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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항현 May 01. 2023

사회적 상수를 찾아서

물리학을 공부하다보면 여러 상수들이 나온다. 고전역학의 중력상수, 통계역학의 볼츠만 상수, 상대성이론의 광속, 양자역학의 플랑크 상수가 떠오른다. 보다시피 물리학의 새로운 분야가 나타날 때마다 새로운 상수가 발견되거나(통계역학, 양자역학의 경우) 그 상수가 그 분야의 핵심 개념을 이루기도 한다(상대성이론의 경우). 


내가 공부하는 사회물리학은 어떨까? 사회물리학은 위에 나열한 분야들처럼 물리학의 맥을 잇는 분야가 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사회물리학을 대표하는 상수가 있을까? 만일 그런 게 있다면 나는 그것을 '사회적 상수'라고 부르고 싶다. 사실 이건 한 10년 전부터 생각하던 주제인데, 아직 그 상수를 어떤 방식으로 발견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없다.


만일 그런 게 있다면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얻어질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우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회의 수학적 구조를 밝혀내는 것이다. 어떤 형태여도 좋다. 너무 복잡하다면 단순화 해볼 수도 있다. 4년 전 세상을 떠난 파이겐바움은 난류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이를 단순화한 비선형 사상(map)을 연구하다가 자신의 이름을 딴 파이겐바움 상수를 발견했다. 즉 사회의 수학적 구조가 복잡하냐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핵심 구조를 한 줌의 방정식으로 모형화할 수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물론 여전히 매우 막연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건 마치 마찰력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이 관성의 법칙을 이해하는 수준의 깨달음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사회물리학은 아직 마찰력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끝에 인류는 성공적으로 관성의 법칙을 발견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세대가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어쩌면 수백년 후의 사회물리학자들이 사회적 상수를 계산해낼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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