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놓치면 안 되는 기회
자료는 내가 만들 테니,
발표는 다른 사람이 하면 좋겠어.
- 저는 발표하면 안 된다니까요. 정말 해본 적이 없어요.
- 괜찮아. 진짜 경험이 필요한 거니까. 네 경험만 자연스럽게 이야기해.
나는 파트너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서부터 발표보다는 혹시 비교되지 않을까부터 걱정했다. 언제나처럼 발표는 시작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 너 진짜 심각하게 못하는구나.
- 이제 진짜 안 할 거예요! 남은 일정은 K가 혼자 할 거예요.
- 그래? 너무 불쌍해서 비싼 트레이닝 과정을 보내주려고 했는데?
- 응? 그거 얼마짜리죠?
어제의 기술이 오늘 더 이상 새롭지 않듯이 세상의 변화가 빠르다 보니 회사에서도 매년 다양한 시도를 했다. 새로운 제도와 교육이 도입되면 회사에서는 이것을 사내에 전파할 사람들을 찾게 되는데, 나는 이것에 매번 관심과 주의를 기울였다.
저는 전혀 상관없는 부서에 근무하는 나코리입니다. 그래도 혹시 여석이 있으면 휴가 내서라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뭐 이런 녀석이 있지'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같은 직원이다 보니 도와주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리고 처음 몇 번 참여하게 되면 운이 따르기도 했다.
이번에는 창의력 콘텐츠를 교육받고 전파할 강사를 보내라는데, 저번에 동기부여 강사 누구였지?
그렇게 수십만 원의 교육을 회사의 은혜로 계속 들을 수 있었고 그때부터 수강했던 교육을 금액으로 환산하여 기록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진행한 '디자인 싱킹'과정이 시중에서 100만 원이라면 교육에 참석하고 월급 옆에 100만 원이라고 입력해 뒀다. 회사에서 주는 명목연봉(월급)은 동기들과 비슷했지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질연봉(월급+@)이 동기들보다 훨씬 많다고 생각했다.
코리야, 교육은 좀 휴가처럼 참여해라.
뭘 그렇게 열심히 적냐.
연봉 협상을 매년 하는 것도 아니고 승진 외에는 동기부여되는 것을 찾기가 어려우니 나는 실질연봉에 초점을 맞췄다. 이상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명목연봉도 함께 상승하기 시작했다.
선배, 강의 개설했는데 사람이 안 오면 어쩌죠?
괜찮다. 1명이라도 오면 그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자. 처음에는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보다 더 좋은 공부법이 없다.
동기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은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에 따라 자발적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항상 고민하고 있는 회사라는 조직은 실제로는 동기부여되기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다. 외부로는 임파워먼트를 외치지만 관리자의 허락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고, 매년 또는 매일 반복되는 업무로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내가 한 살 더 늙은 것 말고는 어떤 성장을 했는지 체감하기가 어렵다. 더불어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장환경에서 승진을 위한 내부 경쟁까지 해야 하니 관계성을 챙기기는 정말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쉽지 않다.
이럴 때 강의는 이 부족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유용한 마중물이 되곤 했다. 업무와 달리 강의 콘텐츠의 선택과 전달 방법은 나의 뜻대로 선택할 수 있었고(자율성), 설레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던 강의가 끝나고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한번 더 성장한 느낌이었다(유능감). 그리고 강의를 통해 알게 된 교육생들과 연결되어 회사 업무에서도 도움을 받고, 서로 좋은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주는 받는 사이로 발전했다(관계성). 이렇게 강의에서 받은 좋은 에너지의 흐름은 회사 업무로도 다시 흘러와 선순환을 만들었다.
회사원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또 있을까.
뭐라고? 네가 강의를 한다고?
말도 안 돼. 푸하하하.
만약 발표를 피한다면 위로가 필요한 것입니다.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