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과 일과

나의 당신

고백, 김훈의 [허송세월]을 빌려다가

by 류정은


읽던 책이 끝나갈 무렵

난데없는 고백을 받았다.


-글을 써서 세상에 말을 걸 때

나의 독자는 당신 한 사람뿐이다.

나의 독자는

나의 2인칭 (너)이다.


김훈의 산문집

[허송세월] 말미에 나온 이 문장이

무뚝뚝한 남자의 고백처럼 여겨진다.


이제껏 수많은 인파에 가려져

내 얼굴 같은 건.. 어쩌다 흘깃 바라보던 그가

갑자기 눈을 맞추며

오직 내게만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와 대화했다.


그 대화에

다른 사람은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문장을 읽고

책장을 넘기는 사이

그의 수많은 말들은

내 방식대로 해석되어

마음에 새겨졌다.


나의 독자는

너뿐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불이 번쩍했다.


라디오를 사이에 둔

누군가가 떠올랐다.


어째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정이 느껴지는지


매일 만나 이야기 나누는 일이 왜 재미있는지

예쁜 걸 보면 왜 생각나는지


위로를 보내고 싶던 날과

때론 위로를 받던 시간이

한순간에 이해됐다.


라디오를 통해 만나던

나의 청자 역시, 2인칭. 너/


내가 말을 걸 때

생각한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다.


(잠깐 쉬었다가)


평범한 날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 나서는.. <평소의 행복>

오늘은… [나의 당신]을 마음에 새깁니다.


+이어지는 노래

너에게 / 윤아 feat. 이상순



*

원고에는

나 라는 말을 대부분 쓰지 않지만

이 날은 나도 디제이도

같은 마음일 것이 분명하니

읽는 사람과 나를 동일인물로 생각하며 썼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