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을 공부하다보면 여러 상수들이 나온다. 고전역학의 중력상수, 통계역학의 볼츠만 상수, 상대성이론의 광속, 양자역학의 플랑크 상수가 떠오른다. 보다시피 물리학의 새로운 분야가 나타날 때마다 새로운 상수가 발견되거나(통계역학, 양자역학의 경우) 그 상수가 그 분야의 핵심 개념을 이루기도 한다(상대성이론의 경우).
내가 공부하는 사회물리학은 어떨까? 사회물리학은 위에 나열한 분야들처럼 물리학의 맥을 잇는 분야가 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면 사회물리학을 대표하는 상수가 있을까? 만일 그런 게 있다면 나는 그것을 '사회적 상수'라고 부르고 싶다. 사실 이건 한 10년 전부터 생각하던 주제인데, 아직 그 상수를 어떤 방식으로 발견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없다.
만일 그런 게 있다면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얻어질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우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회의 수학적 구조를 밝혀내는 것이다. 어떤 형태여도 좋다. 너무 복잡하다면 단순화 해볼 수도 있다. 4년 전 세상을 떠난 파이겐바움은 난류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이를 단순화한 비선형 사상(map)을 연구하다가 자신의 이름을 딴 파이겐바움 상수를 발견했다. 즉 사회의 수학적 구조가 복잡하냐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핵심 구조를 한 줌의 방정식으로 모형화할 수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물론 여전히 매우 막연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건 마치 마찰력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이 관성의 법칙을 이해하는 수준의 깨달음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사회물리학은 아직 마찰력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끝에 인류는 성공적으로 관성의 법칙을 발견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세대가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어쩌면 수백년 후의 사회물리학자들이 사회적 상수를 계산해낼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