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냥의 5분 소설
아내의 눈을 본 순간 그놈에게 가서 무언가를 말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의 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일 너무나 많이 겪어서 또다시 엮이고 싶지 않다. 당신은 이런 의미 없는 싸움에 휘말릴 사람이 아니라서, 그래서 당신을 사랑하는 거다. 당신은 현명하니까 제발, 이런 일에 휘말리지 말자. 제발 나를 이해해 달라, 나는 너무나 피곤하다…… 그 짧은 순간에 어떻게 이런 마음을 읽을 수 있느냐 어떤 이는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정말로 사랑하고 이해하면 순간에도 그런 눈빛이 모두 읽히는 법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내의 뜻에 따라 조용히, 모르는 척 우리 갈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아내와 제가 사는 아파트 입구였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널까 하다가, 순간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놈에게 우리 집을 알려 주는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아내가 항상 저와 함께 있는 것도 아니고, 만일 저놈이 우리 집을 알아두고, 그래요, 뭐 몇 호인지까지는 몰라도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 몇 동에 사는지 정도는 쉽게 알아둘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 놓고 아내 혼자 있을 때 저놈이 집 근처를 배회하다가 따라오기라도 하면 큰일 아닙니까? 저런 변태 녀석이 무슨 일을 벌일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횡단보도 건너지 말고, 그냥 나 따라와.”
아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제 말을 다 이해하더군요. 한 3초쯤 지났을까요? 제가 아내 눈빛 하나만으로 그 마음을 다 읽었듯 아내 역시 제 말을 다 이해한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방향을 틀어서 전혀 엉뚱한 곳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걷다 보니 횡단보도가 하나 또 나왔습니다. 초록 불이 깜빡깜빡하고 있었지요. 10초쯤 남았습니다. 지금 이 횡단보도를 건너면 놈은 절대 따라올 수 없을 그런 거리였지요. 10초 뒤면 빨간 불로 바뀔 테니까요. 저는 아내에게 뛰라 말하고 냅다 횡단보도를 건넜습니다. 우리가 건너고 나서 불은 빨간 불로 바뀌더군요. 이제 놈을 떼어버렸겠지, 저 불을 건넜을 리가 없어. 저는 안심하고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녀석은 정말 놀라운 놈이었습니다. 허겁지겁 뛰어왔는지 무릎을 짚고 허리를 숙인 채 가쁜 숨을 가다듬고 있었습니다. 미친 듯이 달렸던 모양이지요. 그리고 아마 빨간 불로 바뀌는 그 순간에도 그냥 달렸나 봅니다. 그렇게 달려서 횡단보도마저 건넌 모습을 보니 소름이 끼치더군요. 저놈의 정체는 대체 뭘까? 왜 저렇게 절박하게 쫓아오는 걸까? 내 아내가 예뻐서? 그렇다한들 혼자 있는 여자도 아니고 이렇게 명백히 옆에 남편이 있는데 대체 왜?
5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