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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속 Jul 13. 2023

미래의 탤런트 상구

105호 아줌마의 금쪽이

  푼수 떼기 105호 아줌마에겐 결혼 후 어렵게 가졌다는 금쪽이 삼대독자 외아들이 있었다. 이름은 상구. 상구는 초등학교 2학년으로 나보다 7살이 어렸는데 마치 다섯 살짜리 어린애처럼 행동했다. 늘 실실 웃기만 하고 놀이터에서 친구하나 없이 기어가는 개미만 쳐다보던 4차원이었다. 상구엄마는 말이 느리고 또래보다 여러모로 부족한 아들을 애틋해했는데 그래서인지 상구 생일엔 온 동네 이웃들을 초대해 잔치를 벌였다. 떡이며 이단케이크며 치킨, 잡채에 탕수육까지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생일상을 보고는 입이 떡 벌여졌다. 우리 엄마는 내 생일을 까먹고 챙겨주지 않았는데 눈앞에 펼쳐진 상구의 생일상에 군침이 돌았지만 부러움에 왠지 심통이 났다.

  참 유난이다 싶었다. 저 모자란 아들이 어디가 얼마나 좋길래 아줌마가 유난을 떠는지 어린 마음에 이해할 수 없었다.  속을 알 리 없는 이웃들은 오늘의 주인공 상구를 앞에 앉히곤 덕담을 하기 시작했다.

  "큰 그릇은 채우기까지 시간이 걸린데요. 상구는 늦머리가 터서 앞으로 공부도 잘할 거예요."

  "이목구비 좀 봐. 참 잘생겼다. 상구는 나중에 커서 탤런트 되면 되겠네."

쳇. 아무리 봐도 공부는 계속 못할 거 같고 콧대가 낮아서 탤런트도 될 거 같은데. 105호 아줌마는 이웃들덕담이 이미 이뤄진 듯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뻐했다. 그런데 아홉 살 상구의 생일잔치에 또래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 106호와 205호 아줌마 그리고 미정이 아줌마, 405호 아줌마랑 예식장 알바로 바쁜 엄마대신 참석한 나 그러고 보니 8살 상구생일 때도 엄마가 이웃들과 가서 축하를 해줬다고 들었는데, 친구 없는 생일 파티라니... 좀 이상했다. 

 작년에 상구 엄마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의 첫 생일을 기념해주고 싶어 성대한 파티를 준비했다. 워낙 말이 많고 사람도 좋아하는 아줌마라 설렜을 텐데 생일 당일 초대받은 상구네반 친구들이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아줌마는 눈물을 글썽였고 해맑은 상구는 케이크 크림만 손가락으로 콕콕 찍어 먹었다. 생일 파티로 시끄러울 거라고 옆집에 양해까지 구했는데 106호 아줌마가 조용한 105호가 이상해 문을 두드리니 두 모자만 덩그러니 있었다고. 106호 아줌마가 황급히 아파트를 돌며 이웃사람들을 모았 그렇게 동네 아줌마들로 급조된 축하 사절단이 탄생했다.

  생일 파티에 다녀온 내가 입을 삐죽이며 엄마는 딸 생일은 까먹고 왜 상구 생일은 챙기냐고 따져 묻자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였다. 상구는 친구가 없구나. 왜 없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아까 상구를 시샘하느라 미처 축하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 걸 깨달았다. 내년엔 진심을 담아 축하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아쉽게도 열 살 상구의 생일파티에 이웃 그 누구도 초대받지 못했다. 무슨 연유인지 소리 소문 없이 상구네가 하루아침에 이사를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이웃들의 덕담처럼 상구는 자랐을까? 아홉 살 상구의 생일에 미처 하지 못한 말을 늦게나마 전해야겠다. 

"상구야 너의 모든 생일을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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