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넘어져도 다시 반짝일 수 있어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

by 소담



이 글은 반려견인,
라울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입니다

【 내 이름은 라울, 나는 반려견이다 】
4부-삶의 태도와 개똥철학
스물네 번째 이야기-넘어져도 다시 반짝일 수 있어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힘든 날이 찾아온다. 나도 그렇다. 먹고 자고 산책하며 단순하게 사는 것 같지만, 그 안에도 기분이 가라앉을 때가 있다. 사람들은 가끔 “드라이브를 하면 기분이 풀린다”라고 말하지만, 꼭 차를 타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나를 다시 채워주는 방법은 많다.


예전에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기분 나쁜 경험 하나를 했다면,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세 가지를 하라.”

그 말을 들었을 때 고개가 끄덕여졌다. 동시에 깨달았다. 그러려면 먼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나를 웃게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윤 집사와의 가벼운 산책을 좋아한다. 맑은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며 걷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윤 집사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내 마음을 채운다. 오늘 있었던 일, 오래된 추억, 때로는 알 수 없는 어려운 이야기까지. 그 이야기가 바람을 타고 귀에 스며들면,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가끔은 누나와 숨바꼭질을 한다. 거실 소파 뒤, 방문 틈, 커튼 뒤. 누나가 어디에 숨든, 공기 속에 남아 있는 체취로 단박에 찾아낸다. 찾는 순간,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린다. 그 웃음 속에서 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다시 느낀다.


스킨십도 빼놓을 수 없다. 발코니에 서서 바람을 맞거나, 아무 말 없이 눈빛을 나누는 순간. 그것은 말 없는 대화이자 깊은 위로다. 가족의 손이 머리 위를 천천히 쓰다듬을 때, 그 온기가 피부를 넘어 마음까지 스며든다.


잠자리에 들기 전, 윤 집사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도 특별하다. 오래된 습관이지만 요즘은 단어마다 감정을 불어넣어, 마치 책 속 인물이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나는 눈을 감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면 꿈속까지 따라와 나를 부드럽게 감싼다.


나는 산행도 좋아한다. 작은 동산을 오르는 데 한 시간쯤 걸리는데, 오르는 동안 숨이 가쁘고 다리가 무겁다. 하지만 정상에 서면 발아래 세상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그 순간 생각한다.

“나는 작고 약한 존재만은 아니구나.”

바람에 땀을 식히면 성취감이 마음 깊숙이 스며든다.


체육공원에서의 새벽 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이 없는 주말 새벽, 넓은 잔디밭 위를 마음껏 달린다. 잔디가 발바닥을 간질이고, 숨이 가빠올수록 가슴은 더 시원해진다. 그렇게 뛰고 나면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맑아진다.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스트레스, 실패, 아픔 같은 어려움을 겪더라도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 있다면 살아갈 만하다. 반대로 작은 스트레스에도 쉽게 무너진다면, 회복탄력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힘을 기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자기 조절력, 대인관계능력, 긍정성.


자기 조절력은 감정을 다스리는 힘이다. 나 역시 혼자 있을 때 불안하더라도 함부로 짖거나 문을 긁는 대신, 잠을 자거나 장난감을 물고 논다. 그렇게 마음을 진정시키며 스스로를 조절한다.


대인관계능력은 관계를 통해 회복하는 힘이다. 하루 종일 느낀 외로움도 집사의 손길 속에서 풀린다. 좋아하고 편안한 가족을 만나 위로와 응원을 받는 경험, 그것만큼 확실한 치유는 없다.


긍정성은 어려움 속에서도 좋은 면을 찾는 마음가짐이다. 비가 와서 산책을 못 나가면 잠시 우울해지지만, 대신 집 안에서 장난을 치거나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상황이 바뀌어도 즐거움은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다.


사람들도 비슷하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았다면, 먼저 스스로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 마음을 무시하지 말고 다독여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말과 행동을 깊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 그것은 그 사람의 상태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지, 나의 존재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애써도 타인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다만 그 경험 덕분에 경계해야 할 사람을 알게 되었다면, 그것 또한 배움이다. 결국 중요한 건 ‘나답게 살아가는 힘’이다.


나는 이제 안다.

힘든 날을 이겨내는 비결은 멀리 있지 않다. 좋아하는 것을 기억하고, 나를 웃게 하는 활동을 이어가며, 작은 회복의 순간을 쌓는 것. 그 힘이 쌓일수록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집사 곁에서 당당히 걷는다. 때로는 힘들어도 괜찮다. 나를 채우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나는 다시 반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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