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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는 곳은 당신과 맞지 않습니다."

다른 곳에 가보니 결론은 이렇습니다.

by 소단

얼마 전 눈길을 사로잡던 광고 문구가 있었어요.


"You're living in the wrong place!"


보다가 광고는 건너뛰기를 했지만 그 문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더라고요. 아마 제 마음속에 나는 분명 잘못된 곳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오래도록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오래도록 자리 잡았던 생각은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을 세워 어는 날 저를 움직이게 만들었어요.

캐나다의 추위를 피해 살고 싶었던 저는 말레이시아로 답사를 가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다음에는 가족들이 있는 한국도 방문해 이곳에서 다시 사는 건 어떨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답니다. 어떤 결론이 나왔을까요?


우선 답사기를 간략하게 요약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말레이시아를 가게 된 계기

말레이시아에 5년을 거주하고 캐나다에 오신 지인의 권유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아이들 교육과 환경에 긍정적인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추위로 강이 안좋져서 따뜻한 곳으로 옮기고 싶은 생각이 있던 차에 아이 교육, 날씨, 생활비도 저렴해서 거의 마음이 많이 기울어져 있는 상태에서 답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사는 건 어떨까?(장단점)


장점:

날씨가 덥지만 한국만큼 습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음. (그래도 5분 이상 걸어 다니기는 힘듦) 아일랜드 투어 등 저렴한 비용에 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었어요. 국제 학교 학비도 괜찮고 교육 수준도 좋았어요. 외식비와 렌트비, 생활비가 저렴한 것도 큰 장점입니다.


단점:

물이 깨끗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예민한 부분이라 그럴 수도) 상 하수도 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아 곳곳에 냄새가 나는 걸 느꼈습니. 집에 필터를 설치해서 사용하면 되지만 아무래도 외식도 하는 경우가 많고, 시장에 과일, 야채, 혹은 고기들을 사도 어떤 물을 먹고 자랐는지 염려가 되더라고요.(건강 염려증 있음 주의)


저희는 코타키나발루 한정 경험이에요. 한국에서 부모님 오시는 것을 고려해 직항이 있는 곳으로 코타키나발루만 생각하고 한 곳만 간 것이 좀 후회되었다. 쿠칭이나, 쿠알라룸푸르, 페낭도 답사 기회가 있었으면 또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사는 건 어떨까? (장단점)


장점:

깨끗하다. 말레이시아 방문 한 뒤라 더 크게 느껴지는 장점이었어요. 공항 들어서자마자 어디든 느껴지는 깔끔함과 깨끗함에 정말 쾌적하다고 느꼈습니다. 많은 분들이 어디 가도 한국 같은 곳 없다는 말이 정말 확 체감되는 순간이었어요. 위생에 대한 기본값이 다른 듯합니다.


물가가 캐나다 보다는 싸다고 느꼈어요. 일단 외식비가 비싸기는 해도 세금과 팁을 따로 내지 않으니 같은 가격에 훨씬 풍족하게 먹는다고 생각되었어요. 또 맛은 얼마나 있게요.ㅎㅎ 정말 밥 먹을 때마다 행복했답니다.


쿠팡에 물건을 시킬 때도 가격대비 질이 너무 좋고, 빠른 배송까지 정말 최고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이라고 느꼈습니다.(이것이 쿠팡 기사님들께는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요. 캐나다와 같은 경우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는 없지만 좀 느린 시스템이 일하는 사람에게는 장점이 될 수 있답니다.)


학교는 처음에 대안 학교를 알아봤는데 요즘은 대안학교 아니라 약간 변두리 쪽 시골 학교들이 너무 잘 되어있더라고요. 국가에서 지원도 많이 받아서 과외 활동도 예체능이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고, 텃밭 체험, 김장 담기 등 자연과 어우러지는 체험 활동도 있어서 참 좋았어요.


속전속결 일처리. 이게 그냥 일처리가 빨리 된다는 것에 더해 뭔가 열심히 살게 된다고 할까요. 뭐든 하면 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관공서 일처리는 캐나다에 비하면 빛의 속도...ㅎㅎ


캐나다는 뭐든 하려고 하면 시간이 걸리니 기다리다가 뭔가 의욕이 상실되는 경우가 있거든요ㅎㅎ. 그런데 또 생각하는 방향에 따라 장단점이 바뀌기도 하지만 어쨌든 무슨 일이든 마음먹은데로 속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곳. 한국의 엄청난 장점인 듯합니다. (언어도 그렇고요)


단점:

단점은 뭐가 있을까요. 아직 다녀온지 얼마 안되어 그런지 한국 좋은 점만 생각나는데요ㅎㅎ 몇가지 에피소드가 있긴 한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글을 정리해 보도록 할게요.


캐나다 다시 들어와 보니 살기 어때?


장점:


환경이 좋다. 살 때는 잘 못 느꼈는데 일단 캐나다 들어오자 뭔가 마음이 차분해지더라고요. 파릇한 잔디가 어디나 있고, 한국처럼 정갈한 깔끔한 은 아니지만 어디든 자연스러운 깨끗함과 정돈된 거리, 깨끗한 공기, 그리고 오늘 컨디션이 어떤지 묻는 여유로운 사람들(형식적일지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물리적인 공간을 중요시하는 만큼 개인을 존중하는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가 집과 학교로 돌아오는 것을 너무 행복해하더라고요. 아이는 부모님 고향이 아니라 자신이 태어난 이곳을 고향이라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 같아요.


단점:


춥다. 쿠팡이 없다. 외식비, 생활비가 비싸다.



결론은 이렇게 나왔습니다.


이렇게 정리를 쭉 하다 보니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어디든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더라고요. 각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더 맞는 곳은 있겠지만 어디든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보다는 요즘 책을 읽다 보니 제가 잘못된 곳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은 캐나다의 추위도, 한국에 대한 그리움도, 말레이시아에 대한 아쉬움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를 힘들게 했던 단 한 가지는 ‘더 잘 살아보려고 했던 저의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마음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현재 상황에서 제가 가진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조금 소홀히 여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가진 것들에 감사하며 더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부분들은 차근차근해 나간다는 생각을 하니 어디든 저에게 맞는 곳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겨울이 이제 시작되어서 그럴 수 있습니다) 남편은 한국 다녀오더니 캐나다가 심심하다고 한국을 가고싶어하네요ㅎㅎ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혹시 저와 같은 마음이 있으셨다면 그 마음은 잠깐 내려두시고, 오늘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들에 감사하며 모두들 행복한 하루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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