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라이는 완숙으로 조리되었습니다
경기도민의 애환이 드디어 대중매체에 등장했다. 2022년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경기도 산포시―가상의 도시이나 작중에서 수원 근처라고 언급되는―에서 살면서 왕복 4시간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삼 남매의 이야기를 담았다. 매일 아침 7시 이전에는 나와야 회사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고, 해가 지고 난 뒤 깜깜한 8시에 집에 도착하는 반복된 하루를 보낸다. 삼 남매 중 첫째 창희는 서울 강북에 사는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난 뒤, 이런 말을 한다.
“걔가 경기도를 보고 뭐랬는줄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내가 산포시 산다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산포시가 어디 붙었는지를 몰라. 내가 1호선을 타는지, 4호선을 타는지. 어차피 자기는 경기도 안 살 건데 뭐 하러 관심 갖냐고 해. 하고많은 동네 중에 왜 계란 흰자에 태어나갖고...”
―<나의 해방일지> 2화, 창희(이민기)의 대사 중
학교와 직장에 메어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면 안 그래도 내 시간이라는 게 부족한데, 이중 4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고 난 뒤 남는 건 저녁 8시 이후의 삶이다. 서울 사람은 퇴근하자마자 취미활동이든 동호회든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는 시간도 거리도 충분하겠지만, 경기도민은 이미 지친 몸을 이끌고 무언가를 하기엔 씻은 뒤 집안일 하고 남는 시간이 2시간뿐이다. 곧 잘 시간이 온다. 이런 삶을 매일 반복한다면 자아가 삭제되는 느낌이 든다.
나 또한 경기도에 살 수밖에 없는 삶을 탓한 적이 많았다. 한편으로는 이런 내 마음이 노른자에게 느끼는 열등감이자 자격지심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대사를 듣는 순간 자격지심을 느끼는 게 내 마음 문제가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하게 됐다.
노른자들의 반론―같은 서울이라도 1시간 넘게 걸릴 수 있다―을 듣기 이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수도권이라는 계란 프라이는 완숙으로 조리되어 왔다는 점이다. 흰 자는 절대 노른자가 될 수도 없다. 결코 터지지 않는 노른자는 흰 자의 삶 전반에 미치는 거대한 장벽이다. 인간 생활의 기초가 되는 신체적 능력, 체력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왕복 4시간 출퇴근을 마치고 책상에 앉아 자기 계발을 하려고 하니 잠이 쏟아지는 걸 나의 의지 부족이라고 탓해서는 안 된다. 요리할 권한을 가진 자들이 계란을 깨뜨려버리지 않는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