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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속 Jul 03. 2024

참 교육의 선구자

  그녀는 자신이 당한 것만큼 되갚아 주기로 마음먹었다. 병원 빈대에게 평생 느껴보지 못한 불쾌한 감정을 안길 생각에 심장이 마구 뛰었다.

  참 교육의 기본은 미러링이 아닌가. 그녀는 그동안 병원 사모와 함께 있을 땐 스마트 폰을 꺼내지 않았다. 존중이자 인간에 대한 예의였다.

  이제 예의를 밥 말아먹은 각성한 그녀가 병원 사모와 마주했다. 그녀는 혼자 떠드는 사모를 앞에 두고 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하며 브런치 스토리에 올라온 관심 작가 글을 읽었다. 평소라면 혼자 있을 때 집중해서 읽었겠지만 지금은 미러링 교육 중이니까.

  "뭐예요? 뭔데 그렇게 폰만 봐요??"

그녀는 못 들은 척 작가들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이제 참 교육 1교시인데 벌써 사모의 낯빛이 어둡고 텐션이 떨어졌다. 혹여 먼저 간다고 할까 봐 카페에서 나오기 10분 전에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척, 호응해 주고 자리를 옮겼다.

  이제 2교시 사모님의 단골식당에 갈 순서였다. 그녀는 그때 그 코스요리가 너무 맛있었다며 역시 미식가라 추천 레스토랑도 수준이 다르다고 호들갑을 떨며 자리에 앉았다. 자기더러 밥값을 내라고 할까 봐 눈치 빤한 사모가 제일 싼 단품을 시키길래 웃음이 나오는 걸 참으며,

"오늘 내가 사주려고 했는데 파인다이닝에서 필라프가 뭐예요? 볶음밥이잖아요. 그거 말고 전에 먹었던 거 먹어요."

  그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코스요리에 스파클링 와인 한 병까지 주문하는 순발력에 감탄했다. 그녀는 도란도란 사모와 분위기 좋게 식사를 했다. 웨이터가 빌지를 사모 옆에 두었는데 친절하게 그녀의 옆으로 옮겨주는 센스까지. 역시 사모님 중에 사모님.

식사를 마칠 때쯤 그녀 폰에 알람이 우렁차게 울렸다. 그녀는 마치 심각한 통화를 하는 척 혼신의 연기를 하며 자신의 가방을 재빨리 챙겨 레스토랑을 빠져나왔다. 등 뒤로 사모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혼자 한적한 골목에 들어서 배가 찢어져라 한바탕 웃는데 사모에게 카톡이 왔다. 영수증 사진과 함께 위의 금액을 입금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예상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속이 훤한 사모님에게 그동안 그녀가 그 집 아이를 봐주고 먹인 저녁값과 포르셰 기름값, 진작 받았어야 할 신세계 상품권과 자잘하게 삥 뜯긴 돈을 답장으로 청구했다.

  그녀가 줄 돈보다 받을 돈이 더 많았기에 사모의 반응을 기다리는데 역시나 읽씹. 그녀는 레스토랑에서 빈티지 와인을 한병 깔 걸 후회했지만 그동안의 체증이 쑥 내려가는 통쾌함을 느꼈다.

  이렇게 또다시 승리한 그녀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참 교육의 대상이 오은영박사도 나자빠질 사모님계의 금쪽이였단 걸 그땐 정말이지 까맣게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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