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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Mar 05. 2021

완결되지 않은 삶-4

완결되지 않은 삶에 대해 고민하면서, 퇴사와 복학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어떤 목표와 삶의 의미, 도전, 상승감 같은 것을 그렸었다. 그러다 문득 나는 단지 휴식이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쉬고싶다는 생각에 핑계가 필요해서 나에 대한 가능성이라거나 상승을 위한 도전이라는 핑계를 대서 이 일로부터 도망치려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 의심이 들었다.


찬찬히 마음을 둘러봤다. 나는 도망치고 싶은걸까.

OO이는 요새 내가 많이 지쳐보인다는 말을 많이 했다. 활력이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스스로를 돌이켜보니 차분한 마음과 동시에 우울감이 들던 순간들도 많았구나 싶었다. OO이가 고생했다고 안아주는데 왠지 모르게 울컥 울어버릴 것 같아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교대근무와 반복적인 일상에서 나름의 패턴과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모르던 사이에 나는 조금 지쳐있던 게 아닐까. 더 잘해낼 수 있는 날들을 앞에 두고, 전 글에서 성급하게 결정했다고 질책하는 옛날의 나처럼 내가 너무 성급하게 포기하고 다시 다른 길을 가려하는 걸 아닐까.


한편으로는 이게 사실 또 도망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휴식이 필요한데 그런 나약함을 숨기려 퇴사와 복학으로 도망치는건지, 퇴사와 복학이라는 불투명한 미래를 마주할 것이 두려워 휴식이 필요하다고 안주하며 도망치는건지 스스로에게 확신이 들지 않는다.


생각이 점점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다. 어느새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알수없는 고민들을 하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마음 속을 비우고 생각들이 지나가게 두어보아도 바람처럼 지나간 자리에 다시 또 새 바람이 들어 나는 한시도 평온할 수가 없다.


이제는 가능성이니 일의 노곤함따위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졌다. 다만 생각이 멈추고 조금 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걸 내려놓고 수용하고 비바람 부는 날 따듯한 방안에서 핫초코를 마시고싶다. 이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안전하고 평온한 기분을 느끼고싶다.


일단 좀 쉬자. 마음의 평온이 먼저일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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