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길 줄 아는 아이로 커다오
4살 아들의 마음 일기 [챙기다]
챙기다: 잊지 않고 돌보다.
아빠가 꺼내, 스스로 해야지!
아들의 말에 한방 먹었다. 물 마시고 싶다는 아들을 데리고 교회 식당으로 갔다. 소독기에서 컵을 꺼내는 아들에게 아빠 꺼도 줘!. 아들이 당연히 컵을 줄 줄 알았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자기 마실 컵만 꺼내고 소독기 문을 닫아버린 아들. 아빠는? 불쌍한 척을 해봐도 소용없었다. 돌아오는 말은 "아빠 꺼는, 아빠가 꺼내!"였다. 순간 서운한 감정이 올라왔다. 컵 하나 줄 수 있는데... 자기 할 일은 스스로 한다는 것을 너무 가르쳤나, 아차 싶었다.
아들이 눈치가 빠르다. 스윽 나를 한번 보더니 컵 두 개를 꺼낸다. 요 며칠 아들은 물을 마실 때 나의 컵도 챙기기 시작했다. 아들이 처음 컵을 준 날 감동받았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아이의 행동에 귀엽고 마냥 신기하다. 아들과 함께하면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한 번은 이제 막 소독을 마친 컵인지 모르고 꺼냈다가 아들은 뜨겁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놓지도 못하고 들고만 있는 컵을 잽싸게 가져갔다. 아들은 가져간 이유를 생각하기는커녕 가져간 나의 행동에 꽂혔다. 순간 아들의 반응에 당황했고 아빠 주고 싶었는데... 아들은 울먹였다. 머쓱해진 나는 챙겨줘서 고맙다는 말만 반복했다. 어쨌든 아빠를 챙기고 싶은 마음이란 것을 알기에 다독거리며 칭찬했다.
아들은 자기 혼자만 먹지 않는다. 먹을 것이 있으면 서슴없이 나눠주는 아들, 뭐든 먹다가도 내 손에 쥐여주거나 입에 넣어준다. 어찌나 고맙던지 이것저것 챙기는 아들의 마음이 기특하다. 욕심이 없다는 아내의 말, 아들은 정말 그렇다. 네 살 아이가 왜 욕심이 없겠는가. 그 욕심을 절제하며 자기 것을 나눠주는 아들의 모습에 많은 것을 배운다. 유독 나를 먼저 챙겨주는 아들, 그걸 지켜보는 아내는 따가운 눈빛, 간직하고 싶은 장면이다. 아들은 오늘도 먹어보라며 젤리, 사과를 가져온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타인을 위해 살라는 말은 아니다. 살면서 적당한 욕심은 필요하다. 자신의 욕구를 내세울 때도 있어야 한다. 자기 것을 기꺼이 나눠주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아버지로서 바람은 아들이 따뜻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살피고 돌보 줄 아는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다. 혼자 살지 못하는 세상에서 함께 더불어서 살 줄 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