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노래

오늘 하늘엔 별이 참 많다

by Letter B






안녕하세요. 어쨌든 노래 20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여름 연재를 시작하면서 딱 10회만 연재해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덧 20회를 맞고 있습니다. 처음 글을 쓰고 녹음을 할 때의 떨림이 아직도 생생한데요, 이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어 연재까지 시작하고, 또 어느덧 20회를 맞아 마무리를 할 준비를 하게 되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좀 더 열심히 할걸. 역시나 그런 생각들이었습니다.


이제 곧 여름이 옵니다.

요즘 날씨가 햇살을 맞이하기에 참 좋은데, 여러분들은 어떤 여름을 맞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지난 해 좀 뜨겁고, 어려운 한 해를 지났던 기억이 나요. 조금은 게으르고, 한편으론 부단히도 노력하면서 지나온 것 같은데 또 막상 한 해를 돌아보니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체로 모든 일이 그런데 집에서 쉬면서 보내다 보니, 시간이 더욱 빠르게 느껴져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오늘 선곡을 하면서, 처음 글을 게재할 때처럼 어느 때보다 선곡에 신중을 기했는데요, 결국 선곡하게 되는 곡들이 '이 곡 만은'이라는 느낌보다 음. '이 곡은 꼭'이라는 곡을 선곡하게 되더라고요. 열심히 골랐습니다.


여름에 시작해서 여름에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별 의미 없지만, 보슬보슬 보슬비가 내리던 시기에 시작을 했거든요. 따가운 햇살과 보슬비를 떠올리며 써내려 갔는데, 그동안 좀 전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어쨌든 노래 마지막 시간을 즐겁게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가끔 사색을 즐긴다 - oceanfromtheblue






이 곡을 아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제목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듣기 시작했는데요, 사실 아직도 이 곡을 부른 가수나 밴드에 대해서 알지 못합니다. 그냥 추가만 해놓고 한 곡 듣는, 그런 곡이랄까요?


이 곡이 제 기억엔 코로나19가 막 시작한 시기에 만나게 된 곡이에요.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당시 겨울이 내려서 무척 추웠거든요. 거리는 황량하고, 사람들은 전염병 덕분인지 꽤 날카롭고 무서웠습니다. 저는 대체로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함부로 굴어서는 안 된다'는 기이한 생각들이 한 켠으로 자리 잡았던 것 같아요.


가벼운 리듬의 하우스 곡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리드미컬하지도 않은데, 기분을 전환해 주는 기점 같은 것이 저에게는 꼭 작용하더라고요. 선곡 순번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제목 덕분인지도 모르겠네요. 중요한 건 듣다 보면 리듬을 따라, 생각이 꽤 가벼워진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의 복잡한 거리를 떠올리면 빼먹을 수 없는 곡이랄까,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꼭 이 곡을 여러분에게 소개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쨌든, 노래를 연재하게 된 계기랄까요. '누군가 이 연재를 보게 된다면 단 한 곡이라도 일상에서 위안이 되는 곡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하는.


여러분들도 음악을 들으면서 새로운 사고의 전환점을 맞는 계기를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sitting here in silence - oasis




Sitting here in silence on my own
And only I can see
What it means to be
Sitting here in silence on my own



다음 곡은 오아시스의 sitting here in silence입니다.


혹시 이 곡을 아시는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어요. 오아시스 하면 워낙 명곡이 많아서 많은 분들이 '모든 곡이 좋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시는데, 막상 앨범을 들으면 그렇지 않은 곡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또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번 곡은 오아시스는 좋아하지만, 앨범을 다 들을 시간이 없는 분들이 '그 중 어떤 곡이 괜찮은가?' 물으실 때 추천해드리고 싶은 곡입니다.


곡이 약 2분 정도로 굉장히 짧습니다.

곡의 시작부터 이미 감정이 굉장히 소모된 느낌이에요.

그런 곡들의 장점은 곡으로 인해 감정이 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 아무 이유 없이 굉장히 우울한 날들이 있는데요, 딱히 우울하다고 표현하는 것도 애매할 정도로 이유 없는 무기력함에 시달리는 시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 위로가 되는 곡들을 좀 살펴보면 '잘 될 거야'하는 말보다는 '나도 지금 그렇게 힘든 상태지'라는 독백이 들어간 곡들인 것 같은데요, 모든 무대가 끝난 뒤의 허탈함은 아마 모두가 공감하는 감정이라고 생각됩니다. 모든 걸 쏟아부은 뒤, 어디로부터 파생되는지 모르는 알 수 없는 공허함. 그런 상태를 조금도 훼손하지 않고 가만히 함께 있어주는 그런 곡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네요.


오아시스 하면 제 개인적으로는 '대중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요, 회유적인 가사 때문인지 그들이 표현하는 정서에 비해 올드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힙니다. 그러나 그들의 가사를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해 보면 '청춘'의 테두리에 가장 밀접해있다는 것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아름답게 낙하하는 청춘입니다.


시대가 지나도, 세대가 변해도 명곡이 왜 명곡이냐 묻는다면 이런 곡들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sunsetz - Cigarettes After Sex




세 번째로 소개해드릴 곡은 Cigarettes After Sex의 sunsetz입니다.


Cigarettes After Sex 하면 굉장히 감각적인 밴드로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인지 광고 음악으로는 각광받고 있음에도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음악을 들을 때 장르마다 리스너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데, 가끔씩은 앨범 커버만 보고도 '이 음악은 나랑 맞지 않아'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쩌면 경계선이 가장 없는 분야가 음악이 아닐까 싶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런 의미로 이 음악을 들고 와 봤습니다.

굳이 소개하자면 Cigarettes After Sex가 발표한 곡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대중성을 띄고 있는 곡이 아닐까 싶거든요.


이 음악을 소개해드리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우연히 한남동에 간 적이 있거든요. 한남동이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큰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 언덕 정상베기에 분위기 좋은 카페가 하나 있는데, 그 안에서 유리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는 겁니다.


당시 무드라곤 1도 없는 동료와 신세 한탄을 하며 정말 무드와 1도 맞지 않는 상황에서 무드와 정 반대의 카페에 가게 된 것이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제 개인의 충전이 필요해진 시점이었거든요. 그 때 이 곡이 카페에서 우연히 흘러나왔는데요.


아주 잠시 동안 그 분위기에 동화되어 정체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거든요. 석양이 지는 그 카페 안의 정경이 말입니다. 저는 이런 것이 음악이 주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이 곡이 그런 분위기에 어울리는 곡이라는 것을 좀 전해드리고 싶달까요. 이 글을 만나시는 분들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전해졌으면 하면서 선곡해 보았습니다. ㅡ.ㅡ;;; 그렇습니다.




And when you go away, I still see you
With sunlight on your face in my rear-view




가사를 오늘 처음 찾아보았는데요, 음악만으로 이렇게 다양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됩니다. 글을 적다 보니 꽤 알짱대던 정말 오랫동안 연락을 못한 동료가 떠오르네요. 바이러스처럼 무수히 떠다니는 선입견들이 많이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moai - 서태지



네 번째 곡입니다. 서태지의 Moai입니다.


서태지 하면 세대마다 세겨져있는 이미지가 전부 다를 것이라 여겨지는데요.

저희 세대에는 서태지 하면 좀 애매하게 세겨지거든요, 90년대의 이데아 정도로 말이죠.

미스터리 한 이미지의 한 남성이 갖고 있는 배경에 공감을 하지 못하는 거죠.

함께 듣고 즐기지만, 그건 어쩌면 '문화 대통령'이라는 아이콘에 한정되어 있는 이미지를 소모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서태지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같은 범위 내의 굴레에 머물러 있었던 거죠.


그러다 이 곡을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저는 처음 이 곡을 듣고 정말 몇 달은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들었던 것 같아요.

일단 곡 자체가 날씨로 비유하자면 맑고 쾌청하죠. 군더더기가 없어요. 모든 의문들이 해소되는 시점의 해탈을 노래하고 있는 듯하거든요. 저 개인적으로는 서태지의 음악을 숱하게 들었지만 비로소 서태지라는 인간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된 곡이라고 전하고 싶은데요. 아마 많은 대중분들이 서태지라는 시대의 아이콘을 마침내 인간으로서 정면으로 마주한 곡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 세상은 이 어둠을 내게 허락했고
비로소 작은 별빛이 희미한 나를 비출 때
차가운 바다 속에 내 몸을 담그니
내 가슴을 흔드는 잔잔한 물결 뿐
해맑게 웃을 때 나른한 걸까
세상에 찌든 내 시크함을 조롱한 걸까
나는 멍하니 이 산들바람 속에
성난 파도를 바라보고 있어




저는 힘이 들거나, 지친 날에 주로 선곡해 듣습니다.


무대 뒤의 이야기는 아마 모두가 감추고 싶을 것 같아요. 또 어떤 의미로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어둠이 쉬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범위는 결국, 관계의 친밀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능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는데요. 어쩌면 가족도, 친구도, 부부 사이에도 나눌 수 있는 힘든 이야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 마지막에는 모두에게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기 마련이죠. 아마 모두에게 그럴 겁니다.


글을 적으면서 자신의 불안과 어둠을 가장 깨끗하고, 맑게 그려낸 서태지의 배려를 봅니다.

저는 참 많은 위로를 받았는데요,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명언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 역시 같은 상황에 놓인 한 명의 초라한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표현 방식에는 제한이 없는 것 같아요. 조금 부끄러워도, 조금 모자라도, 조금 뒤처져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생각보다 참 무겁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좀 부끄럽지만, 곡을 선곡하면서 이 곡은 꼭 <어쨌든, 노래>를 구독하시는 분들이 한 번쯤은 들으셨으면 하고 선곡해 보았어요. 마지막 연재이니만큼 많은 분들에게 제가 느꼈던 곡이 주는 힘을 전달하고픈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새침)




la la la thats how it gose - Honne




다섯 번째 곡입니다. 광고 음악으로 익히 알려진 Honne의 la la la thats how it gose입니다.



https://youtu.be/43FgE6uCyLw


뮤직 비디오를 먼저 들고 와 봤어요.

Honne를 아시는 분들은 아마 이 앨범이 나오자마자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이 기존에 보여주었던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음악을 떠올리셨다면 더욱 그랬을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저는 앨범이 나오자마자 '이런 식으로도 진화가 되는구나'하고 떠올렸던 것 같아요.


가벼운 마음으로 선곡해 보았습니다.

노래의 제목처럼 모든 일들에 '그냥 그렇게 흘러갈 때도 있군'하면서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가볍게 넘어설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말입니다.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어요. 서로 다르게 인지한다는 것이 더욱 힘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When the world gets heavy
The weight has got you down on your knees
It's okay to say “F it”
If you just remember this melody
It goes




오늘 하늘엔 별이 참 많다 - 오지은




마지막 곡입니다.

오지은의 오늘 하늘엔 별이 참 많다입니다.


저는 이 곡을 떠올리면 서울에서 자취하던 시절이 떠올라요.

무척 힘들고 고된 날을 보낸 날에는 항상 꺼내 듣던 노래거든요.

아무도 입 밖으로 내지 않는 감정들에 대해서, 모두가 강하다고 느낄 때 홀로 밤하늘에 의지해 걷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먼저 가사를 좀 공유해 볼까 해요.



일찍이 버스에서 내리고선
타박 발걸음 내디며 조용한 밤 산책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구나
오늘 하늘에 별이 참 많구나
혼자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이상하지



외롭다는 건 가장 당연한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많은 청춘들이 너무 당연한 인간의 본능을 어떤 식으로든 외면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최근에 들었어요.

자유라는 것이 언제나 밝고 그림 같은 것들이 아님에도, 우리는 늘 쫓기고 갈망합니다.


지금 이대로 행복하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부단히 노력을 하는지, 해왔는지 이 곡만큼 잘 표현해 내는 곡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재를 시작하기 시작한 것도, 지나오는 내내 가장 전달하고 싶은 마음들이라 마지막으로 선곡해 보았습니다.


저녁거릴 걱정하다 내 일거리 걱정하다
아무 일도 없는 소소한 일상
새삼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이대로 좋구나






많은 것들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많은 것들이 소비되고 있기도 하네요.


한 가지 꼭 전달하고 싶은 것이 연재를 하면서 생겼는데요,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는 겁니다.


고심해서 고른 곡들이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께 언젠가 출근길에 또 퇴근길에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봅니다.


저에게는 무척 설레고, 지루하고, 의도와는 다르게 내팽개치는 순간들이었는데요.

지나고 보면 또 한 뼘 성장해있지 않나 하고 작게나마 생각해 봅니다.


언제나 좋은 일들이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그렇게 볼품없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거침없이 적은 글들인데요, 그래서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무척 저에겐 의미가 깊은 연재였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 또 연재를 시작하게 되면 좀 더 읽기 편한 글로 다가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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