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톡소다 Sep 26. 2024

1화, 지금이 이혼할 때

이혼이 두려운 당신에게

지금이 이혼 할 때인가 보다.


항상 술을 먹고 아침이 다 되어야 들어오던 당신은 그날도 술을 마시고 잠을 자고 있었다.

딸아이는 학교를 가기 전 현관에 걸린 고리에서 마스크를 찾는다.

"엄마, 엄마 마스크가 왜 내 자리에 걸려있어?"라는 딸아이의 물음에 나는 의아해하며

"이거 엄마 마스크 아닌데?"라고 말한다.

"봐바~ 립스틱이 묻어 있잖아. 어제 저녁에 캄캄해서 엄마가 잘못 걸어뒀나 봐~"라고 말하는 딸아이의 손에 걸린 마스크를 건네받는다.


당황스럽지만, 딸아이 앞에서는 태연한 척

"엄마가 잘 못 걸어뒀나 보네, 학교 잘 다녀와~"라고 인사를 건넨다.


딸아이가 발견한 마스크 속 립스틱 자국.

당신의 마스크 안쪽에 묻은 립스틱.

내가 쓰지 않는 색의 립스틱.


잠에서 깬 당신에게 덤덤하고 무심하게 누구의 립스틱이냐고 묻는다.

당황해하며 자신의 마스크지만 모르겠다는 당신.

다시 묻자 목소리를 높이며

상기된 얼굴과 떨리는 눈으로 말이 이어지지 않는 말들로 모르겠다고 말하는 당신을 두고

나는 하얘진 머리로 집밖으로 나와 출근을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걷고 걸어도

왠지 모를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가슴이 뛴다.


문득, 그동안의 어색하고 평소와 달던 행동들...

뭔지 모르겠지만 한구석에 찝찝하게 자리했던 의문들이 머릿속을 채운다.

머릿속에서 맞춰지는 의문들에 걸음을 멈춘다.


당신에게 더 이상 묻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없다.

나는 이제 편안해지고 싶다.

실망과 원망을 던지는 대신 다 내려놓고 싶다.


지금이 이혼할 때인가 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