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이 사라지는 곳
크기와 무늬를 달리하는
아름다운 색채의 그릇들이다.
둥근 것과 네모난 것.
가볍게 끝을 오므린 것과
제법 속이 깊은 사발도 있다.
이국적인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하나쯤 기념으로 사고 싶지만
하나만 고를 수 없어
어쩔 수 없는 걸음을 옮긴다.
‘마라케시’에 왔다면
반드시 맛봐야 한다는
‘오렌지 주스’를 사려고 주변을 헤매는 사이
광장엔 어둠이 내린다.
군데군데 상인들이 밝힌 불이
작은 별처럼 아름답다.
그 별을 보고
온 도시의 사람이 모여드는지
어느새 북적북적, 시장이 활기를 띤다.
옷자락이 넓게 펄럭이는
흰색 가운을 입은 남자의 어깨에선
원숭이가 손짓한다.
댕그랗고 투명한 눈과 마주치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저쪽 가게에선, 램프를 팔고 있는데,
금과 은, 오색의 빛을 내는 색감의 전등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어디선가 귓전을 때리는 듯
커다란 북소리가 들린다.
그 사이로, 가느다란 피리소리가 뱀처럼 끼어든다.
아니나 다를까
말로만 듣던 ‘코브라’가
몸을 비틀며
장기를 뽐내고 있다.
어지러운 틈에서
장난감을 파는 어린아이와
관광객에게 헤나를 그려주는 여인이 자릴 잡았고,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초를 파는 노인이 제법 진지한 눈빛을 건넨다.
가방끈을 단단히 붙잡으며
정신을 차리려 노력하지만
시간과 공간이 사라진 이곳에선
소용없는 일이다.
*(잠깐 쉬었다가)
평범한 날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 나서는.. <평소의 행복>
오늘은 [모로코의 고대도시- 마라케시의 제마엘프나 광장]으로 안내했습니다.
+이어지는 곡
더 멜로디의 [Paradise]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삽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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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지쳐있는
봄이다.
봄은 쉽게 오지 않아서
몸이 자꾸 굳는다. 살랑살랑, 가벼운 바람을 불어넣듯이
사람들 머릿속에 아름다운 공간을 그려 넣고 싶었다.
일상이 좀 지겹고
색다른 음악이 듣고 싶을 때는
사진 한 장 보면서
가보지 못한 곳을, 마치 가본 것처럼 묘사한다.
그림이 아닌 단어들로 묘사할 때
아주 재미있다.
_ 2024년 3월 6일 수요일의 평소의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