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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Mar 04. 2021

완결되지 않은 삶-1

대학을 그만두고 취업을 했다. 25살이었다. 이렇게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앞으로 결혼이니 육아니 많은 과제들이 있겠지만 당시에 난 비혼주의나 딩크족 같은 것에 끌리고 있었고, 취업도 했으니 이제 받는 월급으로 나혼자 잘 먹고 잘 사면 된다고 생각했다. 큰 해방감이 있었다.


국어교육과를 다니면서 임용고시는 보지 않겠다고, 어떤 영웅심리로 가지고 학교생활을 했다. 동기들 아무도 하지 않는 복수전공이나 동아리활동을 하면서 임고생을 거쳐 교사가 되는 삶과는 다른 삶의 방향을 계획하고 있었다. 아니 계획은 아니고 꿈꾸고 있었다. 그런 의지의 표현으로 학과 외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그러다보면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도 복학하지 않았다. 군대에서 밤바다를 보면서 나의 적성이라던가 인생의 의미라던가 내 자신에 대해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내 진로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여러 가능성 중에서 내가 가야할 길을 무엇인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에 대한 반감만 늘었다. 도대체 대학은 내일이 있는가! 나는 국어교육과를 나와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큰 대의를 품은 듯 그렇게 복학은 자연스레 미뤄졌다. 관심있던 분야로 아르바이트랑 대외할동을 하면서 계속 생각했다.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걸까, 특기, 취미, 성향, 일의 의미 같은 것들을 쫙 나열해두고 그 활자들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복학을 했다. 복수전공 과를 다시 고르고 전과를 준비했다. 관련 대외활동도, 관련 아르바이트도 계속 했다. 그러다 현타가 왔다. 그 분야 속 현실적인 열악함을 느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무식하게 밀고나갔으면 계속 그 분야 일을 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너무 생각이 많았고 너무 쉽게 내려놓았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을 봤다. 안정적인게 최고겠구나 싶었다. 마침 지인이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었는데, 그 영향도 없진 않았던 것 같다. 공시생의 치열함과 경찰로서의 다사다난한 삶, 그게 그땐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다. 다시 휴학을 하고 학교 앞 자취방을 급하게 빼고 공부를 시작했다. 과목이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았다. 합격엔 암기가 더 중요했겠지만 조문과 판례 속 리걸마인드를 이해하는데에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생각이 많고 포기가 쉬운 나인데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한번에 합격했다. 아마 한번 떨어졌으면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텐데... 인생 참 기구하다. 그래서 내가 지금 경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적당한 계기와 적당한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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