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 Mar 04. 2021

완결되지 않은 삶-3

퇴사하겠다는 마음이 많이 굳어져갔다. 복학하고 학교를 다시 돌아가서 다른 가능성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객기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직업에 실망하니까 돌아갈 곳은 학교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젊으니까. 합격한지 2년이 지났지만 우리 경찰서로 나보다 어린 신임 직원이 들어오질 않는다. 초반엔 삼심대 동기들이 훨씬 많은 것을 보고 내가 정말 일찍 들어왔구나 생각하면서 어떤 우쭐감이 들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너무 성급하진 않았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아직 어리기에 충분히 다른 일도 해볼 여력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망하면 다시 경찰시험 보면 되지 라는 막연한 자신감도 있다. 죽기야 하겠어 라는 멍청함도 있다.


퇴사하고 복학하기. 요새 정말 많은 고민을 한다. 내 삶은 아직 진행형이니까 조금 무모한 일을 해도 되지않을까. 경찰 일을 하면서 경력은 안쌓여도 경험은 많이 쌓았으니까 어딘가에 도움은 되지 않을까,해서 취업을 했던 건 후회하진 않을 것 같다. 동시에 사실 무섭다. 자기 인생 자기가 조진다고, 내 인생 내가 조지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좀더 버텨볼까, 그냥저냥 시간이 지나면 이런 생각들도 없어지지 않을까. 내가 아직 주니어라서 이런 건 아닐까. 내가 나를 잘 모르는 건 아닐까. 내가 너무 철이 없는걸까, 끈기가 없나. 많은 망설임도 있다.


여전히 결정은 미뤄진다. 그러다 수강신청 날이 다가왔다. 어떡하지. 고민이 더 커졌다.


아직 이 결정도 완결이 안 됐다. 더 부딪히고 더 배우고 더 망쳐봐야 어떤 결정이 나올 것 같다. 정말 조직을 떠나 학교를 다니면서 다른 일을 알아볼지, 조직에 의미가 생겨서 계속 다닐 원동력이 생길지. 아니면 오히려 학교 생활이 경찰 생활의 원동력이 되어줄지는 그때가봐야 아는 것일테니까.


나는 생각이 너무 많고 완결까지는 너무 많이 남았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결론만 남았다.


앞으로 어떡해야하지. 다행인지 불행인지 완결되지 않은 삶에 고민만 늘어간다.


여전히 난 내 속을 모르겠고 아직도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완결되지 않은 삶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