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리 Jan 10. 2021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무심코, 특별히 바라보기

[오해가 많다. 쉽게 흥분한다. 큰 소리로 화내면 되는 줄 안다. 우기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 하나 걸리면 모두 힘을 합해 쥐구멍으로 몰아붙인다. 억울한 사람과 뻔뻔한 사람이 함께 공존한다. 인간인지 악마인지 알 수 없는 인간들이 많다.]


요즘의 내가 세상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는 사실들이다. 한 마디로 불안하고 평화롭지 못한 세상이다. 이는 사회 전체가 아니 세계 전반적으로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어쩌면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단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미세한 바이러스가 세상을 쥐고 흔드는 지금의 모습은, 사실 지옥이라 해도 반박할 여지가 없다. 지옥불이 당장 발밑에 있는가, 발등에 떨어졌는 가의 차이일 뿐 그 누구도 안전하지 못한 상태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 즉 코로나 블루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 잘 통제되어 오던 사회의 어두운 문제들이 수면 위로 더 빨리 떠오른다. 최근 아동학대로 세상을 떠난 '정인이 사건'만 해도 그렇다. 아동학대는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아동학대는 부모가 자녀를 가르치는 '훈육'이라는 이름 아래 공공연히 이루어졌다.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 행하는 자도 당하는 자도 모르게 아동학대는 있었다.
하지만 생면부지 모르는 아이에게도 밥을 내어줄 줄 아는 정을 갖고 있고, 아이가 울면 얼른 다가가 안아주는 '어른'이라는 존재가 있었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했다.


 '정인이 사건'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니 인간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을 일삼은 소위 '어른'이라는 자들의 말도 안 되는 행태에 '인간성'에 대한 비참함을 느낀다.


 '왜 그랬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가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입양 전 해맑게 웃던 정인이가 입양 후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얼굴이었던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인간'에 대한 기대가 있다. 적어도 인간은 동물처럼 살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말을 사랑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 없다. 어쩌면 인간은 스스로 만든 존엄성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정말로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악한 존재로 태어난 것은 아닐까? 그 악한 것을 교육과 사회적 규범 속에서 잘 다음어져 보다 선한 존재로 살고자 노력한 것은 아닐까? 그 노력 속에서 도저히 자신의 악을 감당하지 못하면 정말 인간말종, 악한 존재로서의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닐까?


정인이 사건 이후, 또 다른 '3살 아이'가 혼자 9시간 동안 집에 방치되어 있다가 집 밖으로 나와 거리에서 발견되었다. 알고 보니 그 아이가 살던 집은 온갖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고, 부모 또한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돌아다닐 만큼 책임감이 부족했다. 아이는 현재 친척 집에 맡겨졌다고 하는데, 과연 그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해결방법도 제시하지 못하는 나이기에, 그 아이가 걱정된다는 글만으로 마음을 편히 먹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세상에는 그 아이보다 더한, 혹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아이들이 많을 테니.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들은 자기 것을 지키려고, 살기 위해서, 혹은 처절하게 희망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정신줄을 놓아버린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원래 세상은 혼란스럽지 않은 때가 없었다. 옛날부터 전염병은 있었고, 전쟁, 가난이 있었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개천에서 용이 나고, 누군가는 힘든 사람을 구하는 영웅이 된다.


'이런 세상, 더 이상 희망이 없어.'가 아니라 '정신 바짝 차리고 살면 희망적으로 극복할 수 있어'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정인이을 위한 진정서를 작성하고, 열심히 집 안 청소를 하며, 가족을 위해 밥을 한다. 작더라도 꼭 해야 하는 일을 하면 된다. 우리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그래야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 수 있다.

우리 모두.

작가의 이전글 내 마음이 속삭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