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민의 당연한 인생
나의 주민등록초본을 뽑아보겠다.
1990년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서 출생등록.
1994년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으로 이사.
1996년 경기도 김포군 김포읍 사우리로 이사. (현 김포시 사우동). 2012년까지 거주.
2017년 경기도 양주시 옥정동으로 이사.
2018년 경기도 하남시 망월동으로 이사. 현재까지 거주 중.
충남, 서울에서 살았던 5년의 세월을 제외한다면 34년 인생 중 도합 29년이 경기도 인생이 되시겠다. 그것도 경기도 동(하남)·서(김포)·남(광명, 의왕)·북(양주)을 전부 다 살아봤다.
이제는 뼛속까지 경기도 DNA가 녹아있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말하면 ‘그게 뭔데?’라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과 ‘아, 뭔지 알아.’ 하는 두 가지의 반응으로 나뉠 것도 예상한다. 나는 오랜 시간 나의 정체성을 설명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경기도 DNA’를 가지고 여러 담론을 생각해왔다.
경기도민과 관련해 한 SNS에서 유명해진 말이 있다. ‘경기도민은 인생의 20%를 길거리 위에서 보낸다’. 경기도의 인구가 서울을 추월해 1,368만 명에 이르렀지만, 집만 경기도에 있을 뿐 누군가의 학교와 직장은 여전히 서울에 있다. 더욱 더 팽창해가는 수도권의 모습을 반영하듯, 연장에 연장을 더하거나 새로 생겨나 점차 가지를 뻗어가는 광역철도 노선도를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어디까지 영역을 넓혀갈 것인지. 그리고 곁가지에 담긴 경기도민의 인생사는 어떨지.
대부분 미디어 매체가 서울에 위치해 있는 탓일까? 드라마의 작중 배경이라던가, 심지어 뉴스에서 인터뷰도 ‘서울 00동’에 사는 주민이 단골로 등장한다. 모든 걸 서울로 설정해 버리면 편한 것을 굳이 경기도에 사는 사람을 등장시킬 이유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서울이 당연한 것이다. 나는 그 사실에 반기를 들고 경기도민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29년 동안 경기도에 살아 왔고, 앞으로도 경기도에 살 것이기 때문에 내가 지금부터 할 이야기 또한 당연한 것이다. 나로부터 나아가 모든 경기도민도 ’당연한‘ 존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