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모독

by Letter B





시대를 풍미한 여인들은 울지 않는다.

거리는 낙오자로 가득하다.

나는 몇 번이고 단어를 고르다 결국 같은 단어에 머물고 만다.

더 이상 좋은 어휘는 떠오르지 않았다.


여인들은 여유롭다.


시대가 나를 버렸다고 낙담할 시간이 없었다.

구석구석 변화를 뒤적인다.

그대로 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뭘 해야 하지?


기억을 헤집어 접점을 찾기 시작했다.

삶, 그 고결한 단어에 안주할 수 있다면.


새로운 가지를 잔뜩 끌어안은 어머니는 생전 보지 않던 것들을 늘어 놓으신다.

삶을 영위하는 곁가지들이 저리도 좋을까.

나는 그저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그저 바지런을 떠는 지어미의 모습에 정을 붙이다가는 그제서야 의문을 품는다.

한 아름 곱게 조각난 목각들은 대체 무어란 말인가.

나는 계절이 지나도록 한 번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어찌 사물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단 말인가.


집 안 곳곳에 놓인 사물을 샅샅이 살피지만 꼭 제자리를 알 수 없다.

통상 풍수가 그렇듯 나는 그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한 바탕 떠들썩한 소란이 몇 차례 반복해서 지나가고 있지만 노동자는 알리 없다.

나는 어느새 삶의 손익을 따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굳건한 지반이 흔들릴 까닭이 없다.

더 이상 거리에서 교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부를 제외하곤 더 나아진 존재성을 두고 의심하지 않는다.

정체된 삶이 같은 원을 그리며 굴러가기 시작한다.


정말 그렇게 가도 괜찮은 걸까.


나는 얄궂어 악을 쓰고야 만다.


지난밤 목청을 높이던 여인은 행복했을까.

나는 부러 아무것도 택하지 않고는 툴툴 시비를 건다.

여인이 구현해 낸 아름다운 동화는 꼭 지키고 싶던 삶이었을까.


나는 못내 돌아보지 않는다.


나는 본 적 없는 삶을 4차례나 순행하며 같은 질문에 머문다.

'끝내 걸치면 가는 길에 답은 있는 것이오?'


시대는 노예들이 외치는 해방과 다름없다.

달라진 것은 제 얼굴과 몸뚱이뿐이다.

하루도 분개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곤욕이었다.

지쳤다.

지치지 않았다.


나는 어머니가 깎아둔 목각을 이리저리 살피다 돌연 주저앉는다.

요행을 부린 적 없는 그녀는 무엇을 그리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

나는 던질 것 없이 물끄러미 그녀가 일군 삶을 마주한다.

부끄럽지 않다.


그러고 보니 나는 수차례나 그녀의 특별한 취미를 목격하고도 삶이라고 여긴 적 없다.


왜 한 번도 묻지 않았던 걸까.

나는 적으면서도 받아들일 마음이 영 생기지 않는다.

꺼진 화면 너머 호기심이 가득한 두 눈을 더 이상 마주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아주 많은 인격이 존재합니다.

인격을 다스리는 일이야말로 미래 산업인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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