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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e May 18. 2016

hello happiness

  바쁜 하루였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오늘'도 몇 분 남지 않았다. 시간은 자정을 향해 규칙적인 움직임을 갖는다.


  누군가는 나의 글이 담백하다고 한다. 다른 누군가는 너무 직접적이라고 한다. 내가 쓰는 문체는 하난데 받아들여지는 것은 각기 다르다. 나는 주로 그 문체를 사용해서 사랑타령을 하는데 그 글에 누군가는 위로를 받고, 누군가는 그 글을 지겨워할 사실처럼.


  후자의 감정을 빌리자면, 나는 연애가 지겹다. 연애를 하려면 부지런해져야 한다. 잠을 덜 자고 일어나 예쁘게 치장을 해야하고, 예쁜 옷도 사러 다녀야 하고, 저녁에는 팩도 붙여야 한다. 예뻐보이고 싶은 직접적인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때 나는 유난 떤다는 소리를 많이 들을정도로, 전남친 앞에서의 나를 신경썼다. 오래 못간다~ 지인들의 푸념에도 불구하고 나는 연애기간을 꽉 채운 3년 내내 긴장하며 살았다. 지인들은 혀를 내둘렀다.


  10분에 한번씩 거울을 보고, 립스틱이 지워져 미울 틈이 없게 화장을 고치고, 만나기로 한 날 전날에는 저녁도 굶었다. 단지 그 사람에게 예뻐보이기 위해서. 그렇게 연애를 했는데 결국 그 사람은 나를 떠났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도 역시 긴장하고 있다. 그 사람에게 예뻐보이고 싶어서.


  그렇다면 나는 틀렸다. 남자들은 내 앞머리 고데기가 풀렸건 아니건, 사실 큰 관심이 없으니까. 나는 그저 그 긴장을 즐겼던 모양이었다. 그 사람과 함께 다닐때 다른 사람들 눈에 내가 그 사람의 빛나는 장신구처럼 보이길 바랐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을의 연애를 했다. 지금도 하고 있다. 나는 애인사이에도 분명한 상하관계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나는 주로 을의 역할을 맡는다. 나를 좋아해주는 남자는 왠지 매력이 없다. 병이다.. 결국 나는 주로 내가 좋아하게 된 연애를 한다. 지금의 연애도 내가 먼저 시작한 감정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을의 위치로 수직하강했다.


  바쁜 애인의 뒤꽁무니를 바라보고 있지 않으리라 다짐해도, 그의 카톡 답장이 미뤄짐에 서운하다. 나보다 중요한 것이 많은 그에게 가끔씩 울컥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참아야 하나, 언제나 그랬던것처럼? 아니면 내질러야 하나, 이별이 올지도 모르는데?


  나는 결국 오늘도 참는다. 자겠다는 여자친구에게, 잘자라는 카톡 보낼 시간도 없는 남자친구를.


  그가 정말 바쁘다고, 너무 바빠서라고. 이유가 단지 그것 때문이라면 나는 그와 헤어지지 않아도 된다. 그는 인생에서 잠시 바쁜 거니까, 바쁜 것이 끝나면 우리는 태연한 관계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바쁜 와중에 나를 얼마나 방치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가 바쁘다는 이유로 내가 이렇게 공허한게 아닐것이다. 내가 외로운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애초에 그런 사람이다. 당장 우선순위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사람. 사랑보다, 일이 중요해질 수도 있는 사람.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초연해진다. 그리고 그에게는 그런 사랑이 나에게는 왜 전부인 것만 같은지 회의감마저 든다.


  내일이면 일주일만에 그의 얼굴을 본다. 무지막지하게 나의 서운함을 쏟아내리라 다짐한다. 실현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야기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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