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한 와중에도 글 쓰는 미련한 사람

by hohoi파파

내 입으로 119를 불러달라고 말할 줄이야. 눈앞이 흐려지면서 파도에 흔들리는 배처럼 보이는 것들이 출렁거렸다. 아내의 부탁으로 동생이 부축해 줬다. 몇 걸음 걷자마자 배멀미하듯 속이 울렁거렸고 결국 화장실에 급히 뛰어가 토했다. 식은땀을 흘리며 동생에게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했다. “119 좀 불러줘.”


위급할 때 생각나는 사람은 아내였다. 부모님도, 친구도, 주변에 도움 받을 수 있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왜 바로 달려와줄 수 없는 아내에게 가장 먼저 연락했는지 모른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첫째 바이올린 레슨에 간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나 몸이 이상해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


새벽 2시에 겨우 몸을 일으켰다. 눈을 뜨면 눈앞이 빙빙 돌고 몸을 움직이면 토했다. 응급실에 가자마자 MRI를 찍었다. 둔탁한 기계음은 해드폰을 뚫고 귀를 때렸다. 몸 하나 들어가는 좁은 통 안에 누워 별의별 생각이 들더라. 입원실에 와서 바로 잠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새벽 2시였다.


아픈 와중에 배는 고프다.

아픈 와중에 아내와 아이들이 걱정된다.

아픈 와중에 출근 걱정하고 있다.

아픈 와중에 노트북을 가져와달라고 했다.

아픈 와중에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몸이 보낸 신호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4주 동안 어느 때보다 규칙적으로 생활했다. 매일 저녁 9시에 자고, 새벽 5시에 일어나 글 쓰고, 1시간 걸었는데 입원이라니. 스스로 건강한 하루를 보낸다고 자부했는데 병실에 누워 있는 모습과 이상 없다는 MRI와 MRA검사 결과에 당혹스럽다.


몸부터 챙기지 않으면 큰일 나는 40대를 보내는 건 아닌지. 직장인의 물이라는 커피와 육아인의 낙이라는 맥주 한 캔과 야식, 김치 반포기면 고봉밥 두 그릇 그릇은 뚝딱 해치우는 일을 끊어야 할지 모르겠다. 병실에 누워 건강한 식단과 운동 계획 좀 짜야지. 더 큰일 나기 전에. 그나저나 원고 마감은 어찌하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내는 글을 쓰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