는 타인에게 자극을 받아 나도 열심히 하게 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비교로부터 얻는 원동력’이 아니라 ‘나를 위한 동기’여야 한다. 목적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것’이어야 한다.

고등학생 때, 친구가 “쟤는 예전엔 나보다 못했는데, 지금은 훨씬 잘해서 스트레스야”라며 속상해하던 적이 있다.그때 나는 “우린 다 다른 자전거를 타고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세발자전거, 누군가는 외발자전거, 또 어떤 이는 산악자전거를 탄다. 심지어 도보로 가는 사람도 있다. 겉보기엔 좋은 자전거가 유리할 것 같지만, 모두 가는 길과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대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오프로드를, 누군가는 사막을, 또 다른 사람은 북쪽을 향하고 누군가는 남쪽을 향한다. 각각의 길에 맞는 이동수단을 택했을 뿐, ‘누가 더 빨리 도착하느냐’는 애초에 의미가 없다. 그때 내가 했던 그 말을, 정작 내게 해주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보니, 그 말이 정말 맞았다는 걸 새삼 느낀다.


20대에 들어 대학생이 되자, 성적 외에도 수많은 ‘비교의 리스트’가 생겨났다.
학교 성적, 동아리, 대외활동, 외국어 실력, 경제적 환경, 사는 지역, 옷차림, 외모, 체형까지.
공부만 잘하면 ‘잘 나가는 사람’이던 10대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그 시기를 지나며 ‘열심히 하면 된다’는 믿음이 무너졌다. 세상에는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영역’이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영역이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는 곧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세상’이라는 증거다.
비교란, 비교하고자 하는 요소 외의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만 논리적으로 성립한다. 그러나 그 나머지 조건이 모두 같은 경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조건들 대부분은 개인의 노력보다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의해 결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비교 속에서 자신을 옭아매고, 그로 인해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여기에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제할 수 있는 것 속에서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
그 사람이 진정으로 잘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성적을 잘 받고, 자격증을 따고, 있어 보이는 스펙을 쌓고, 면접과 인적성의 늪을 지나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이제는 심지어 좋은 사람과 결혼하고,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에 타는 모든 인생이 경주마처럼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그 모든 도착 지점이 비교가 되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너무 지치고, 생각만 해도 숨이 찼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인생은 정말 어떻게 될지 몰라서 내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인생이 반전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고, 나도 경험해왔다. 그 속에서 온전히 나를 행복하게 만든 것은, '예전에 힘들었던 나'의 순간에서 벗어나서 '지금의 나'에 도달한 그 시간들을 돌아봤을 때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행복의 길이었지, 객관적으로 정해진 지표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고, 다른 성향으로 살아간다. 즉, 세상은 애초에 불공평하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나면, ‘비교하지 말아야지’가 아니라, ‘비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결국 인생에는 단 하나의 방향만 있을 뿐이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나로 나아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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