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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코리 Nov 13. 2019

회사원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당신이 놓치면 안 되는 기회

부끄러운 경험


학교 다닐 때는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고 재미도 없었다.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누군가에게 그것으로 평가받는 것도 왠지 기분이 나빴다.


자료는 내가 만들 테니,
발표는 다른 사람이 하면 좋겠어.


대학시절 내내 이런 교묘한 방식으로 도망쳤고, 남들 앞에 서는 것은 점점 더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졸업 이후에도 지금과는 달리 PT 면접이 흔하지 않아, 회사원이 되는 과정에서도 나의 발표 밑천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입사 후 5년 만에 찾아왔다.


- 저는 발표하면 안 된다니까요. 정말 해본 적이 없어요.
- 괜찮아. 진짜 경험이 필요한 거니까. 네 경험만 자연스럽게 이야기해.


일에 경험이 쌓인 것도 있었지만 운이 따르면서 성과가 좋았던 어느 해, 나는 억지로 우수사례 발표를 하게 되었다. 업무를 진행하던 선배들은 나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전국 순회 일정을 잡았고, 나는 후배 K와 함께 각각 4시간씩 총 8시간의 경험담? 강의? 비슷한 것을 하게 되었다. 후배 K는 인턴 프로그램까지 거친 유능한 후배로 발표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유명했는데 일도 잘하는 친구였다. 


나는 파트너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서부터 발표보다는 혹시 비교되지 않을까부터 걱정했다. 언제나처럼 발표는 시작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지금도 돌이켜보면 어떻게 손이 그렇게까지 떨릴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손은 태풍이 불어 날아갈 것 같은 나무처럼 떨렸고, 시선은 화면에 딱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는데,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 반복했고, 4시간이 지나 만신창이가 된 채로 무대에서 내려왔다. 이어지는 후배 K의 현란한 발표를 뒤에서 보고 있자니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참담했다. 


- 너 진짜 심각하게 못하는구나.
- 이제 진짜 안 할 거예요! 남은 일정은 K가 혼자 할 거예요.
- 그래? 너무 불쌍해서 비싼 트레이닝 과정을 보내주려고 했는데?
- 응? 그거 얼마짜리죠?


ㅋㅋㅋ 그렇게 트레이닝을 받고 어느새 9년의 시간이 흘렀다. 당시에는 재능이 없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정말 많이 고민했었는데, 그동안 여러 선배님들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회사 생활하면서도 꾸준히 강의할 수 있었다. 무대 공포증은 조금씩 사라졌고 작게나마 부수입도 생겼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값진 것은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였다.  

 


                    

01 실질연봉 상승


어제의 기술이 오늘 더 이상 새롭지 않듯이 세상의 변화가 빠르다 보니 회사에서도 매년 다양한 시도를 했다. 새로운 제도와 교육이 도입되면 회사에서는 이것을 사내에 전파할 사람들을 찾게 되는데, 나는 이것에 매번 관심과 주의를 기울였다. 


저는 전혀 상관없는 부서에 근무하는 나코리입니다. 그래도 혹시 여석이 있으면 휴가 내서라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뭐 이런 녀석이 있지'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같은 직원이다 보니 도와주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리고 처음 몇 번 참여하게 되면 운이 따르기도 했다. 


이번에는 창의력 콘텐츠를 교육받고 전파할 강사를 보내라는데, 저번에 동기부여 강사 누구였지?


과거의 나처럼 남 앞에 서는 것이 싫고 번거롭다며 피하는 직원들도 많았다. 때때로 이런 것에 무관심한 관리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묻지도 않고 '그냥 네가 다녀와'며 운을 내게 밀어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수십만 원의 교육을 회사의 은혜로 계속 들을 수 있었고 그때부터 수강했던 교육을 금액으로 환산하여 기록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진행한 '디자인 싱킹'과정이 시중에서 100만 원이라면 교육에 참석하고 월급 옆에 100만 원이라고 입력해 뒀다. 회사에서 주는 명목연봉(월급)은 동기들과 비슷했지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질연봉(월급+@)이 동기들보다 훨씬 많다고 생각했다.


코리야, 교육은 좀 휴가처럼 참여해라.
뭘 그렇게 열심히 적냐.


연봉 협상을 매년 하는 것도 아니고 승진 외에는 동기부여되는 것을 찾기가 어려우니 나는 실질연봉에 초점을 맞췄다. 이상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명목연봉도 함께 상승하기 시작했다. 



02 최고의 학습법


회사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교육을 많이 진행하는 회사도 있고, 교육 없이 도제식으로 전수하는 회사들도 많다.  간혹 '그런 교육 프로그램은 대기업에서나 가능하지, 저희 회사에서는 불가능하다'라는 고민을 털어놓는 내담자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하는 이야기지만 교육을 많이 듣더라도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아무리 좋은 교육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게 마련이다. 어떤 콘텐츠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그 시작이 교육이든 경험이든, 결국은 다른 사람을 가르쳐봐야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 


회사를 다니면서 1년에 강의 기회가 200시간일 때도, 50시간이 채 안될 때도 있었지만 매번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나 자신의 성장이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도 없이 읽고 또 읽으면 강의가 끝난 후 공부했던 것들은 하나둘씩 머릿속에서 자리를 찾아갔다. 이런 배움의 쾌감과 행복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강의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선배, 강의 개설했는데 사람이 안 오면 어쩌죠?


괜찮다. 1명이라도 오면 그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자. 처음에는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보다 더 좋은 공부법이 없다. 



03 에너지 버스


동기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은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에 따라 자발적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항상 고민하고 있는 회사라는 조직은 실제로는 동기부여되기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다. 외부로는 임파워먼트를 외치지만 관리자의 허락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고, 매년 또는 매일 반복되는 업무로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내가 한 살 더 늙은 것 말고는 어떤 성장을 했는지 체감하기가 어렵다. 더불어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장환경에서 승진을 위한 내부 경쟁까지 해야 하니 관계성을 챙기기는 정말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쉽지 않다.


이럴 때 강의는 이 부족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유용한 마중물이 되곤 했다. 업무와 달리 강의 콘텐츠의 선택과 전달 방법은 나의 뜻대로 선택할 수 있었고(자율성), 설레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던 강의가 끝나고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한번 더 성장한 느낌이었다(유능감). 그리고 강의를 통해 알게 된 교육생들과 연결되어 회사 업무에서도 도움을 받고, 서로 좋은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주는 받는 사이로 발전했다(관계성). 이렇게 강의에서 받은 좋은 에너지의 흐름은 회사 업무로도 다시 흘러와 선순환을 만들었다.  


회사원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


뭐라고? 네가 강의를 한다고?
말도 안 돼. 푸하하하.


대학시절 나를 알던 친구들은 지금도 이렇게 나를 놀린다. '항상 제일 뒤에 앉는 사람', '도서관에 안 가는 사람', '발표는 죽어도 안 하는 사람' 등의 이미지였던 대학시절을 생각해보면 나조차도 상상하기 어렵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발표불안으로 힘들어했던 나 자신의 과거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발표나 강의를 힘들어하고 피하는 분들을 만나면 내 일처럼 종종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만약 발표를 피한다면 위로가 필요한 것입니다.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절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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