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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단 Feb 21. 2024

설거지를 하다 그릇을 던져버렸다

엄마의 화 대물림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무엇에 그렇게 화가 났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릇을 싱크대에 집어 던졌다. 그리고 또 어떤 휴지 조각이었는지 행주였는지 바닥에 던져버렸다.


남편이 이번에는 기어코 화를 낼 줄 알았다.

내 목소리와 같은 톤으로 답할 줄 알았다.

그는 내가 던진 어떤 조각 앞으로 다가가더니

말없이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이 없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엄마가 던지던 그릇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릴 적 잠이 들었다 종종 잠이 깨곤 했다.

꿈속에서 자꾸 동물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강아지 소리인지, 여우소리인지 꿈속에서 흐릿한 소리가 또렷해질 때 쯤 

그 울음 소리가 점점 커지다

금새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들이 오간다.

알아듣지 못했으면 하는 말들이 오간다.


아이의 세상이 부모라면

나는 화가 많은 세상에서 자랐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올바른 것이다. 

또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다만,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아주 중요하다.

감정을 표현하는 말도 아주 중요하다.


엄마는 좋은 사람이지만 

엄마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나는 닮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런 감정 표현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런 내가 오늘 그릇을 던진 것이다. 


혼자 아이를 보다보면

남편 퇴근 시간까지 수십번 시계를 본다.

그런다고 시간이 빨리 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퇴근한 남편이 오면,

아니 그 전부터 

이유없이 나는 화가 나있다.


오늘같은 날은 

아이를 보는 것보다

화를 내고 있는 내 모습이 더 힘들다.

내일도 화를 내고 있을 내 모습을 생각하니

더이상 내일 아침 눈을 뜨고 싶지 않다.


나는 이 '화'의 정체를 알아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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