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4살 아들의 마음 일기 [좋아하다]
좋아하다: 상대로 마음이 기울거나 호의를 가지다
형이랑 놀 줄 아는 7개월 둘째엄마, 아빠를 좋아하는 마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누구나 한 번쯤 아이들에게 물어봤을 질문. 물어보지 않았어도 어른들에게 한 번쯤 들어본 질문이지 않을까. 나 역시 돌이켜보면 주변 어른들로부터 자주 듣던 질문이었다. "너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어린 마음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지만 항상 먼저 엄마를 말했다. 그다음 눈치를 살피며 아빠를 말했던 것 같다. 아무런 의미 없고 쓸데없는 질문임을 알면서도 아들에게 물어봤다. 설령 엄마라고 대답해도 의연해야지 하면서 말이다.
아들의 대답은...
당연히 엄마였다.(괜한 걸 물어서 상처만)
다시 묻는 질문에 나를 한번 쓰윽 보더니 "아빠가 좋아!" 대답한다.(눈치는 빨라가지곤)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아내 없이 두 아들을 본다. 공부하는 아내를 외조한다는. 어쨌든 저녁 6시부터 두 아들이 잘 때까지 오롯이 두 아들과 보내는 시간. 정신없다. 내겐 없는 저녁 있는 삶. 첫째 밥을 차려주고 둘째는 이유식을 먹인다. 두 아들과 함께 저녁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일단 급한 대로 두 아들을 먹이면 둘째는 조용해진다. 이제 첫째와 노는 시간. 몸으로 노는 아들 덕에 놀이기구가 되지만 급격한 체력 저하로 그만하기를 반복한다. "안아줘, 안아줘!" 나를 올려다보며 두 손 벌리고, 무작정 등에 올라타는 아들의 재촉에 하는 수없이 이를 악물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첫째와 놀다 보면 어느새 둘째 분유 먹을 시간이다. 분유를 먹이고 어질러진 거실을 치우다 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둘째를 재우는 8시부터 첫째 양치질부터 잠자리 들기까지 9시. 재 시간에 재우려고 애쓰는 나와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아들 간의 전쟁이 시작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시간은 줄어든다는 생각에 초조해진다.
녹초가 되는 저녁, 첫째의 의젓한 행동에 두 아들 보기가 수월했다. 스스로 밥도 먹고 혼자서도 잘 놀았다. 동생이 울면 달려가서 장난감을 주거나 쪽쪽이를 물려주는 아들. 이제 형 노릇을 제법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도 하나둘씩 치우기 시작했다. 몇 번은 안 한다 빼다가도 하기로 마음먹으면 깔끔하게 잘 치우는 아들이다. 잠자리에 누워 책을 읽다가 칭찬해주고 싶었다. 표현이 서툰 나로서 최선을 다했다.
아빠는 유호가 고마워요.
든든한 아들. 엄마 없어도 안 보채고,
동생이랑 잘 놀고, 밥도 스스로 먹고,
장난감 정리도 하고, 도와줘서 고마워.
아빠는 유호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이내 아들은 나의 말을 그대로 옮겼다.
"나도 아빠가 제일 좋아!"
난데없이 흥에 겨워 노래 부르는 아들.
엄마가 제일 좋아
세상에서 제일 제일 좋아
아빠가 제일 좋아
세상에서 제일 좋아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다. 평소에 흥얼거리던 노래이기도 했다. 서툰 발음으로 가사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부르는 노래에 감동했다. 뜻밖의 아들의 고백에 고단했던 하루, 쌓였던 피로가 사르르 녹는 듯했다. 좋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또 듣고 싶은 말 같다. 이날 아들의 고백은 최고의 피로 회복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