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스파게티

by Letter B







허기가 진다.

배를 채우는 일은 공들여 지나온 하루를 마주하는 일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나날은 몫보다 크기가 커다란 그릇에 허겁지겁 채워진 식량을 위로 덜어내는 일이다.

단내가 밀려온다. 아침에 내려둔 커피 탓이 아니다.

작가는 타자 위의 손이 떨려오기 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스파게티.


작가는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묵혀두었던 메뉴를 조리하기로 한다.

면을 삶기에는 조금 작은 사이즈의 냄비에 가장자리 조금 못 미치게 물을 채운다.

화력은 센 것이 좋겠다. 물이 끓어 오르지만 작가는 도통 면을 꺼낼 생각을 않는다.

면의 양을 손으로 가늠할 뿐이다.


토마토 파스타에는 해산물이 좋다.

조리법이 버젓이 겉면에 쓰여져있지만 작가는 개념치 않는다. 딱히 지적받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포인트이다.

작가는 손을 뻗어 참치를 선택한다.

맛의 비율은 어쩌면 고루 어우러짐을 들이는 습관에서 결정되는지도 모르겠다.


응결된 물방울이 물의 표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작가는 손을 둥글게 오무려 원을 만들고는 눈으로 이리저리 크기를 가늠한다.

이만치, 냄비 안으로 면을 채워 넣는다.

면수에는 소금을 첨가한다.

그러나 그녀는 거의 짭쪼롬한 면의 맛을 알아채지 못한다.

기름기를 뺀 참치는 살코기로 골라 잘게 부수고 미리 삶아 놓은 토마토의 껍질을 벗겨 잘 데워진

소스와 섞어준다. 마트에서 미리 구매해 둔 흔한 기성제품이다.


프라이팬 위에 얹어진 재료들은 전도성이 낮다.

휘휘 뒤적이다 어긋나 버린 설김은 타이밍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 요리에서 쓰여진 물의 온도와 조리 시간은 기본이다.

기본은 무시된다.

작가는 기본에 얽매여 있다.

포인트를 더해준다고 알아챌 리 없다.


아차차, 면이 들러붙었다.

식탁 위로 프라이팬을 옮기는 작가는 정작 불을 끄는 타이밍을 모른다.

제대로 된 한 끼란 이토록 고된 것인가.


작가는 식탁 위에 앉아 합장을 하곤 나지막이 읊는다.


그녀는 공정합니다.


작가는 볼품없는 음식으로 손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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