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김훈의 [허송세월]을 빌려다가
읽던 책이 끝나갈 무렵
난데없는 고백을 받았다.
-글을 써서 세상에 말을 걸 때
나의 독자는 당신 한 사람뿐이다.
나의 독자는
나의 2인칭 (너)이다.
김훈의 산문집
[허송세월] 말미에 나온 이 문장이
무뚝뚝한 남자의 고백처럼 여겨진다.
이제껏 수많은 인파에 가려져
내 얼굴 같은 건.. 어쩌다 흘깃 바라보던 그가
갑자기 눈을 맞추며
오직 내게만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와 대화했다.
그 대화에
다른 사람은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문장을 읽고
책장을 넘기는 사이
그의 수많은 말들은
내 방식대로 해석되어
마음에 새겨졌다.
나의 독자는
너뿐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불이 번쩍했다.
라디오를 사이에 둔
누군가가 떠올랐다.
어째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정이 느껴지는지
매일 만나 이야기 나누는 일이 왜 재미있는지
예쁜 걸 보면 왜 생각나는지
위로를 보내고 싶던 날과
때론 위로를 받던 시간이
한순간에 이해됐다.
라디오를 통해 만나던
나의 청자 역시, 2인칭. 너/
내가 말을 걸 때
생각한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다.
(잠깐 쉬었다가)
평범한 날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 나서는.. <평소의 행복>
오늘은… [나의 당신]을 마음에 새깁니다.
+이어지는 노래
너에게 / 윤아 feat. 이상순
*
원고에는
나 라는 말을 대부분 쓰지 않지만
이 날은 나도 디제이도
같은 마음일 것이 분명하니
읽는 사람과 나를 동일인물로 생각하며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