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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속 Jun 29. 2024

활짝 핀 흑화

  에르메스 티팟 세트로 차 몇 번 얻어마신 대가치곤 혹독했다. 병원 사모님? 사모님은 무슨 병원 빈대주제에. 그녀는 그동안 쌓였던 일렁이는 감정의 파도에 싸대기를 맞고 번쩍 정신을 차렸다.

  평생 남의 것을 욕심내지 않고 살았건만 병원 빈대는 야금야금 그녀의 것을 탐했다. 처음 시작은 그녀의 호의였으나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호구가 되어있었다. 병원빈대는 자기가 커피를 살 때는 동네 저가 커피매장을 데려가고 그녀가 커피를 살 차례엔 브런치카페에 가서 빵까지 푸짐하게 시켜 먹었다. 남은 빵은 야무지게 포장해 는 생활력까지. 결코 호락호락한 성격이 아닌 그녀가 어쩌다 병원 빈대에게 피를 빨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래서 선빵이 중요한 건데 그녀는 자신이 먼저 주먹을 날리지 못한 게 두고두고 후회됐다. 그녀 홀로 역전극을 어떻게 하드캐리 했는데 이렇게 무너질 순 없었다. 

  그녀는 일단 병원 빈대를 요리조리 피했다. 빈대가 자신의 포르셰를 타고 드라이브를 가자는 것도 거절했다. 처음에 멋모르고 좋다고 얻어 탔는데 갑자기 기름이 떨어졌다며 주유소에 다 와선 지갑을 놓고 왔다는 것이 아닌가? 얼떨결에 그녀가 자신의 카드를 줬고 만땅으로 기름을 채우는 사모님의 배포. 포르셰에 기름을 가득 넣는 꿈을 이뤘건만 남의 차인 게 문제였다.

 "백화점 식품관 같이 갈래요?"

 "아니요. 장을 이미 봤어요."

 "그럼 에스테틱 같이 가요."

 "저 다른 곳에 회원권 끊었어요."

 "나 오늘 저녁 약속 있는데 우리 애 좀..."

 "저도 저녁 약속이 있어 안 돼요."

  모든 걸 뚫는 창과 모든 걸 막는 방패의 싸움이 이보다 치열했던가. 그녀가 태세를 전환하자 시녀를 포기할 수 없었던 사모님이 달라졌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증정용 와인을 한병 들고 찾아온다든가, 그녀 생각이 났다며 근처 반찬가게에서 마감세일 반찬을 사다 주는 등. 병원 사모는 그녀에게 다시 족쇄를 채우려 애를 썼다. 사모가 떨어져 나가지 않고 자신에게 질척이자 재밌어진 그녀는 빈대를 약 올리며 골려주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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