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와 계절

다시 짜이는 일상

by jiwu

이사를 하는 동안 계절이 바뀌었다. 누군가는 가을을 두 번째 봄이라고 했다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계절. 짐을 풀고 한숨을 돌리자 쨍한 여름의 열기는 물러가고,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 그윽한 빛깔로 물드는 나뭇잎이 들어섰다.


한동안 뒤죽박죽이던 몸의 리듬도 제자리를 찾아간다. 식사와 수면 시간이 안정되니 컨디션이 조금씩 회복된다. 아직 아침 산책은 엄두가 안 나지만, 추석이 지나면 가능하리라 기대한다.


이사 자체보다 얽힌 일들이 사람을 지치게 하지만, 새로운 환경은 그 피로를 씻어준다. 하루에도 고쳐야 할 부분이 보이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정리하련다. 가족 모두가 이제는 집을 편안한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니, 잠시 그대로 두어도 좋다.


문득 이전 집의 불편했던 동선을 떠올리며 작은 변화를 꿈꾼다. 현관문 앞에 의자를 두어 신발을 신을 때 허리를 굽히지 않게 하고, 불필요한 물건은 과감히 비우고, 새로운 취미를 시작해 보는 것. 그렇게 쌓인 변화들이 생활의 결을 달리할 것이다.


일상의 완전한 회복은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지키며 꾸준히 움직이다 보면, 작은 성취가 가족의 대화 속에 쌓여간다. 이사라는 사건은 단순한 거주지 이동이 아니라 삶을 새롭게 디자인할 기회였다.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새로운 내가 되어 있음을 느낀다.

작가의 이전글사람이 변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