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관계론

관용과 비판 사이에 가져야 할 태도

by 소단

남편이 캐나다에서 졸업을 하던 여름, 시부모님께서 방문을 하셨다. 철이 없던 나는 시부모님이 참 편했다.


딸 같은 며느리라는 말에 대해 '며느리가 왜 딸이고, 며느리지.'라는 말씀을 하시는 시어머님이 이상하고 서운할 만큼 나는 시어머님을 좋아하고 편하게 생각했던 철부지 며느리였다.


어머님은 항상 싫은 소리를 하는 법이 없으셨다. 무엇이든 우리 편하게 하도록 하라고 하셨고 항상 배려를 해주셨다.


그와는 반대로 내가 자라온 환경은 좀 대조적이었다. 밖에서는 누구 하나 빠진 것 없이 모난 것 없이 좋은 말들을 듣는 사람들이었는데 집 안에만 들어오면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고 비난하는 일이 잦았다. 나에게 집은 무엇 하나 책잡힐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조바심을 내야 하는 불편한 장소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환경 속에서 자라면서 나는 가족은 당연히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좀 불편할지라도 그것이 진정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하는 언행이라고 여겼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는 하지 못할 말을 솔직하게 해 주고 비난을 받아도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성장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실제로 성장한 부분도 있었다)


오히려 가족끼리 친절하게만 말하는 것은 무언가 진심이 결여된 모습이고 가식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관용적인 집안에서 자란 남자와 비판적인 집안에서 자란 여자가 만나 부부가 되었다.


결혼을 하고 나니 남편의 장점 외에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제 가족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인지되지 못한 불친절한 말들을 남편에게 무심코 내뱉곤 했다.


그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며 정당한, 혹은 그에게 필요한 비판이라고 생각했던 말들이 남편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고, 그것이 우리 부부 사이에 득 보다 실이 크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나중이었다.


그리고 데일카네기의 책을 읽으며 그것은 추측에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사람은 논리적인 동물이 아니다. 편견으로 가득 차고 자부심과 허영으로 움직이는 감정적인 동물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혹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그것이 그릇된 것이라 할지라도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런 '사람'에게 잘못을 지적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정당해 보여도 유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우선 내가 생각하는 데로 그 사람의 잘못을 결코 고쳐서 그 사람이 바뀔 수 없다. 그 사람은 애초에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의 감정만 상하고 두 사람의 관계만 나빠질 뿐이다. 아무런 유익이 없다."


우리는 대부분 일반적인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하는 말이라도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결코 어느 쪽에도 유익을 가져다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을 고치려 하기보다 자신을 바꾸려 애쓰는 것이 더 유익하다. 훨씬 덜 위험하다.


나는 그런 관용과 포용을 어릴 때 경험하지 못했고 지금도 그래서 이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범죄자가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을지 모른다. 그러한 논리로 면죄부를 가진 사람들이 언어를 가지고 휘두르는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기억하자.


'비판하거나, 비난하거나, 불평하지 말라.'


그리고 나 자신도 비판하지 않기로 했다. 관용을 받은 경험이 없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쏟아내야 했던, 나를 받아주는 남편에게, 아들에게 쏟아내야 했던 나도 비판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 부부 사이에 생기는 의견차이에 대해서는 대화를 할 수 없다는 말일까. 남편과 이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남편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꼭 해 주어야 할 말도 있지 않냐고, 어디까지가 관용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물었다.


남편은 대답했다.


"물론 꼭 필요한 말도 있을 거야. 하지만 그 말을 하는 데에는 '사랑'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아. 말을 할 때 단지 그 사람의 잘못을 바로 잡아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 먼저 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그 사람을 먼저 이해하게 되고 기다려주게 되는 것 같아. 그 후에 정말 필요하게 되면 그 사람을 위한 말을 하게 되겠지."


먼저 이해하고 기다려 주는 것. 그게 남편이 나에게 했던 거였다.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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