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흔한 술자리 토크
며칠 전 조직에 큰 행사가 있어서 주말에 지원을 나갔는데 신기한 경험을 했어.
- 아 그렇게 하면 그분께서 길을 건너셔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습니다.
- 그럼 잠시 양쪽 도로를 다 막아야 하는데 통행하는 시민들이 불편할 거예요.
- 상관없어요. 막으세요.
-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 그 이야기를 뒤에서 듣는데 순간 회사 이름을 말하기가 부끄럽더라. 지나가는 사람들이 회사 이름을 몰랐으면 좋겠더라고.
- 그지? 그런데 다들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게 놀랍지 않아?
- 나보다 거의 10년 어린 후배가 아무렇지 않게 길을 막자고 하던데.
- 그게 인재야. 핵심인재.
- 어떤 양반은 매일 아침 6시에 신문을 읽는데, 아주 보수적인 신문만 골라서 읽으신다는 거야. 문제는 그 시간에 해당 호텔에는 진보적인 신문만 배달이 된다는 거지. 그래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가까운 도시에 가서 신문 구하러 다녔어.
- 너희 회사 페이퍼리스하면서 태블릿 지급했다며 네이버 뉴스 안보냐?
- 역시.. 시대가 지나도 아날로그의 가치는 변하지 않지. ㅋㅋ
- 야 C! 너 죽을래?
- 이 사람들이~ 의전 안 해봤어? 기본 중에 기본을 생각 안 한 사람들이 초보지. 저번에 우리 회사 누구 돌아가신 것 들었지?
- 아 맞다. 뉴스에서 봤어. 직원들 엄청 몰려갔나? 뭐 그건 그럴 수 있는 거 아냐?
- 그뿐만이 아니지. 그러면 일반 직원과 차이가 없잖아.
- 그러면?
- 2주간 검은색 양복을 입으라는 지시가 있었지.
- 뭐라고? 임금님 돌아가셨냐? ㅋㅋ
- 야. 나 죽으면 너희들도 2주간 검은색 양복 입어라. 알았지?!
- 저번에 높으신 양반이 병원에 있는데 직원들 보고 와서 보초를 서라는 거야. 강성 노조나 불손한 직원이 찾아올 수 있으니.
- 불손한 직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꼭 아이들에게 함부로 하고 아이 탓을 해.
- 그렇지. 누가 얼마나 오겠어. 오버하는 거지. 그런데 나는 이런 일을 할 때마다 자괴감이 들더라고. 내가 회사에 가서 이런 일을 하는지 우리 아이들은 알까.
- 이 사람이!! 모범을 보여야 할 인사담당이 이러면 되나. ㅋㅋ
- 재미있는 일은 한 명 후배가 보초를 서다가 유튜브를 본 거야.
- 그런 일이 심심하니까.
- 문제는 그게 발각이 돼서 회사로 들어가라는 명령이 내려졌어. 그리고 현장팀 카톡방에 이런 글이 올라온 거야.
- 어떻게 저런 직원이 이 팀에 있을 수가 있냐고. 회장님을 모실 자격도 없다고.
- 자격? 훌륭하신 분이네. 충성심으로 정신 무장이 확실하게 되어 있구먼. ㅋㅋ
- 그니깐, 진짜 저렇게 생각하나.. 신기하더라고.
- 그게 인재야. 핵심인재.
- 아까 Y가 아이들 이야기를 했잖아. 내가 요즘 그 생각 많이 한다.
- 왜? H 팀장. 벌써 직책자의 무게를 느끼나? ㅋㅋ
- 최근에 회사에 선거가 있었거든.
- 요즘은 투표 어떻게 하라고 이야기하기 어렵잖아.
- 그렇지.. 그래서 직원들에게 '중요한 선거다, 잘해야 한다.' 말만 하지.
- 아이고 ㅋㅋ 직원들이 우리 H팀장을 카톡방에서 뭐라고 하려나.
- 그러게.. 그리고 마침 아이가 주말에 민주주의에 대해 묻더라고.
- 뭐라고 했나? ㅋㅋ 그렇게 보면 중요한 것은 초등학교 때 이미 다 배운 것 같아.
- 그렇지.. 그런데 우리는 민주주의를 알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아닌가 싶어.
- 간만에 즐거웠다. 역시 공장 이야기가 재미있어.
- 알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회사는 없어. 그런 생각으로 다녀.
- 맞아!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 거야. 돈 받았으니 뭐든지 해라.
- 야, 우리가 마피아냐. 진짜 없는 거냐? 귀천. ㅋㅋ
- 갑자기 반성된다. 난 회장이 마시는 탄산수 브랜드는 알아도, 아버지가 드시는 생수 브랜드는 모르는데. 끓여 드시나? 들어가는 길에 전화드리련다.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