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전주동물원 포차거리
꼭 한 달 만이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아들은 코막힘이 심해졌다. 새벽에 숨소리가 좋지 않았고 이를 갈기 시작했다. 바드득 이 가는 소리에 예민해지고 입으로 숨 쉬는 모습이 자꾸 신경 쓰여 비염약을 처방받았다. 결국 아들은 축구를 쉬었다. 아들을 데려다줄 일이 없자 자연스럽게 이곳에 올 일도 없었다.
여전히 펑펑 공을 차는 소리와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실수할 때마다 큰소리로 지도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까랑까랑하게 찢어진다. 분노의 샤우팅. 그런데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훈련받는 아이들 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고 보니 10월부터 두 경기장을 꽉 채웠던 아이들이 점점 줄었다.
왼쪽 구장은 축구 학원을 다니는 선수반 아이들, 오른쪽 구장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취미반 아이들이다. 아들은 왼쪽 구장에 켜진 불빛을 조명 삼아 오른쪽 구장에서 수업을 받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민원을 넣을까 보다. 오늘은 두 명이 참여해 거의 1:1 지도를 받는 것 같다.
주차를 하고 체련공원 입구 쪽으로 걸어오다가 포차 거리가 눈에 띄었다. 가게 뒷편 주방 쪽이 나무 울타리로 쳐져 굳게 잠겨 있는 것이 보였다. 노란색 바탕에 굵은 빨간 글씨로 ‘외부인 출입 금지’라고 붙여진 스티커가 오늘따라 쓸쓸해 보였다. 가게 앞쪽으로 돌아가 보니 11개 상점 중 대부분이 문을 닫아 있었다.
남아 있는 건 한강라면 무인 편의점과 사장님 마음대로 문을 여는 카페, 그리고 남은 포차 한 군데다. 그 가게에는 ‘개인 사정으로 12월 26일까지 쉽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곳에는 아기 고양이 네 마리가 서로의 체온에 의지한 채, 외로이 상점을 지키고 있었다.
안내문을 보자마자 문을 닫기 전 냉장고를 정리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저 문구가 붙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던 것으로 기억난다. 26일 이후에 정상 운영이 될지는 모르겠다. 개인 사정이겠지만 그 말 한마디에 다 담지 못한 이유들이 있겠지.
행정처분으로 보이는 안내문을 보니 어떤 기준에 못 미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거리에 포장마차가 사라졌던 것처럼, 점점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부터는 ‘추억’, ‘옛 감성’, ‘관례’라는 이유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다.
한두 곳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서 도미노처럼 힘겹게 버티고 있던 가게들까지 우르르 연속해서 닫았다. 지금 남아 있는 두세 곳의 가게가 깜깜한 거리를 간신히 밝히고 있지만 이 불빛이 언제까지 켜져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힘들었어도 함께라서 버텼을텐데. 이제는 누구에게 기대고 의지할 수 있을까.
상인들은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혹시나 해서 ‘전주동물원 포차거리’라고 검색했더니 관련 보도자료가 있었다. 알고 보니 개인적인 이유로 문을 닫은 것이 아니었다. ‘야장’ 운영으로 인한 행정 철거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거리에 테이블을 펼쳐 놓고 장사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게 그 가게만의 매력인데.
이제 빈자리만 남았다. 불이 꺼진 자리는 추억으로만 기억되겠지. 사라지는 건 단순히 가게가 아니라 감성을 핑계로 모였던 사람들의 모습인데 묘하게 씁쓸하다. 오늘따라 술잔 부딪히는 소리, 지글지글 삼겹살 굽는 냄새, 삼삼오오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 받던 모습이 그립다.
그 풍경, 낭만을 되돌릴 방법은 없을까. 부디 함께 공존했으면 좋겠다.
https://www.news1.kr/local/jeonbuk/5727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