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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Jan 29. 2024

서운할 결심

'엄마다움'에 대해


          

너도 아들 여친 생겨봐~
     엄청 서운할 걸~~     



친구의 첫째 아들이 여자 친구가 생긴 후 방에서 나오지 않고 전화만 붙잡고 있다. 아들이 둘인 친구는 또 말했다. 사춘기 둘째 아들에게 팔짱을 끼려고 시도했다가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자기가 슬며시 팔짱을 끼자 아들이 “엄마,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요.” 라고 했단다.   

   

친구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엄마 팔짱을 거부해!! 너무 서운해!!”     


나의 친정 엄마는 당신의 손주인 내 아들이 자라고 있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나에게 ‘서운하겠다’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아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가 느껴야 하는 '서운한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서운한 마음은 일종의 ‘엄마다움’인가? 서운함을 느끼는 것이 엄마다움이라고 정의내려진 듯 하다. 이쯤 되니 서운함을 강요받고 있는 기분까지 든다. 


나의 아이는 12살이 되었고 키가 나만큼 자랐으며 이미 신발은 나보다 큰 사이즈를 신는다. 아이가 큰 것이 서운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현재로서는 안 서운하다. 

      

사실 나는 아이의 사춘기를 학수고대했다. 사춘기의 뇌는 인간의 정서와 인격 형성에 있어 재개발의 시기와 같다. 유년기에 구축해 온 뇌 속의 도시가 완전히 뒤집어져 새로운 판을 짜는 시기이다.    

  

나의 아이는 감정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엄마(나)의 일관성 없는 양육환경을 견뎌내야 했다.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자란 아이의 뇌를 바로잡아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사춘기이다. 그래서 사춘기가 오기를 기다렸고 대비했다.

      

요즘은 중2병이라고 하며 사춘기 포비아에 가깝게 사춘기 아이들의 변화를 두려워한다.

사춘기는 ‘질병’이 아닌 ‘제2의 탄생기’이다. 십 대 아들의 독립을 격려하고 지지해 주자. 1)

  

아들이 사춘기가 되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아동기의 10배로 상승한다. 때문에 엄마의 잔소리를 공격적 행동으로 받아들인다. 어린 시절 아무렇지 않게 했던 엄마의 말과 행동에 아들은 화를 내고 엄마는 상처를 받는다.      


넌 어디 있니?


어떤 사춘기 아들의 엄마가 아이 5살 때 사진을 꺼내 들고 울면서 "넌 어디 있니?"라고 했다는 웃픈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은 언제고 떠나야 한다. 물러날 줄 아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2) 


불교에서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은 흘러가게 두라고 한다. 흘러가게 두라는 것이 멋대로 하게 내버려 두라는 말은 아니다. 이해 하고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나도 아들의 도끼눈이나 언성을 키우는 모습을 보면 유쾌하지는 않다. 하지만 호르몬의 농간이라고 이해하면 금세 나의 마음도 가라앉는다.  

    

사춘기는 귀여웠던 아이가 괴물로 변하는 시기가 아니라, 새로운 인격체로 거듭나는 과도기일 뿐이다. 탈피를 하는 동안은 고통에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다. 

  

나의 아들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성장하고 여자친구를 사귀고 나를 떠날 것이다. 겉으로는 쿨한 척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내면에서 서운한 마음보다는 잘 크고 있다는 응원의 마음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길 바란다.  


내 삶의 키워드는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성숙’, ‘성장’이 되었다. 나야말로 탈피를 위한 진정한 사춘기를 보냈다. 


구도자의 길까지는 걷지 않더라도 성숙한 엄마가 되려고 한다. 어른다운 마음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존중하고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자녀만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아니고 부모도 자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나의 정신적인 건강을 돌보고 충실하게 나의 삶을 산다면 아이의 독립이 서운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엄마다움' 보다는 '어른다움'을 실천하고 싶다. 그래도 아이가 자라는 것을 서운해하기를 바란다면(?) ‘서운할 결심’ 정도는 해 보겠다. 




표지그림 : Vincent van Gogh ,<First Steps>, 1890,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1)<엄마가 절대 모르는 아들의 사춘기> , 박형란  

2)<현명한 부모가 꼭 알아야 할 대화법>, 신의진    

그 외 참고한 책

<아들의 뇌>, 곽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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