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껐네

by Letter B






잠이 오지 않는다.

나는 고장 난 부분을 이리저리 뒤지다 결국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다.

이해하는 것은 죄고 깨닫는 것도 죄다.

지친 마음은 유실물에 포함되지 않는다.

나는 두 번이나 묻지만 확신하지 못한다.


무.리.하.고.있.다.


행복이 눈앞을 스쳤다.

군더더기 없다.


TV를 보던 나는 수갈래로 엉킨 더미를 끌어안은 채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거 참 죄송한 일인지도 모르겠군.

마침내 TV를 껐다.

복잡한 건 질색이다.


아 우리는 아주 거룩한 업적을 일구었던가.


나는 행복을 두고 한참이나 서성인다.

이대로 걸어 나가면 불평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까.

허리를 숙인 이들은 말이 없다.

불평 없는 겸허함이란 어쩐지 세상에 존재하면 안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만한 희생이란 건 볼품없다.

답을 쥐고 있다고 으스대는 사람들의 손으로 정작 본인은 없었다.

더 이상 궁금하지 않았다.


허망한 까닭은 지나온 3년이었다.

나는 여전히 나를 옭아매는 것들을 바라본다.

영 맞지 않는 무거운 옷이 싫어 거울 앞에 철 없이 구는 나를 외면한다.


희망인가.


더 이상 묻고 싶지 않았다.


나는 맨 몸으로 양국에 대학을 두어 명이나 보낸 진리를 도무지 무시할 수 없었다.

우리 어머니는 나를 집에다 5년이나 묵혀 두고도 불만이 없다.

차차 나아질지 모른다.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도 모르는 사람들의 함박웃음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

그렇게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속삭임은 일종의 보험과도 같았다.

나는 보험을 제 손으로 들어 본 적이 없다.

바보들이라고 생각했다.


의문들이 잦아졌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 묻는다.

정확히 어느 부분이 불편해진 걸까.


쉽게 버려버린 죄책감은 소화되지 않는 이물질로 남아 몇 번이나 입을 여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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