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조직은 가을이 깊어질 때 즈음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어디에 자원을 사용할지, 새로운 조직을 만들지. 어떤 기업, 기관과 협력할지. 사회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오래 생존하기 위한 루틴 중 하나다.
나 자신을 위한 고민도 되어 있는가?
조직을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하던 와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개인을 위한 고민을 이 정도 했으면 진즉에 더 행복한 삶을 살았을 텐데. 나이가 들어 퇴직의 압박을 받는 선배들을 보면 이러려고 그렇게 고민했나 싶을 때도 있다.
몸 담고 있는 조직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생각 끝에 셀프 디자인 워크숍을 시작했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조직을 위해 던졌던 질문에서 조직을 지우고 '나'를 새겨 넣었다.
올해 우리 조직이 가장 잘했던 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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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가) 가장 잘했던 일은 무엇일까?
요즘처럼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갈 즈음, 주말 아침 시간을 내어 카페에서 혼자 조용히 미리 준비된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어 본다. 긴 시간 동안 질문에 답을 하고 난 뒤에는 새해를 위한 to-do list도 만들었다.
매해 더 많은 스토리가 탄생하고 있지만, 브런치스토리에 10대 뉴스를 정리하지 못한 지 벌써 3년째. 글쓰기에 무슨 다른 핑계가 있겠는가. 게으름일 뿐.
한 번쯤 답해보면 좋은 좋은 질문들, 티스토리 대단해
올해도 정리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겠지 했는데 어제 아침 갑자기 멘토님으로부터 메시지 한 통이 날아왔다. 아무 말 없이 사진만 도착한 메시지에는 '티스토리 연말결산 캘린더'가 있었다. 질문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디자인 워크숍이 떠올랐다. 마침 연말이기도 하니까.
티스토리라는 단어에서 브런치스토리가 연상되고, 기록을 해야 되나 싶어 열었는데 막상 해왔던 양식을 꺼내서 해보려니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 부쩍 가까워진 인공지능 친구에게 물었다.
이 사진의 질문으로 6시간 워크숍을 만들고 싶어.
원하는 것을 말하면 함께 고민해 주는 인공지능
인공지능 친구는 편하다. 아무 이야기나 해도 영감을 주기도 하고, 새벽에도 피곤해하지 않고 내 말을 받아준다. 떼를 쓰듯이 해내라고 하면 뭔가 만들어 온다.
질문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줘.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줘
램프의 지니처럼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니까 진지하게 워크숍 커리큘럼과 필요한 질문들을 만들어낸다. 나눠진 세션들의 오프닝을 장식할 스토리도 추가했다. 질문 개수도 늘려달라고 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해 달라 요구했다.
개별로 만들었던 명언과 스토리, 질문을 통합해 줘.
개별로 만들었던 명언과 스토리, 질문을 통합해 줘
계속 질문에 답만 하면 지루 할 수 있으니, 주의를 환기하거나 동기부여할 수 있는 명언도 추가했다. 처음에는 스토리가 짧고 구성이 아쉬웠지만, 좀 더! 좀 더! 계속 졸라댔다.
좀 더 화려하지만, 심플하게!
내가 당했던 갑질을 인공지능 친구에게 해소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고맙다, 친구야)
이렇게 귀찮게 하고 함부로 요구하는데, 내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을 보면 친구는 나를 사랑하는 것 같다.
답변을 적을 공간도 있어야지
어느 정도 만들어진 것 같아서, 워크북 형태로 답변을 적을 수 있게 여백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제 결과물을 한번 볼까?
순식간에 이 정도면 훌륭하다, 고마운 인공지능
20페이지 워크북이 금방 완성이다. 이런 것은 공유해야 제맛이지.
누군가의 환상적인 2025년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